두 차례 '부결'된 사업..박 대통령 "적극 추진" 한마디에 '부활'

김기범·권순재 기자 2015. 8. 28. 2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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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경제·안전문제 검증 등여전히 미흡·불분명한데도환경부 "가이드라인에 부합"

환경부 국립공원위원회가 28일 2012~2013년 두 차례 부결됐던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을 조건부로 가결하면서 대통령 말 한마디에 “죽었던 케이블카가 살아났다”는 논란이 커지고 있다.

환경성·경제성·안전성 등에서 1·2차 신청 때와 다를 바 없는 사업계획서를 놓고 환경부 태도가 180도 바뀐 것은 지난해 8월 6차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 나온 박근혜 대통령의 ‘적극 추진’ 지시 때문이라는 것이다. 강원 양양군이 지난 4월 새 공원계획 변경안을 환경부에 제출한 뒤 국립공원위가 케이블카 사업을 통과시킬 때까지 걸린 시간은 4개월에 불과하다.

■환경·안전·경제성 논란은 그대로

국립공원위가 양양군의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설치 신청을 조건부 가결한 표면적인 이유는 환경부의 삭도(케이블카) 가이드라인에 부합되는 내용이라는 것이다. 환경부는 양양군이 1·2차 신청에서 지적된 주요 봉우리와의 거리가 가까워 기존 탐방로와 연계될 우려가 있다는 문제점을 보완하고, 사업타당성을 향상시켰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환경단체들은 환경부의 설명이 이날 양양군에 내건 승인 조건과도 모순된다고 비판하고 있다.

상부 정류장과 기존 끝청봉 탐방로의 연계를 확실히 배제토록 한 환경부의 주문 자체가 케이블카 탐방객들이 기존 탐방로를 이용해 정상부로 갈 가능성이 높다는 방증이라는 것이다. 국립공원위 민간전문위도 양양군이 하산객들에게까지 케이블카 이용을 허용토록 제안한 데 대해서는 환경부 가이드라인에 부합되지 않는다는 지적을 내놨다.

환경단체들이 수치 조작 논란을 제기했던 경제성 부분도 검증이 덜 된 상태다. 국립공원위 민간전문위는 “설악산 케이블카의 비용 대 편익이 통상 흑자로 분류되는 1.0 이상이어서 전반적으로 경제성이 있다고 판단된다”면서도 탑승객 추정이 불확실하다는 지적을 내놨다. 탑승객 추정을 위한 4가지 시나리오도 탑승객 수가 연간 48만명에서 70만명까지 차이가 나 편익을 추정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환경부는 강풍 등 안전문제에 대해서는 풍속 영향을 줄이기 위한 안전대책 보완, 지주마다 풍속계 설치 등을 보완토록 양양군에 요구했다.

그러나 끝청봉 인근처럼 초속 20m가 넘는 바람이 부는 지역에서 소형 곤돌라 크기의 케이블카에 발생할 수 있는 사고를 막기 위한 대책으로는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양양군 계획상의 케이블카는 폭우나 폭설 등의 재해 시 속수무책인 상태다.

환경부가 산양 등 멸종위기 동물에 대해 추가 조사 및 보호대책 수립을 양양군에 요구한 것도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추가 조사가 필요할 정도로 양양군의 생태 조사나 보전 계획이 부실한 상태에서 사업을 가결시킨 것이기 때문이다.

■국립공원 빗장 풀리는 난개발 우려

설악산 케이블카 승인은 국립공원과 백두대간 난개발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

당장 케이블카 완공 후 설악산 정상에 산장호텔·레스토랑·산악승마장을 설치하는 방안을 담은 전국경제인연합회의 산악관광 활성화 개발계획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설악산부터 개발 광풍에 휘몰릴 수 있는 위험에 처해 있는 것이다.

현재 관광용 케이블카는 전국 21곳에서 운영 중이다. 하지만 국립공원이자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 천연보호구역, 백두대간보호지역, 산림유전자원보전지역 등 5중의 법적장치로 보호받던 설악산이 뚫리면서 백두대간의 ‘케이블카 몸살’도 더욱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지리산·월출산·속리산·소백산 등 국립공원을 포함해 전국 30여개 지자체들은 산과 바다를 잇는 케이블카 사업에 나서고 있다.

울산시는 울주군과 공공개발 방식으로 울주군 상북면 등억온천단지에서 신불산(해발 1209m) 북서쪽 정상 부근까지 2.46㎞를 오가는 케이블카 설치 사업을 추진 중이다. 충북 보은군은 속리산 천왕봉에, 대구시가 팔공산 갓바위에, 경기 포천시는 산정호수에 케이블카 설치 사업을 구상 중이다.

하지만 생태계 훼손 등을 우려한 반대 여론으로 대부분의 사업은 답보상태이고, 찬반집회가 부딪치며 지역 주민들의 반목도 커져가는 상황이다.

<김기범·권순재 기자 holjja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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