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악재' 속 1년 만에 만난 최경환·이주열 "친목 강화"

이윤주 기자 2015. 8. 28.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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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기재부 간부 만찬 모임"잘못된 정보 퍼질라" 말 아껴일각선 '금리 조정 신호' 해석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3개월 만에 만났다. 중국 경기 둔화 등 각종 대외변수로 한국 경제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을 이끄는 두 수장이 경제 상황과 대책에 대해 의견을 나누는 자리라 시장의 관심이 집중됐다. 그러나 양측은 “친목 강화의 자리”라며 논의 내용에 대해 극도로 말을 아꼈다.

최 부총리와 이 총재는 28일 저녁 서울 명동 뱅커스클럽에서 주요 간부들이 배석한 가운데 만찬모임을 가졌다.

기재부에서 주형환 제1차관, 정은보 차관보 등 10명, 한은에서는 장병화 부총재, 허진호 통화정책국장 등 10명의 간부가 참석했다. 최 부총리와 이 총재가 간부들을 대동하고 만나는 것은 최 부총리 취임 직후인 지난해 7월21일 이후 1년1개월여 만이다.

최근 중국발 금융 충격, 미국의 금리 인상 불확실성, 취약 신흥국의 경기 불안 등으로 대내외적 불안 요소가 커진 상황이어서 자연스럽게 두 수장도 위험 요인에 대한 인식을 공유하고, 대응 방안에 대해 얘기를 나눴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 경제는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로 내수가 급랭하면서 2분기 경제성장률이 0.3%까지 떨어진 데다, 수출 감소세도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올해 말 종료되는 중기 물가안정목표(2.5~3.5%)를 새로 정하는 문제를 놓고도 두 기관의 협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그러나 한은과 기재부는 이번 회동이 특별한 목적 없이 경제 상황에 대한 인식을 나누고 친목을 다지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공개 석상에서의 발언도 철저히 삼갔다. 시장에 잘못된 신호를 보내 금융시장이 들썩이는 상황을 만들지 않겠다는 것이다.

오히려 최 부총리는 “다른 나라는 재무장관하고 중앙은행 총재가 만나는 게 전혀 뉴스가 아닌데 우리나라는 이렇게 뉴스가 된다”며 “앞으로 (총재님이) 뉴스 안되게 좀 해달라”고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이 총재는 공개된 자리에서는 발언을 내놓지 않았다.

최 부총리 언급대로 외국에서는 재정당국 수장과 중앙은행 총재가 만나 경기인식을 공유하는 것이 특별한 일이 아니다. 하지만 유독 국내에서는 중앙은행의 독립성 문제와 맞물려 회동이 특별한 이벤트로 받아들여지는 미묘한 분위기가 형성돼 왔다. 두 수장의 회동을 ‘금리조정 신호’로 해석하는 시장 분위기가 없지 않았다.

실제로 지난해 7월 최 부총리와 이 총재가 만난 후인 8월 한은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했다. 또 지난해 9월 호주 시드니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 때도 비공개 ‘와인 회동’을 가진 뒤 최 부총리가 “금리의 ‘금’자 얘기도 안 했지만 ‘척하면 척’이다”라는 발언을 하면서 한은 독립성 논란에 불을 지피기도 했다. 이날 만찬 자리에 오른 반주도 와인이었다.

<이윤주 기자 run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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