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승절 '홀로 참석' 박 대통령에 득될까

이용욱 기자 2015. 8. 28. 2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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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통령, 외교 고정관념 깬 행보로 '동북아 외교전'에 발 들여놔중, 정상회담서 북핵 관련 '선물' 가능성..한·미동맹 손상 우려도

박근혜 대통령의 다음달 3일 중국 ‘항일전쟁 및 세계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전승절) 기념행사 참석은 외교의 고정관념을 깨는 것으로 여겨진다. 미국이 내켜하지 않는 행사에 참석하는 것 자체가, 반세기 이상 지속된 미국 중심 외교에서 벗어나겠다는 신호로 읽힐 수 있기 때문이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 등 주요국 정상들이 불참하는 상황에서 ‘홀로’ 참석하는 모양새가 된 것도 이례적이다. 미·중 간 ‘실리외교’로 동북아 외교전을 헤쳐나가겠다는 뜻이지만, ‘가보지 않은 길’이라는 점에서 기회요인과 위기요인이 상존한다.

박 대통령 집권 후반기 시작에 즈음해 동북아 외교전은 본격 점화하고 있다. 중국 전승절을 계기로 다음달 2일 열리는 한·중 정상회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다음달 방미로 열리는 미·중 정상회담, 10월16일 한·미 정상회담이 이어진다. 청와대로선 전승절 참석을 계기로 동북아 외교전에 첫발을 내디디게 되는 셈이다.

박 대통령은 중국 군사력 과시행사인 열병식에도 참석하기로 하는 등 적극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미국의 반감을 우려해 ‘전승절 참석, 열병식 불참’ 등 관측도 나왔지만, 정면돌파를 택한 것이다. 미·일 간 패권경쟁을 지나치게 의식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최근 “무슨 일이 외교적으로 생겼다 하면 ‘아이고 또 우리나라,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겠네’ 이렇게 생각하면 그 자체가 우리나라 국격에도 맞지 않고 패배 의식”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일단 박 대통령이 동북아 외교전에서 선제적으로 대응할 공간은 넓어졌다. 박 대통령은 다음달 2일 베이징에서 열리는 한·중 정상회담에서 북핵 문제와 한·중·일 정상회담을 적극 의제화할 것으로 보인다. 전승절 행사에 참가한 박 대통령에게 중국 측이 ‘선물’을 준다면 북핵 관련 문제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북핵 문제에 대한 한·중 간 입장 차이를 좁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한·중관계와 북·중관계의 위상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중국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국가행사에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불참하고 박 대통령이 참석하는 모양새 자체가 보여주는 상징성이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박 대통령이 한·중·일 정상회담 연내 개최 등에 대한 시 주석의 긍정 답변을 얻어낸다면 정부는 한·일관계 개선 전기를 마련할 수도 있다. 10월16일 한·미 정상회담에서 일본과의 관계 개선을 촉구해온 미국을 상대로 정부의 관련 노력을 설명하면서 불편해진 미국 심기를 달랜다는 계산도 할 법하다.

일부에선 ‘득보다 실이 크다’는 의견도 나온다. 미국 내에서 고개를 들고 있는 ‘중국 경사론’이 심화될 수 있고, 외교의 근간인 한·미동맹을 흔들 수 있다는 것이다. 일본 언론들이 “박 대통령만 돌출하는 형태가 됐다. 박 정권의 중국 중시 자세가 더욱 드러났다”고 비판하는 등 한·미관계를 이간질하려는 것도 부담일 수 있다. 6·25전쟁 때 남쪽에 총을 겨눴던 중국 인민해방군 열병식에 박 대통령이 참석해 박수를 치는 것을 두고, 지지층인 보수층의 반감이 생길 수도 있다.

<이용욱 기자 wood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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