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거리..공원..'묻지마 범죄' 68%가 공개장소

양병훈 2015. 8. 28. 1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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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검, 최근 3년 163건 분석 절반이 상해..살인·폭행 순 정신질환·약물남용 등이 원인 은퇴 등 스트레스 많이 받는 50대 이상 가해자 크게 늘어

[ 양병훈 기자 ] A씨는 지난해 가정불화로 가출한 뒤 길을 지나던 20대 여성을 뒤따라가 칼로 살해했다. 경찰은 A씨의 방에서 회칼 손도끼 등 흉기 다수와 ‘행동수칙’을 적은 수첩을 발견했다. 수첩에는 ‘나는 언제라도 살인을 할 수 있게 몸을 단련한다’ ‘나는 범죄를 저지르는 것이 아니라 사회를 정화하는 것이다’는 등의 글이 적혀 있었다. A씨는 지난 4월 대법원에서 무기징역 판결을 받았다.

사람에게 상처를 입히거나 죽이는 등의 행위를 했지만 범행 동기가 뚜렷하지 않은 ‘묻지마 범죄’ 10건 중 7건이 공개된 장소에서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경제신문이 28일 대검찰청 통계를 분석한 결과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발생한 묻지마 범죄 163건 가운데 89건(54.6%)은 장소가 길거리였다. 공원 지하철역 도서관 등 기타 공공장소는 21건(12.9%)이었다. 공개된 장소에서 발생한 묻지마 범죄를 합하면 비율이 67.5%에 달했다. 집에 있다가 이유 없이 가족을 죽이는 등 비공개된 장소에서 발생한 사건은 53건(32.5%)이었다.

묻지마 범죄는 사전에 준비한 칼 등을 무차별적으로 휘두르는 경우가 많아 피해자가 크게 다치거나 사망에 이르기도 한다. 3년간 발생한 묻지마 범죄를 유형별로 보면 상해가 87건(53.4%)으로 제일 많았고 살인 41건(25.2%), 폭행 16건(9.8%) 등이었다. 누구나 공공장소를 지나다가 모르는 사람에게 불의의 습격을 받아 큰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얘기다. 범행 동기는 정신질환이 59건(36.2%)으로 가장 많았고 알코올 등 약물 남용 58건(35.6%), 현실 불만 39건(23.9%) 등이었다. 대검 관계자는 “이 중 두세 가지 이유가 뒤섞인 경우가 일반적”이라고 설명했다.

가해자의 연령대는 시간이 지날수록 높아지는 추세다. 30대 이하 가해자는 2012년 31명에서 2013년 30명, 지난해 23명으로 줄었다. 반면 40대 이상 가해자는 같은 기간 24명, 24명, 31명으로 늘었다. 특히 50대 가해자가 같은 기간 5명, 7명, 16명으로 가장 많이 늘어 눈에 띈다. 은퇴 연령이 가까워지는 등 스트레스 받을 일이 많고 60대 이상에 비해 신체적 힘이 남아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대검 관계자는 “유관기관, 학계, 사회단체가 공동협의체를 구성해 묻지마 범죄에 대응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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