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찾아온 '백신 대란'..결핵 백신 동나 접종 일시 중단

고은이 2015. 8. 28. 1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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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이어 올해도 공급 부족 결핵백신 전량 수입 의존..정부, 수급예측 제대로 못해 병원서 7만원짜리 맞힐 판 국산 공장 5년째 '개점휴업' 백신 균주조차 확보 못해..2020년은 돼야 생산 가능 내년 수입국 다변화 응급조치

[ 고은이 기자 ] 질병관리본부가 다음달 2일부터 보건소 결핵백신(BCG) 접종을 일시적으로 중단하겠다고 28일 발표했다. 한국이 피내용(주사형) 결핵백신을 전량 수입하고 있는 덴마크 제조회사(SSI)가 생산을 중단하는 바람에 백신 공급에 차질이 생겼기 때문이다. 국내 생산이 가능해지는 2020년 전까지는 매년 결핵백신 부족 현상이 불가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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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2~20일 접종 중단

현재 질병관리본부가 보유하고 있는 결핵백신의 유효기간은 다음달 1일까지다. 2일부터는 보건소에서 쓸 수 있는 백신이 아예 없다. 이에 따라 정부는 어쩔 수 없이 9월2일부터 20일까지 보건소 결핵백신 접종을 중단한다.

한국이 피내용 결핵백신을 전량 수입에만 의존하고 있는 탓에 생긴 일이다. 질병관리본부는 SSI로부터 연간 160억원 규모의 백신을 들여오고 있다. 하지만 최근 SSI가 매각 절차를 밟게 되면서 생산 일정이 불투명해졌다. 당초 3월에 수입돼야 할 1년치 백신이 차일피일 미뤄지더니 10월까지 연기됐다. 홍정익 질병관리본부 예방접종관리과장은 “급한 대로 지난 9월 말에 일본으로부터 피내용 백신 6000명분을 추가 수입하기로 했다”며 “2~3주 접종량”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부모들은 다음달 중 3주간 아이에게 결핵백신을 맞히려면 국가예방접종이 아닌 민간 의료기관(소아과)에 가야 한다. 보건소에서 주사로 맞으면 공짜지만 소아과에서 경피용(도장형) 백신을 맞으면 7만원가량의 비용이 든다.

작년에 일어났던 백신 부족 현상이 올해 재현된 것이다. 작년에도 공급처인 SSI의 사정으로 수입이 지연되면서 백신을 확보하는 데 애를 먹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피내용 결핵백신 물량 자체가 전 세계적으로 크게 부족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제조사들이 수익성 부족을 이유로 백신 생산을 그만두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피내용 결핵백신의 전 세계 수요량 대비 공급은 59.4%밖에 되지 않는다. 피내용 결핵백신 공급을 수입에만 의존하고 있는 한국엔 치명적이다.

백신 공장은 세워 놨지만…

정부는 백신 공급능력을 확보하기 위해 결핵백신 국산화 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아직 이렇다 할 실적을 내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2011년 국비 87억원을 들여 전남 화순 녹십자 공장에 자체 결핵백신 생산시설을 구축했다. 하지만 5년째 ‘개점 휴업’ 중이다. 백신 생산에 필요한 균주를 확보하느라 4년을 허송세월한 탓이다.

하드웨어는 갖췄지만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데 소홀했다. 부실한 사업 관리로 다섯 차례나 계획을 변경했다. 당초 생산기술과 균주를 제공하기로 한 SSI와의 협상이 불발되면서 계획이 틀어진 것이다. 대안으로 대한결핵협회 결핵연구원이 자체적으로 만든 균주도 백신 생산에 적합하지 않다고 결론났다. 국산 결핵백신 생산이 헛돌자 지난해 정부는 관련 예산 중 13억8000만원을 지방자치단체 보조사업비로 전용하고, 남은 1억원은 반납 조치를 취하기도 했다.

프랑스 파스퇴르연구소로부터 겨우 균주를 얻어 실험을 시작했지만 상용화 단계까지는 가야 할 길이 아직 멀다. 일러도 2020년은 돼야 국산 결핵백신 생산이 가능할 것으로 정부는 예상하고 있다. 공장이 완공된 지 10년이 지난 후에야 첫 생산이 시작된다는 얘기다.

지난해 국내에서 확인된 신규 결핵환자는 총 3만4800여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중 1위다. 매년 신규 환자만 3만~4만명을 기록하고 있다. OECD 가입 이후 한 번도 결핵환자 발생률 1위 자리를 내주지 않았다. 결핵 사망자 수도 인구 10만명당 5.2명으로 미국(0.15명) 일본(1.7명)은 물론 멕시코(1.8명)나 폴란드(1.7명)보다도 훨씬 높은 수준이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한국의 결핵 환자 수는 선진국보다 훨씬 많아 백신 확보가 중요하다”며 “우선 내년부터 수입국 다변화를 통해 공급 불안정성을 줄여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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