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스코-사모펀드 잇속챙기기, 흔들리는 마트2위 홈플러스

테스코 1.3조 배당 추진에 재무구조·이미지 악화 우려

홈플러스 매각 본입찰이 하루 앞으로 다가온 23일 서을 홈플러스 월드컵점. 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의 최대주주인 영국 테스코와 매각 주관사인 HSBC증권은 홈플러스 매각 본입찰을 24일 시작한다. 테스코는 홈플러스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5조~7조원 규모로 예상되는 이번 매각에 어느 곳이 인수 제안서를 제출할 지, 또 가격은 얼마나 적을 지 등이 관심사다. 2015.8.23/뉴스1 / (서울=뉴스1) 안은나 기자 © News1

(서울=뉴스1) 백진엽 기자 = 영국 테스코가 홈플러스 매각과 관련, 1조3000억원 규모의 배당을 추진하면서 홈플러스가 재무구조 악화 우려에 휩싸였다. 외국계 최대주주와 인수후보자인 사모펀드들의 잇속챙기기에 국내 대형마트 업계 2위인 홈플러스만 타격을 입게 되는 상황이다.

28일 홈플러스 인수에 나선 한 사모펀드측에 따르면 영국 테스코는 인수 후보들에게 홈플러스 매각대금을 1조3000억원 낮추는 대신 해당 금액만큼 홈플러스로부터 현금 배당을 받아가겠다고 통보했다.

이는 매각과 관련한 세금 지출을 줄이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업계 관계자는 "외국법인의 경우, 양도소득세 과세 규정이 복잡하다"며 "테스코는 상대적으로 세율이 낮고 규정도 간단한 배당소득세를 더 선호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인수후보로 나선 사모펀드들 역시 손해보는 장사는 아니다. 배당을 받아가는 만큼 가격이 낮아지기 때문에 당장 준비해야 하는 자금이 줄어든다는 점에서 반대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다만 중간에 끼인 홈플러스는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우선 홈플러스는 현재 배당금액만큼의 현금을 가지고 있지 않다. 즉 홈플러스가 1조3000억원을 배당하기 위해서는 대부분을 금융권으로부터 대출받아야 한다.

이는 그만큼 부채가 늘어나는 것이다. 만약 1조3000억원 전액을 대출받는다면 홈플러스 부채 비율은 기존 130%에서 322%로 수직 상승한다. 이같은 부채비율 상승은 홈플러스의 장기 성장성에 치명타가 될 수 있다.

게다가 홈플러스 이미지에도 흠집이 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른바 '먹튀' 논란이 계속되는 가운데 테스코가 매각 관련 세금을 덜 내기 위해 배당을 실시할 경우, 비난 여론이 거세질 수밖에 없다"며 "이는 계속 국내에서 영업을 해야 하는 홈플러스의 이미지 추락과 직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홈플러스의 재무구조가 악화될 경우 주인이 바뀐 후 구조조정 등이 실시될 우려도 제기된다. 홈플러스 인수를 원하는 후보자들이 모두 사모펀드들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재계 관계자는 "사모펀드는 전략적투자자와는 달리 단기에 투자를 회수해야 하는 구조"라며 "즉 인수 이후 기업구조 개선이라는 명목하에 인력이나 매장 구조조정 등을 시행할 가능성이 크다"고 예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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