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계에 던지는 老교수의 쓴소리 "기술 개발은 타이밍..놓치면 몰락의 길"

안갑성 입력 2015. 8. 28. 16:08 수정 2015. 8. 28. 1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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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P 기술개발 이끈 황기웅 서울대 교수
"플라스마디스플레이패널(PDP) 기술이 단명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제때 기술적 단점을 극복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1~2년만 뒤처져도 생존이 불가능한 세상이다." 디스플레이 연구개발 분야 '큰 별'이 한국 과학계를 향해 던지는 경고의 목소리는 묵직하고 매서웠다. 오는 31일 정년식을 마지막으로 32년 교수직을 마치는 황기웅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66). 그는 28일 매일경제와 만나 액정표시장치(LCD) 기술에 PDP 기술이 밀린 이유를 설명하며 과학계와 산업계의 위기를 진단했다. 최근 서울대 공대가 통렬한 반성문 형태의 백서로 한국 경제의 위기를 경고한 것과 맥을 같이하는 고언이었다.

황 교수는 80년대 국내에 플라스마 공학을 처음으로 소개한 이래로 디스플레이 장치 연구와 개발을 선도적으로 이끌어왔다. 특히 평판 디스플레이시장 성장에 맞춰 PDP의 소비전력과 생산원가를 낮추는 기술개발로 산학협력 꽃을 피운 주인공이다.

이처럼 국내 PDP 분야 대부 격임에도 황 교수는 산업계와 학계를 향해 "항상 눈을 뜨고 변화에 대응하라"며 긴장을 주문했다. 그는 "2010년께 PDP 소비전력을 20배 개선하는 기술이 개발됐다"며 "그러나 PDP와 LCD 경쟁에서 PDP의 패배를 예측한 제조업체들이 400억~500억원 규모 추가 투자를 포기하기로 방침을 세우면서 무의미해졌다"고 전했다. 단점을 극복할 기술 확보보다 더 중요한 게 바로 개발 '타이밍'이었다는 것. 황 교수는 "스마트폰이 나오자 노키아와 소니가 몰락한 것도 변화에 빨리 대응하지 못하다가 1~2년씩 뒤처졌다. 도태는 급격한 속도로 현실화했다"며 "(기업이든 대학이든) 시대에 앞서 빨리 움직이고 항상 눈을 부릅뜨고 어떤 길을 갈지 살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학 연구와 산업현장 간 괴리 현상에 대해서는 뼈아픈 자성의 목소리도 내놓았다. 그는 "얼마 전 서울대 공대 백서의 지적대로 BK(두뇌한국)사업 등을 하며 양적인 면에 집착했던 면을 부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영향력 있는 연구를 위해서는 경우에 따라 평생이 걸릴 수도 있는 사안임을 깨닫고 지속적으로 연구환경을 조성해주는 지원책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정부 역시 단기 성과에 집착해 정부 연구개발 예산을 무턱대고 투하하기보다는 투자에 대한 기본철학과 방향성을 먼저 잡아야 한다고 황 교수는 당부했다.

그는 "우리나라 연구비 지원액수가 국내총생산(GDP)의 3%를 돌파한 상황에서 투자 방향과 기본철학을 어떻게 가져갈지가 더욱 중요해졌다"며 "적재적소에 투자가 이뤄지려면 (정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현장 연구자 등 전문가들 의견에 귀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노벨상' 수상자가 단 한 명도 없는 한국 과학계 현실에서 그는 '기본'을 강조하기도 했다. 황 교수는 "과학계에 꾸준한 지원과 함께 창의적인 연구결과가 나오는 환경을 만들고 기다려야 노벨상 수상자가 나오지 노벨상을 얻겠다고 연구하는 건 '우물가에 가서 숭늉 내놓으라'는 것과 다름 없다"고 말했다.

[안갑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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