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쪽빛' 호수, 그냥 만들어진 게 아니다

임재만 2015. 8. 28.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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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내와 함께 떠난 알프스 여행 ⑧

[오마이뉴스 임재만 기자]

▲ 교회 호숫가 작은 마을에 있는 교회가 그림같다.
ⓒ 임재만
여덟째 날, 생모리츠의 아침이 밝았다. 날씨가 참 좋다. 연평균 일조량이 많아 태양의 도시라더니 거짓은 아닌 듯싶다. 태양의 도시답게 거리마다 곳곳에서 태양을 상징하는 그림을 볼 수 있다. 오늘이 사실상 스위스 여행의 마지막 날이다. 내일은 온종일 비행기를 타고 인천으로 가야 한다.

짐을 챙겨 역으로 나왔다. 역으로 가는 길 아래쪽에는 디자인 갤러리라는 곳이 있다. 호기심이 생겨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갔다. 커다란 지하 주차장과 함께 호수를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가 나타났다. 비록 높지 않은 전망대지만 호수를 바라보는 재미가 있다. 호수의 잔물결을 보면서 호수 전체를 조망할 수도 있다. 역 앞에서 교외로 나가는 버스를 탔다. 마음이 끌리는 곳에 내려 오전을 보낼 생각이다.

아름다운 쪽빛 호수, 뛰어들어가고 싶었다

▲ 역 기차와 버스를 탈 수 있는 생모리츠 역
ⓒ 임재만
생모리츠는 케이블카를 타고 4000m가 넘는 베르나니 주변의 봉우리도 오를 수 있고, 요트나 골프, 스파 등을 즐길 수 있는 레포츠 천국이다. 그러나 호수 주변의 마을을 돌아보는 것으로 만족해야 할 것 같다. 오후에는 취리히로 들어가 시내 투어를 할 생각이기 때문이다.

버스는 휴일이라 여행하는 사람들로 만원이었다. 운동복 차림의 학생들도 있고 등산복 차림의 사람도 많다. 버스는 호숫가를 달리기 시작한다. 예쁘장한 마을들이 호수 주변 곳곳에 들어 서 있고, 버스는 마을버스처럼 마을 구석구석을 누빈다. 마을들은 호숫가 낮은 언덕에 자리해 있는데, 언제 보아도 마을 안은 깨끗하고 참 편안해 보인다.

마을 길은 인도와 차도의 높이가 거의 같아 보행하는데 편안한 느낌을 준다. 집들은 대부분 콘크리트 집으로 지붕은 주황색, 벽은 베이지색으로 칠해져 있다.

매번 호수를 볼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호수가 참 맑다는 생각이 든다. 루체른의 호수처럼 우윳빛도 띠지 않는다. 순수한 쪽빛이다. 도대체 호수를 어떻게 관리하는 걸까? 더욱이 호수는 고여 있어 오염이 되기 십상인데 놀라울 따름이다.

'이것은 관리의 문제가 아니라 사람들 의식의 문제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스위스 사람들은 자연을 보호하는 차원을 넘어 자연을 지극히 사랑하는 사람들이다. 그렇지 않고는 이러한 물빛을 만들어 낼 수가 없다. 부러울 따름이다.

▲ 호수 풍경 쪽빛을 띠는 호수애 흰구름이 피어오른다
ⓒ 임재만
몇 개의 마을을 지났는데도 버스 안은 여전히 만원이다. 호수의 경치가 너무 좋아 몇 번 내려 볼까 망설이다 꾹 참았다. 사람들이 많이 내리는 곳에서 내리기로 하고 창밖을 계속 주시했다. 생모리츠에 있는 호수는 인터라켄처럼 마을이 가운데로 들어앉아 호수를 두 개로 갈라놓고 작은 개울로 연결되어 있다. 그 개울로 흘러가는 물은 어찌나 맑은지 지리산 골짜기처럼 바닥이 다 들여다보인다.     

맑은 물을 보니 뛰어들어가고 싶은 충동을 주체할 수가 없다. 그러나 버스는 무심하게 목적지를 향해 달려만 간다. 개울에서 노니는 아이들도 있으련만 사람 하나 보이지 않는다. 도대체 사람들은 어디서 뭐 하고 노는 걸까? 호기심만 증폭돼 간다. 가끔 자전거를 타고 호수 주변을 달리는 사람들뿐이다. 버스는 개울을 건넛마을 깊숙이 들어갔다. 조그만 마을 광장에는 제법 많은 사람들이 나와 담소를 나누고 있고, 어디론가 떠날 채비를 하고 있다.

버스는 마을을 한 바퀴 돌아 나와 다시 달리기 시작한다. 이제는 호수에 요트까지 떠 있어 사람들의 시선을 잡아둔다. 노 젓는 배를 탈 수 있는 곳도 있다. 그러나 사람들은 내릴 생각이 없다. 이 많은 사람들은 도대체 어디를 가고 있는 걸까? 물어볼까 하다 꾹 참았다. 멀리 예사롭지 않은 풍경이 차창으로 펼쳐졌기 때문이다.

버스가 호수 끝에 이르자 사람들이 급히 일어나더니 우르르 내린다. 우리도 서둘러 내렸다. 버스는 마을에 사람들을 내려놓고 어디론가 슥 가버린다. 가는 방향을 보니 이곳이 종점은 아니었다. 버스에서 내린 곳은 마자로 라는 마을이었는데, 아주 한적하고 조그만 마을이다.

표를 파는 곳 외에 눈에 띄는 별다른 것이 없다. 사람들이 가는 곳으로 따라가 보았다. 마을을 돌아 호숫가에 있는 산길로 들어선다. 산길은 비포장 길이었는데 자동차가 다닐 수 있을 만큼 넓다.

호수 주변에 이르렀다. 붉은색의 꽃들이 무더기로 피어 있다. 쪽빛의 호수 색과 너무 잘 어울린다. 여기에 돛단배까지 떠 있으니 환상의 궁합이 되고 만다. 누구라도 이 길을 걷노라면 영화의 주인공인 양 우쭐해질지 모른다. 앞장서 걷는 막내 폼이 그렇다. 발걸음에는 이미 흥이 묻어 있고 카메라가 절실히 필요하다는 몸짓이다.

바비큐 시설은 없지만... '힐링 야영장'

▲ 호수 그림같이 펼쳐닌 호수가에서 막내가 팔을 벌려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임재만
산으로 들어가는 곳에는 조그마한 주차장이 있고, 차들이 빼곡히 들어서 있다. 숲은 우거져 있어 산속을 들여다볼 수가 없다. 호숫가로 나 있는 넓은 산길로 사람들이 오갈 뿐이다. 도대체 이곳에 뭐가 있는 걸까! 호기심이 발동하여 걸음을 재촉했다. 얼마 걷지 않아 곧 궁금증이 풀렸다.

사람들이 찾아간 곳은 호수가 잘 보이는 산속에 위치한 야영장이었다. 그곳에는 텐트와 천막이 이미 가득 들어서 있다. 야영장은 크지 않았으나 자연을 훼손하지 않고 최소한으로 이용하려는 마음을 읽을 수 있다. 바비큐 시설은커녕 세면시설도 없다. 조그만 관리실과 화장실이 전부다. 한국의 야영장에 비해 초라해 보였으나 주변 환경이 깨끗하고 풍경이 참 좋아 힐링 장소로 그만이었다.

다시 버스를 타고 생모리츠역으로 나왔다. 오후 두 시가 넘어서고 있다. 다행히 기차가 기다리고 있어 바로 출발할 수 있었다. 4시간 동안 기차를 타고 취리히로 이동했다. 취리히로 가는 길은 산촌에서 도시로 나오는 느낌을 준다. 산이나 호숫가에 눈에 띄게 집들이 많아지고 도로를 달리는 자동차들도 많다.

여섯 시가 넘어 취리히역에 도착했다. 역은 서울역만큼이나 크고 넓다. 어디가 어딘지 금세 분간하기 어렵다. 중앙역에서 나와 도심으로 향했다. 도로에는 사람들로 넘쳐나고 대중교통인 트램(전차)이 수시로 지나가며 사람들의 이동을 방해한다. 트램은 거미줄처럼 연결되어 있다. 취리히는 스위스의 최대 경제 도시답게 화려하고 생기가 넘친다.

주변에는 중국음식점도 있고 일식집도 있다. 그러나 한식집은 잘 보이지 않는다. 혹시 있을까 싶어 마트 직원에게 물어보았더니 얼마 전에 문을 닫았다 한다. 한국 음식이 이곳 사람들에게는 별 인기가 없는 모양이다.

일식을 먹을까 하다 중국음식으로 저녁을 먹었다. 지하상가에 있는 음식점인데 우리나라와 비슷한 풍경이다. 철판에다 갖가지 요리를 해놓고 주문을 받고 있다. 보기만 해도 침이 넘어간다. 돼지고기와 감자 볶음요리를 먹었는데 꽤 먹을 만하다. 같은 동양지역 음식이라 그런지 입맛이 살아난다.

밤 8시가 넘어 트램을 타고 공항 근처에 있는 숙소로 이동했다. 숙소까지는 30분이 넘게 걸렸다. 트램은 보통 차량 2~3대가 연결되어 있는데 시내버스보다 속도가 느리다. 취리히에서는 트램이 지하철과 버스를 대신해 시민의 발이 돼 주고 있었다.

길지 않은 여행이었지만 무사히 여행을 마칠 수 있어 다행이다. 서툰 영어로 자유여행을 하다보면 뜻하지 않은 문제가 생겨 어려움을 겪을 때가 있는데,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아 즐겁게 여행을 할 수 있었다.

좀 욕심을 부린다면 스위스 사람들이 어떻게 사는지 그들의 생활공간으로 깊숙이 들어가 체험해보고 싶었으나 그럴 기회를 얻지 못해 아쉬움이 남는다. 하지만 자연을 지극히 사랑하는 스위스 사람들에게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어 감사할 따름이다.

여행일정 : 인천 ? 취리히 ? 루체른 ?리기산 ? 인터라켄 ? 하더쿨룸 ? 융푸라우요흐 ?체르마트 ? 마터호른 (수네가) - 빙하특급 ? 생모리츠 ? 취리히 -인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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