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총 장난·실수 vs 고의성 의심.."연거푸 과실 의문"

신희은|이원광 기자|기자 2015. 8. 28.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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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득 어려운 사건 상황에 유가족·동문 등 "미필적 고의 적용 검토해야" 주장

[머니투데이 신희은 기자, 이원광 기자] [납득 어려운 사건 상황에 유가족·동문 등 "미필적 고의 적용 검토해야" 주장]

지난 25일 서울 구파발 군경합동검문소 총기사고를 낸 피의자 박모 경위(54)에 대해 경찰이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한 것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27년 경력의 박 경위가 규정을 어겨 실탄을 장전하고 직접 고무(잠금장치)를 제거한데다 숨진 박모 상경(21)의 가슴을 겨눠 방아쇠를 당긴 점, 평소 우울증을 앓았던 전력 등 업무상과실치사로 보기에는 석연치 않는 부분이 많다는 이유에서다.

박 상경의 유가족과 동국대 동문, 군인권센터 등은 박 경위에 대해 미필적 고의 혐의로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경찰은 그러나 추가 조사에도 아직까지 살인의 고의성과 관련한 정황을 포착하지는 못했다는 입장이다.

◇반복된 '과실'"장난·실수로 보기엔 석연찮은 구석"

경찰에 따르면, 사건 당시인 지난 25일 오후 4시52분쯤 박 상경은 동료 의경 2명과 생활관 의자에 앉아 간식으로 빵을 먹고 있었다. 마침 근무 교대를 마친 박 경위가 생활관 문을 열고 들어왔다. 박 경위는 "나 빼고 간식먹네. 한줄로 서봐"라며 가지고 있던 권총을 꺼내 박 상경 일행을 향해 겨눴다.

의경 2명은 침대 쪽으로 숨는 시늉을 했고 박 상경은 움직이지 않았다. 박 경위는 방아쇠의 고무를 제거하며 "진짜 뺐다"라고 말했다. 이후 "총은 이렇게 나가는거야"라며 방아쇠를 당겼다. 총구는 박 상경을 향한 채였다. '빵'하는 총성이 울리자 숨어 있던 2명의 의경은 놀라 박 상경을 돌아봤고, 박 경위는 "안돼"하고 소리를 지르며 울부짖었다. 박 상경은 병원 도착 후 사망 판정을 받았다.

박 상경과 함께 근무했던 의경들은 경찰 조사에서 "올 봄 정도에 박 경위가 권총으로 장난을 친 적이 있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상경의 아버지 박모씨(57)도 "휴가 나온 아들로부터 '박 경위가 자꾸만 총을 겨누며 장난을 친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사고 이후 박 경위가 2009년부터 2010년까지 세 차례 우울증 약을 먹었고 2010년부터는 증상이 완화돼 불안장애 약을 복용해온 사실이 알려졌다. 또 38구경 권총 약실 첫 칸은 비워두고 두번째 칸에 공포탄, 세번째 칸부터 실탄을 채우는 규정을 지키지 않았으며 사고 직후에도 경찰 조사에서 권총 작동법을 제대로 진술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망 가능성 알고도 쐈다면 미필적 고의…면밀히 조사해야"

전문가들은 박 경위의 단순 실수라고 보기에는 과실이 여러 차례 반복됐고, 우울증·불안장애 증상을 앓은 전력이 있는 점 등으로 미뤄 살인의 고의성을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민주화를 위한 변호사모임 소속 박주민 변호사는 "업무상과실치사는 살인에 대한 고의가 전혀 없었고 실수였다는 취지인데 유가족들이 보기에 이상한 부분이 많아 납득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잘못된 권총 장전, 고무장치 제거, 치명적 부위에 겨눈 총, 장난삼아 방아쇠를 당긴 것 등 고의가 없었다고 보기에는 여러 가지 과실이 반복되는 게 이상하다"고 지적했다.

또 "장난으로 인식했다는 현장 의경들의 진술, 사고 직후 박 경위가 울부짖었다는 점, 실수였다는 주장 등에 근거해 박 경위의 행위를 업무상과실치사로 판단하긴 어렵다"며 "우울증 등의 병력은 심리적인 불안 상태가 지속됐다는 근거인데, 원인과 종류, 정도 등에 대해 면밀히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법무법인 한길 소속 문정구 변호사는 "피해 당사자가 사망한 상황에서 피의자가 실수라고 주장하면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도 입증이 쉽지 않다"며 "살인죄로 구속영장을 신청하면 기각될 우려도 있어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구속 수사하면서 구체적인 혐의를 입증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 은평경찰서는 박 경위와 당시 생활관, 근무지에 함께 있었던 의경 3명을 비롯해 검문소 소속 전의경, 직원들, 헌병 등에 대해서도 조사를 확대 진행하고 있다.

신희은 기자 gorgon@mt.co.kr, 이원광 기자 demia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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