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만 옷을 입은 공동주택, 망고스틴

취재 김연정 사진 변종석 2015. 8. 28.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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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화곡동, 유년시절 추억이 가득한 이곳에 집을 지었다. 나 혼자가 아닌 다른 이들과 함께 어울려 살 수 있는 집. 까만 외관 속 옹기종기 모인 모습은 과일 망고스틴의 형태를 그대로 닮아 있다.

"망고스틴은 단단한 껍질을 가진 달콤한 망고 맛의 열대과일이죠. 집 또한 외부로부터 가족을 보호하는 단단한 껍질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해 처음부터 '망고스틴'이란 이름이 딱 떠올랐어요."

망고스틴은 공동주택이다. 오랜 기간 대지에 자리했던 30평 단독주택을 허물고, 연면적 140평에 네 가구가 함께 사는 집을 계획했다. 팔을 걷어붙이고 직접 시공에 나선 건축가 이재경 씨는 이 집의 건축주이자 입주자이다. 그에게 망고스틴은 사무실을 연 후 작업한 첫 집, 그리고 어린 시절의 대부분을 보낸 땅 위에 지은 신혼집이란 점에서 그 의미가 남다르다.

건물의 디자인은 단순하게 접근했다. 70평의 토지에서 긴 변을 4로 나누어 각각 분할하고 꽉 찬 사각형 박스를 만든 후, 45도 각도의 지붕을 만들었다.

"땅 모양에 맞추어 잘라낸 형태로 큰 틀이 정해졌어요. 복잡하지 않으면서도 다른 삶을 가질 수 있는 집의 이미지를 만들려 했죠."

일단 이름에 걸맞게 짙은 색의 겉옷을 입혀주었다. 내부는 과일의 부드러운 속살처럼 흰색과 재료의 고유색을 사용했다. 거주자의 편의를 위해 '내 집 앞 주차'를 할 수 있도록 필로티를 만들어주었고, 6m 가량 뽑아낸 필로티는 벽이 없이 날렵한 볼륨이 되어준다.

가족이 변화하는 것에 맞춰, 사는 동안 함께 변해가는 집을 만들고 싶었다. 부분적으로 뜯어내 쉽게 내부를 변경할 수 있고, 가족의 생활환경에 맞춰 보이드를 채우거나 다른 가구를 설치할 수 있도록 한 점 또한 입주자 위한 배려이자 변화를 고려한 사항들이다. 가족의 손때가 묻어 따뜻한 내부가 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미송, 스테인리스, 콘크리트 등 내부에 쓰인 마감재는 본연의 느낌을 그대로 살렸다.

재경 씨가 망고스틴에서 가장 집중한 것은 '주거의 본질'이었다. 대개의 아파트와 빌라는 수평의 공간을 벽과 문으로 분할해 사용하는 방식으로 공간의 개성 없이 최고의 방과 최악의 방이 공존하게 된다. 집은 마음과 공간을 열고 많은 대화와 서로의 행동을 조율하는 과정을 거쳐 만들어져야 제대로 된 가족의 삶을 담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기존 다가구주택의 평면이 아닌 다른 삶의 방식을 찾고자 했고, 이를 위해 주거공간의 구조부터 다시 생각하였다. 수평적인 구조에서 방을 만들기 위해서는 벽과 문이 필수지만 단절의 가능성을 주기 때문에, 망고스틴의 경우 스킵플로어를 이용한 수직적인 구조를 적용했다. 반 층씩 바닥을 엇갈려 올리는 스킵플로어 방식은 벽이나 문 없이 공간을 구획하면서도 서로 연결되어 있는 구조이다.

• Master's Say 이재경 씨

"서로 도우며, 함께 어울려 사는 것이 제 바람이죠"

대한민국 절반의 인구가 살고 있는 서울에서 30평 단독주택에서 사는 것은 쉽지 않다. 마당을 가진 단독주택들이 주를 이루었던 과거와 달리, 대부분의 인구가 아파트에 살게 되었고 단독주택지구는 다가구주택 등으로 채워졌다. 집중된 인구를 한정적인 땅으로 밀어 넣기 위해 밀도를 높인 것이 결국에는 삭막한 공간을 만들게 된 계기가 아니었을까 싶다. 이런 도시에서 마을의 개념을 찾기란 어려운 일이다. 마을을 갈아엎고 올라선 공동주택에서 공동체는 살아있다고 보기 힘들다. 이 같은 문제를 조금이라도 해결하기 위해 주거에 대한 문화부터 바꾸어야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거는 부동산이 아니라 내 가족을 위한 휴식처, 이를 위해 끊임없이 가꾸고 돌봐야 하는 공간으로 인식하는 것이 필요하다.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는 바로 '땅 값'이었다. 공동주택이 생겨난 계기라고도 할 수 있는 문제다. 동시에 앞서 제기한 문제도 해결해야 했다.

일단 해결책으로 제시한 것이 70평의 땅을 4분할을 하는 것이었다. 또 다른 문제인 '주거에 대한 인식 변화'를 위해서는 각 집이 그 가족의 정체성을 닮아 변할 수 있어야 하며 독립성을 인정받아야 한다고 생각하여 독립된 출입구와 서로 다른 창문을 디자인하였다. 또한 공동체로 인식될 수 있도록 전체를 아우르는 하나의 이미지 안에 담고자 했으며, 공동의 마당을 만들었다.

망고스틴에서 함께 어울려 사는 것을 꿈꾸었다. 불편할 수도 있지만 서로 도우며 또 도움 받으며, 희노애락을 공유하며 어울려 살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이 집, 망고스틴을 만들었고 현재 그곳에서 아내와 살고 있다.

"한 세대에 지하 1층부터 다락방인 4층까지, 지하와 다락의 장점을 모두 가진 개성 있는 공간들을 담으려 했어요. 끊어져 있는 듯 연결된 구조로 가족들은 각 공간을 통해 서로 많이 만나게 되고 함께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죠."

모두 네 가구가 함께 지내게 될 망고스틴의 집들은 각각 크기와 디자인에서 조금씩 차이가 있다. 또한 서로 다른 분위기로 가족들만의 공간을 나타낼 수 있다. 내부에서도 변화의 가능성을 열어두었는데, 이는 가족구성원의 변화 또한 반영할 수 있는 중요한 부분으로 부부가 둘만 살 때의 공간 구성과 아이가 생겼을 때 공간 이용이 완전히 달라짐을 고려한 것이다. 이런 변화를 수용하고 개성 있는 공간을 만들기 위해 보이드가 계획되었다. 계단실의 보이드, 슬래브 끝의 보이드 등은 독창적인 가구배치와 공간의 확장을 할 수 있게 도와준다.

얼마 전, 그는 지하층으로 사무실을 옮겼다. 처음 망고스틴을 계획했을 때부터 '육아문제'를 고려해 생각했던 재택근무를 실행한 것으로, 수직적인 구조 덕분에 주거영역과 구분되는 독립적인 작업공간을 마련할 수 있었다.

망고스틴의 시작은 새로운 삶의 형태를 취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욕구와 무관하지 않다. 끈끈한 유대감을 기반으로, 독점이 아닌 소통에서 새로운 기회와 가능성을 찾는다. 좀 더 다른 방식의 삶을 시도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망고스틴은 더욱 반가운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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