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정명훈 "서울시향 예술감독 내려놓겠다" 발언 진의는?

이재훈 2015. 8. 28.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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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정명훈(62) 예술감독이 감독 자리를 내려놓겠다고 밝힌 '진의'가 무엇인지 궁금증이 일고 있다.정 감독은 27일 조선일보와 한 인터뷰에서 서울시향 감독 자리를 내놓겠다며 올 연말 계약 기간이 끝나는 해당 직에 대한 "재계약 서류에 사인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 박현정 전 서울시향 대표이사가 막말·성희론 논란으로 서울시향 사무국 직원·단원들과 갈등을 빚으면서 동시에 정 감독에 대한 고액 연봉 논란, 항공료 횡령 의혹 등이 불거졌다.

정 감독이 이에 대해 수차례 해명하고 서울시가 "정 감독 위법 없음"으로 결론내렸으나 일부 시민단체 등이 정 감독을 횡령 의혹으로 고발(수사 진행)하면서 여진이 이어졌다.

정 감독은 이에 대해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조선일보 인터뷰에서 "가만히 있었더니, 엉뚱하게 일이 돌아갔다"고 했다.

정 감독의 의사와 무관하게 서울시향은 계약 연장 의지를 재차 밝혔다.

서울시향 관계자는 28일 "정명훈 예술감독과 계약에 대해 논의가 진행 중인 상황으로 9월 중으로는 마무리 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최근 임명된 최흥식 서울시향 대표도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정 예술감독과 재계약을 "9월말까지는 결정할 것"이라고 알렸다. "현재 계약된 부분들에 대해 최우선적으로 논의를 하고 있다"며 이같이 전한 바 있다.

◇정 감독, 발언 철회 가능성은?

정 감독은 서울시향이 재단법인으로 출범한 지난 2005년 예술고문으로 영입된 뒤 2006년 예술감독 겸 상임지휘자를 맡아 이 오케스트라를 아시아 정상급으로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120년 역사의 세계적인 클래식 음악 축제인 BBC 프롬스에 지난해 8월 국내 오케스트라 최초로 초청을 받아 연주해 호평 받았다. 서울시향이 발매한 음반 '진은숙 3개의 협주곡'(도이치 그라모폰)은 '국제클래식음악상'(ICMA)과 'BBC 뮤직 매거진상'을 받기도 했다.

정 감독은 이러한 공로를 인정 받아 서울시향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인물로 클래식계에서는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무엇보다 올해 재단법인 10주년을 맞았는데 단체에 상징과도 같은 정 감독을 잃을 수 없다는 것이 서울시향의 의지다.이에 따라 서울시향은 9월까지 예정됐던 정 감독과의 재계약 절차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정 감독이 사인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음에도 재계약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이유는 그에 대한 서울시향의 애정이다. 이날 인터뷰는 정 감독이 답답한 심정을 토로하다 감정이 격해진 탓에 한 발언으로도 해석할 여지가 있다.서울시향 관계자도 이날 "조선일보 기사는 정명훈 예술감독의 본인의 심경을 밝힌 것으로 보인다"며 "서울시향은 정명훈 감독의 서울시향에 대한 책임감과 애정에 대해 확신하며 추가적인 대화를 통해 계약에 대해 협의하고 결과가 도출되는대로 알리겠다"고 전했다.

◇정 감독·서울시향 재계약의 조건은정 감독은 올해 초부터 공개적으로 서울시향 콘서트홀 계획·서울시 예산지원을 계약조건으로 내세웠다. 서울시가 이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확인해주면 그가 마음을 돌릴 가능성도 크다.

재계약을 앞두고 자신의 답답한 심정을 토로해 자신이 원하는 바에 더 힘을 싣으려고 하는 의도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일부 시선도 있다.

특히 클래식 밖에서 문제로 지적한 정 감독의 연봉 문제도 그가 스스로 해결하고 나섰다. 정 감독은 조선일보 인터뷰에서 "서울시향과 청중들이 원한다면 이미 약속한 공연 지휘는 계속하겠지만, 지휘료는 나를 위해 한 푼도 쓰지 않고 서울시향 발전과 유니세프 지원 같은 인도적 사업에 내놓겠다"고 했다.

실제 정 예술감독의 명성에 비하면 그가 받는 돈은 많다고 할 수 없다. 미국 오케스트라정보사이트(adaptistration)와 LA타임스 등에 따르면 2011·2012 시즌에 시카고 심포니의 리카르도 무티 217만달러(약 24억원), 샌프란시스코 심포니의 마이클 틸슨 토마스가 203만달러(22억원) 등을 받았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정 예술감독이 과연 무티와 토마스 같은 세계적인 거장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수준인지 의문을 제기한다.

영국의 세계적인 클래식 음악평론가인 노먼 레브레히트가 지난해 7월 자신의 홈페이지에 게재한 칼럼을 보면 어느정도 가늠이 가능하다. 그는 이탈리아에서는 법에 의해 지휘자들이 1회 공연에 최대 2만5000유로(약 3300만원)까지만 받을 수 있다면서 정명훈과 무티 등이 최고등급에 해당된다고 설명했다.

클래식 관계자는 "정 감독이 해외의 유수 오케스트라의 러브콜에도 조국에 봉사한다는 신념으로 서울시향을 지휘해왔는데 예상치 못한 대접에 섭섭해왔다"고 전했다.

우선 일부 시민단체가 정 감독의 업무비 횡령 혐의에 대해 고발해 진행 중인 경찰의 수사가 끝나야 재계약에 대한 논의가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박 전 대표가 자신의 퇴진을 요구한 호소문에 이름을 올린 사람들이 당사자가 맞는지 확인해달라는 '진정서'를 경찰에 내 사무국 직원에 대한 경찰 조사가 진행 중인데 이 역시 서울시향 입장에서는 털고 가야할 부분이다.

11월 정 감독이 독일 유명 오케스트라인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와 함께 북한 평양을 방문해 연주하려는 계획은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남북 고위급 회담과 맞물리며 청신호가 켜진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 연주가 성사되면 정 감독의 위상은 한층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정 감독은 앞서 평양에 두 차례 방문했다.정 감독이 당장 서울시향 포디엄에서 내려오는 건 아니다. 올해 말까지는 계약이 돼 있고 12월 송년콘스트 지휘까지 예정돼 있다. 우선 28·29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예정된 무대에 지휘자와 피아니스트로 무대에 오른다. 9월6일에는 올림픽공원에 열리는 파크 콘서트를 지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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