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형인 명부 오기로 투표권 박탈..국가 배상 판결
(대전=연합뉴스) 한종구 기자 = 공무원이 수형인 명부를 잘못 입력해 투표권을 행사하지 못했다면 국가가 배상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전지법 제3민사부(송인혁 부장판사)는 수형인 명부의 오기로 투표권을 행사하지 못한 장모(68)씨 부녀가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들에게 각각 2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장씨는 2009년 충남교육감 선거 과정에서 선거유사기관을 설치하고 허위로 부재자 신고를 한 혐의(옛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 위반) 등으로 기소돼 징역 1년의 실형이 확정됐다.
장씨의 딸은 사문서 변조와 금품 제공 등의 혐의로 기소돼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확정받았다.
그러나 대전지검 천안지청 직원이 이들에 대한 수형인 명부 작성 과정에서 공직선거법 위반죄로 형이 확정됐다고 잘못 입력했고, 잘못된 정보가 장씨 부녀가 사는 지방자치단체로 송부됨에 따라 이들은 '선거권 없는 자'가 됐다.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징역형 또는 집행유예를 선고받을 경우 10년간 피선거권과 선거권이 제한되기 때문이다.
장씨 부녀는 이러한 사실을 알지 못한 채 지난해 투표를 하러 갔다가 선거인 명부에 등재되지 않아 투표하지 못했다.
장씨 부녀는 공무원이 수형인 명부를 잘못 입력했다며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수형인 명부를 잘못 입력할 경우 원고들의 선거권이 제한될 수 있음을 예견할 수 있음에도 옛 지방교육자치법 위반죄로 형을 선고받은 원고들에게 공직선거법위반죄로 기재함으로써 직무집행을 그르친 과실이 있다"며 국가 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이어 "원고는 선거권을 행사하지 못한 손해와 함께 정신적 고통을 받았을 것으로 보인다"며 "소속 공무원의 불법 행위로 인한 원고가 입은 정신적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다만 "장씨 부녀도 선거 공보물 발송 여부와 선거인 명부 등재 여부 등을 확인하지 않는 등 부주의한 점 등을 고려해 위자료를 정했다"고 덧붙였다.
jk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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