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금방 따라갈게"..총기사고 박상경 '눈물의 영결식'

김민중 기자 2015. 8. 28.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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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제복 놓지 못한 어머니..유가족 "그 총을 대신 맞고 싶다"

[머니투데이 김민중 기자] [아들 제복 놓지 못한 어머니…유가족 "그 총을 대신 맞고 싶다"]

27일 오후 8시, 서울 구파발 검문소 '총기사고'로 숨진 박모 상경(21)의 시신이 놓인 서울 노원구 공릉동 원자력병원 장례식장. 박 상경의 어머니는 아들의 제복을 가슴에 품은 채 쓰러져 눈을 뜨지 못했다.

박 상경의 입관은 이날 오후 3시에 치러졌다. 아들이 관 안으로 옮겨졌을 때 어머니는 비닐에 싸인 아들의 제복을 가슴으로 안았다. "평소에 용돈 넉넉히 못 줘 미안해"라고 울부짖었다. 관이 닫히며 어머니도 눈을 감았다. 아들이 컴컴한 관 속으로 들어가며 어머니도 스스로를 어둠 속에 가뒀다. 아들의 제복은 그 후로도 어머니 가슴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쓰러진 어머니를 아버지와 여동생, 큰아버지, 고모 등 가족들의 울먹임이 둘러 감쌌다. 아버지는 "아들아, 좋은 데 먼저 가 있어. 금방 따라 갈게"라고 했다. 여동생은 "오빠 사랑해. 너무 사랑해. 다음 생에 태어나도 다시 만나. 내가 더 잘할게"라고 했다. 큰아버지와 고모는 입을 떼지 못한 채 눈물만 흘렸다.

이날 밤 늦게까지 조문 행렬은 이어졌다. 강신명 경찰청장은 저녁쯤, 구은수 서울지방경찰청장은 오전에 다녀갔다. 총기사고 현장이 지역구인 이재오 새누리당 의원도 다녀갔다. 유명인들의 이름이 적힌 큼지막한 조화도 하나둘씩 빈소 주위에 놓였다. 박 상경이 수경으로 진급한다는 소식도 들렸다.

하지만 20대 꽃다운 청년이 세상을 떠난 사실에는 변함이 없었다. 박 상경의 고모는 "사람 죽은 다음에 이런 것들이 다 무슨 소용이냐"고 흐느꼈다.

박 상경은 지난 25일 오후 5시쯤 서울시 은평구 진관동 구파발 군경합동검문소에서 근무 중 사망했다. 경찰은 함께 근무하던 박모 경위(54)가 자신의 38구경 권총을 꺼내 박 상경을 향해 방아쇠를 당겼다고 발표했다. 이유는 "장난삼아" 였다. 경찰은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했다. 업무상 주의를 게을리 해 실수로 사람을 죽음에 이르게 했다는 결과였다.

아버지와 여동생이 말을 잃은 사이, 큰아버지와 고모가 기자에게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큰아버지는 "조카를 쏜 가해자는 평소 불안신경증과 우울증을 앓았고, 총을 쏘기 전 고무 안전장치를 뗐고, 총을 쏠 때 심장을 정확히 겨눴다"며 "이런 식(이 장난)이라면 누가 무서워서 아들을 군대에 보내겠나"고 했다.

고모는 박 상경 가족을 두고 "많이 벌지는 못하지만 오순도순 화목하게 살던 네 식구", "법 없이도 바르게 사는 여리고 착한 네 식구"라고 몇 번이나 되뇄다. 고모는 "아들 잃고 쟤들 이제 온전히 못 산다"며 "가해자가 다시 한 번 총을 쏜다면 조카 대신 살 날 얼마 남지 않은 내가 맞고 싶다"고도 말했다.

이튿날인 28일 오전 8시. 발인제가 열렸다. 망자가 먼 길을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치러지는 제사였다. 어머니는 내내 "내 아들 내놔"라며 오열했다. 제가 진행되는 와중에 고모는 홀로 떨어져 가슴을 치며 울었다. 박 상경의 모교인 동국대 교법사 진우 스님은 "박 상경이 갑자기 숨져 영혼이 많이 놀랐을 것"이라며 "다른 때보다 더 절실하게 기도해야 한다"며 유가족과 친지들을 달랬다.

8시30분 발인. 어머니는 더 이상 스스로를 지탱할 수 없었다. 휠체어에 실려 먼저 식장 밖으로 나왔다. 아들의 제복은 여전히 두 손으로 쥐고 놓지 않은 채였다. 얼마 후 박 상경도 경찰 의장대의 호위 속에서 빈소를 빠져 나왔다. 여동생은 손에 꽃을 쥔 채 뒤따랐다.

관이 운구차에 다가가자 어머니는 힘겹게 휠체어에서 일어섰다. 관이 실린 운구 차량의 트렁크 안으로 따라 들어갔다. 그리고 아들이 잠든 관을 끌어안았다. 울음은 쉬 그치지 않았다.

김민중 기자 minjo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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