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한 청춘들, 충(蟲)과 충(忠) 사이

입력 2015. 8. 28.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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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서경원ㆍ박혜림 기자]‘지옥같은 대한민국(헬조선) vs. 전쟁나면 참전하겠다’

17세기 프랑스의 유명 철학자 파스칼은 인간을 ‘생각하는 갈대’라 했지만, 2015년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청춘들의 모습은 ‘불안해하는 갈대’라는 표현이 가능해 보인다.

그들이 표출하는 여러 감정과 의사들이 전혀 상반된 것 같지만 궁극적으론 암울한 현실과 구름낀 미래에 따른 깊은 불안의식에 기인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최근 남북 대치시 부각됐던 젊은 세대의 투철한 안보의식이었다. 

나라를 위해 희생도 각오하겠다는 정신은 숭고한 것이지만, 한 꺼풀만 벗겨내 그 속을 들여다보면 전쟁에 동조하는 2030들 중에선 현실부정 욕구에 따른 충동성과 잠재된 분노를 표출하려는 심리를 읽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시 말해 특정 집단의 이름 뒤에 충(蟲·벌레) 자를 붙여 혐오 감정을 드러냈던 젊은이들이 참전도 불사하겠다며 국가에 대한 충(忠·충성심)을 보인 것이 같은 맥락이라는 것이다.

▶혐오·냉소의 일상화=우리나라에서 벌레 충이 처음 쓰이기 시작한 시점은 2000년대 초반이다. 뇌가 없는 벌레라는 의미로 특정 연예인을 비하해서 비롯된 ‘무뇌충’이 시초다.

그후 얼마간 사용이 없다가 의학전문대학원 학생들을 폄훼하는 표현으로 ‘의전충’이라 부르면서 다시 충자 붙이기 바람이 일기 시작했다.

그러다 비하나 폄훼의 표현으로 쓰이던 벌레 충은 점차 특색있는 일정의 무리들을 가리키는 은어적 표현으로 사용이 보편화된다.

보수사이트인 일간베스트 이용자들을 가리켜 ‘일베충’이라 부른데 이어 ‘페북충’(모든 일상을 SNS로 올리는 사람), ‘진지충’(뭐든지 진지한 사람), ‘토익충’(토익공부에 올인하는 사람) 등이 등장했다.

최근에는 공공장소에서 아이를 제대로 돌보지 못해 주변에 민폐를 끼치는 엄마들을 ‘맘충’이라는 표현을 붙여 논란이 되기도 했다.

젊은이들은 이같은 표현 방식은 보다 냉소적인 국가관으로 발전돼 ‘헬조선’이란 신조어가 나와 2030세대에서 유행하고 있다. 헬조선이란 ‘헬(hell·지옥)’과 ‘조선(朝鮮)’의 합성어로 ‘지옥 같은 대한민국’을 가리키는 자조적 표현이다.

일부 젊은이들 사이에서 이같은 부정적이고, 냉소적인 기류가 확산되는 것은 최근 살인적인 실업난과 무관치 않다. 

대한민국의 청년들은 취업난에 신음하고 있다. 지난달 우리나라의 청년 실업률은 9.4%로, 청년 10명 중 1명은 실업 상태다.

사상최악의 취업난에 대학 졸업후에도 부모와 같이 살거나 용돈을 받는 ‘캥거루족’은 51.1%에 달했다.

이 때문에 청년들사이에서는 취업, 결혼, 출산, 내 집 마련, 인간관계도 포기한 ‘5포 세대’를 넘어 이젠 꿈과  희망까지 접은 ‘7포 세대’라는 자조섞인 말까지 나온다.

▶불안할 ‘충’=하재근 문화평론가는 “젊은이들이 벌레 충자를 광범위하게 써 왔던 것엔 혐오와 자조의 뜻이 담겨 있었다”며 “‘맘충’ 등 특정 집단에 대해서도 이를 사용하지만 젊은 세대들이 취업도 안 되는 등의 현실에 대한 좌절감을 겪으며 써왔던 표현”이라고 말했다.

이어 젊은이들 사이의 신(新)애국주의에 대해선 “내부적으로 불안했을 때 외부에 점점 화가 나는 것처럼 젊은 사람들이 살기가 힘들어지니 더 적개심이 생기는 일환이라 볼 수 있다”며 “공격성을 분출할 대상이 필요했는데 이번에 북한을 그의 통로 역할로 삼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벌레 충이나 충성 충이나 결국 불안감과 불만족으로 인한 적대감을 바깥에 표출하는 것이란 공통분모를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임운택 계명대 사회학과 교수는 “젊은이들이 벌레 충을 붙여 사용하는 것은 인생의 전망이 불투명하고 암울하다보니까 남뿐 아니라 자기들에게도 무차별이고도 자조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것”이라며 “결국 현실이 그런 표현에서 반영되는 것인데 비관성과 불투명성이 주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에 나타난 애국심도 현실을 부정하고 싶은 시류적인 분위기가 섞여 있는게 아닌가 생각한다”며 “상황이 암울하기 때문에 큰 변화를 원하는 차원에서 그런 것으로 해석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신(新)애국주의, 순수한 시각도 필요”=젊은이들의 애국심을 순수하게 바라봐줘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강성윤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그동안 남북관계에서 북한에게 지속적으로 밀려왔다고 하는 감정이 누적된 상태에서 최근 우리 병사들이 신체적 손상이 가해지는 것을 보로 애국심이 자극돼 나타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국민안전처에 따르면 ‘2015 국민 안보의식 조사’ 결과 20대의 참전 응답 비율은 79%나 됐다. 30대도 72%가 전쟁이 직접 뛰어들거나 돕겠다고 응답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젊은 층이 애국심이 부족하고 국가 안보에 관심이 없다는 것은 과거의 고정관념"이라며 "북한의 계속된 도발과 우리 군사력에 대한 자신감이 만들어낸 변화"라는 분석을 내놨다.

하지만 임운택 교수는 “남학생들은 군대를 다녀와서 다시 군대 가는게 가장 큰 악몽일 텐데, 막상 전쟁이 일어나면 진짜 참전하게 될지에 대해선 회의적”이라고 말했다.

gi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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