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종인의 야구는 구라다] 로저스의 이상한 버릇 - 글러브 까딱

조회수 2015. 8. 28. 09:46 수정
음성재생 설정

이동통신망에서 음성 재생시
별도의 데이터 요금이 부과될 수 있습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번역중 Now in translation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다양한 분야의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를 카카오 플랫폼 곳곳에서 발견하고, 공감하고, 공유해보세요.

어제(27일) 마산 경기의 초점은 양쪽의 선발 투수들이었다. 리그 최고 수준의 매치업이었다. 특히 원정팀의 메시아로 추앙받는 에스밀 로저스가 여전할까 하는 기대감/궁금증이 높았다.그러나 역시 젊고 빠른 홈팀의 타자들은 만만치 않았다. 로저스에게 첫 패배를 안기며 공략에 성공했다. 6회에 잡은 단 한번의 찬스를 승부로 연결시키는 집중력을 과시했다.물론 와중에 판정 문제라는 중대한 변수가 있었다. 로저스는 3루심과 구심에 대한 불만을 숨기지 않았다. 특히 3루심이 놓친 체크 스윙은 볼넷-출루로 이어지며 결국 3실점의 시작점이 됐다.

하지만 판정에 대한 논란은 이미 다른 많은 글들에서 다뤄졌다. 여러 매체와 포털, 커뮤니티에서 넘쳐나는 의견들로 쟁점화 됐다. 굳이 하나를 더 보탠다는 건 <…구라다>의 흥미를 끄는 작업이 아니다.다만, 그럼에도 어떻게 '선동열급'으로 평가받던 완벽한 투수가 한꺼번에, 그것도 2사 이후에만 3점을 잃고 역전을 허용했나. 홈팀의 6회말에 또다른 요소는 없었나. 그 구성을 이뤘던 여러 팩터(factorㆍ인자) 중 하나에 대한 얘기다.

[6회 도루 2개, 조인성은 쏴보지도 못했다]

<…구라다>가 그 경기, 6회에 주목했던 것은 주자들이다. 아시다시피, 보셨다시피, 3득점 과정에서 2개의 2루 도루가 나왔다. 이종욱과 조영훈이었다.물론 다이노스는 리그에서 가장 빠른 팀 중 하나다. 그런 팀에게 2개의 베이스를 내줬다고 이상할 일은 없어 보인다. 하지만 특이한 점이 있다. 2개의 도루 모두 포수가 2루에 쏠 생각도 못할만큼 타이밍을 뺏겼다는 점이다. 이종욱은 그렇다쳐도 조영훈까지 말이다.

일단 이종욱을 먼저 살펴보자. 당시 1, 3루였다. 3루 주자야 어쩔 수 없다고 치자. 하지만 수비측은 1루 주자의 2루행만은 막고 싶을 것이다. 역전 주자이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그는 초구에 망설임 없이 스타트했다. 포수는 던질 엄두도 내지 못했다. 조인성인데도 말이다(구질은 몸쪽 빠른볼).그런 상황에서 공격측은 신중해지기 마련이다. 일단은 타자에게 맡기는 것이 정석이다. 어쨌든 4번 타자 아닌가. 그랬다가 볼카운트가 불리해지면, 1루 주자를 움직여 변수를 만드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럼에도 초구에 바로 스타트시켰다. 이건 그만큼 성공에 대한 확신이 있었다는 얘기다. 이후 홈팀의 의도대로 안타가 나왔다. 앞선 도루 덕에 2타점짜리가 됐다. 승부가 바뀌는 순간이었다.좋다. 이종욱은 그렇다 치자. 원래 능수능란한 주자 아닌가. 그런데 조영훈 차례에서는 의구심을 거둘 수 없다. 도루라고는 1년에 손꼽을 정도인 그가 2사 1루에서 스타트했다(올시즌 3호). 역시 살았다. 마찬가지로 조인성은 던져볼 엄두도 내지 못했다. 뭐가 있는 게 아닌가?

[세트 포지션의 특이한 버릇]

슬라이드 스텝(Slide Step)이 문제였나? 흔히 퀵 모션이라고 부르는 이 동작은 주자가 있을 때 투구 동작이다. 보통 1.3초 이내에 던져야 하는데, 로저스는 특별히 느린 편은 아니다. 그게 아니면 뭘까. 혹시 특정한 버릇이 노출된 건 아닐까.의심 가는 대목이 있다. 그의 투구폼을 자세히 관찰해 보시라. 아주 독특한 세트 포지션을 갖고 있다.

구분 동작으로 보자.①사인 교환을 끝낸 뒤② 양쪽 다리를 몇번 흔들흔들 하면서 자세를 잡는다③ 양손을 모아서 얼굴 앞에 잠시 멈춘다. 그리고 결정적인 것이 다음 동작이다.④ 포수에게 던지기 직전 글러브를 한번 '까딱' 하는 버릇이 있다.

상당수 투수들이 미세한 버릇을 갖고 있다. 견제구와 투구의 미묘한 준비 동작 차이 같은 것들이다. 만약 그걸 안다면 1루 주자의 스타트는 한결 수월할 것이다.사실 이 '글러브 까딱'은 그가 두번째쯤 등판했을 때 이미 웬만한 구단 전력 분석원들이 눈치 채고 있었다. 하지만 막상 실전에서 어느 정도 효력을 발휘할 지에 대한 검토 작업이 진행중이었다. 확인을 위한 관찰이 계속될 무렵 돌발 변수가 생겼다. 로저스의 세번째 등판인 라이온즈전(8월 16일)이었다. 6회에 출루한 박해민이 덜컥 견제구에 낚인 것이다. 그때도 글러브를 분명히 '까딱' 했는데 포수가 아닌 1루수에게 공을 던졌다(어제도 1회에 김준완의 2루 도루가 실패).

아마도 로저스 스스로도 이 점에 대한 인식이 있는듯했다. 어쩌면 그걸 역으로 이용하는 것일지 모른다는 추측도 가능했다. 때문에 그 버릇에 대한 신뢰도는 별로인듯 보였다.하지만 다이노스의 정보에 대한 해석력은 더 깊은 곳까지 진행됐다. 긴장감이 심해질 때, 흥분했을 때, 심각한 위기에 몰렸을 때 ; 그런 '감정적으로 특별한 상황'이라면 '나쁜 버릇'은 분명히 재발할 것이라는 점 말이다.

[공략법은 한가지로 완성되지 않는다.]

실전에서도 그랬다. 그는 핀치가 되자 공격적인 피칭을 계속했다. 일정한 투구 간격을 갖고, 똑같은 투구폼(까딱한 뒤)으로 타자와 승부에만 몰입했다. 단 1개의 견제구도 던지지 않았다. 이글스 벤치나 포수 역시 한번도 타이밍을 끊고, 쿨-다운시켜주지 않았다.그 점은 확실하다. 로저스 정도 레벨의 투수라면 절대 간단치 않다. 어느 한 가지 문제를 파고들어서 공략한다는 게 불가능하다. 여러가지 복합적인 요소를 동원해야 비로소 대응책이라는 게 만들어질 것이다.

어제 경기도 마찬가지다.▶ 다이노스 타자들은 초반부터 집중적으로 투구수를 늘리는 데 주안점을 뒀다. 초구를 친 타자가 거의 없을 정도였다.▶ 그리고 자주 타이밍을 끊었다. 투구 간격이 빠른 그의 호흡에 끌려가지 않기 위해서였다.▶ 우연치 않게 투구수 100개를 넘어갈 무렵 판정의 도움도 있었다.▶ 여기에 나쁜 버릇을 파고든 공격적인 주루플레이가 작용했다. 이런 여러가지 다양한 요소들이 어우러졌기 때문에 난공불락의 요새를 무너뜨릴 수 있었다.

참고로 앞으로 로저스의 등판 때는 어떻게 될까. 아마도 그 버릇은 더 이상 이슈가 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이글스도 분명히 이 점을 알고 있을 것이고, 틈틈이 보강시킬테니 말이다.

백종인 / 칼럼니스트 前 일간스포츠 야구팀장

[외부필자의 칼럼은 Daum스포츠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이 콘텐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