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독학' 케냐 청년, 10여년만에 '마의 90m' 투창 꽂다

윤태석 입력 2015. 8. 28.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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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간스포츠 윤태석]

유튜브 동영상을 보며 창던지기를 독학한 거구의 케냐 청년이 '투창 왕국'의 심장에 창을 꽂았다.

케냐의 줄리우스 예고(26)는 26일(한국시간) 베이징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제15회 베이징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남자 창던지기에서 92m72cm를 던져 깜짝 1위에 올랐다. 예고의 우승은 이변 중에 이변으로 받아들여진다.

육상 단거리부터 중장거리까지 트랙 경기는 아프리카 선수들의 전유물이 된 지 오래다. 하지만 포환·원반·해머·창던지기 같은 투척 종목은 아직 백인들이 주름잡고 있다. 선천적으로 상체 근육이 발달한 유럽 선수들이 늘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특히 창던지기는 핀란드나 체코, 노르웨이 등이 14번의 세계선수권 중 11개의 금메달을 싹쓸이할 정도로 초강세다. 지금까지 아프리카 국가에서는 창던지기 금은커녕 동메달도 한 번 나온 적이 없는 데 예고가 기적을 썼다.

트랙 종목의 케냐 선수들이 비쩍 마른 체형을 지닌데 반해 예고는 179cm에 95kg의 우람한 체구를 자랑한다. 그는 투창 불모지 케냐에서 오로지 스스로의 힘으로 실력을 연마해 꽃을 피웠다. 경기 후 공식 기자회견에서 예고는 "케냐에서 정상적인 창던지기 코치를 찾는 건 어렵다. 나는 유튜브 비디오를 다운로드 받아 그걸 보고 기술을 익혔다. 창던지기 세계챔피언이 되는 건 믿을 수 없는 일이다. 정말 기쁘다"고 활짝 웃었다.
예고가 챔피언이 되는 과정도 극적이었다.

예고는 6차시기 중 1차시기에서 파울을 범한 뒤 2차시기에서 82m42cm를 기록했다. 그리고 3차시기에서 무려 92m72cm를 던지는 기염을 토했다. 이어 4·5차시기는 건너뛰었고 6차시기도 파울이었다. 단 두 번만 던지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는 "92m 이상을 던진 뒤에 발에 통증이 있었다. 최대한 마음 편하게 하려고 했고 안전하게 경기하기 위해 그 이후엔 전력을 다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예고의 쾌거는 최근 10여 년 간 철옹성으로 여겨지던 90m의 벽을 깬 것이라 더욱 값지다.

창던지기의 전설은 올림픽 3연패(1992, 1996, 2000)와 세계선수권 3회 우승(1993, 1995, 2001)을 달성한 세계 신기록 보유자 얀 젤레즈니(49·체코·98m48cm·1996년)다. 젤레즈니가 2001년 에드먼턴 세계선수권에서 92m80cm로 정상에 오른 뒤 90m 이상을 던져 세계선수권 우승을 차지한 선수는 없었다. 예고는 결코 깨질 것 같지 않던 마의 90m를 넘어섰다. 2년 전 모스크바 세계선수권에서 아깝게 4위를 했던 한도 훌훌 털어냈다.

그는 "2년 전 나는 모스크바에서 동메달을 딸 수 있었지만 마지막에 러시아 선수가 나를 이겼다"며 "지금의 나는 더 강해져서 왔다. 나는 세계선수권을 위해 열심히 달려왔고 우승은 그에 대한 합당한 보상이다"고 미소를 지었다.

베이징(중국)=윤태석 기자 yoon.taeseok@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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