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는 취업난에 '한탕주의' 빠진 2030..범죄 늪으로

신희은 기자 2015. 8. 28.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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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개월새 인터넷범죄 피의자 '10명 중 6명' 30대 이하 청년.."가해자인 동시에 피해자로"

[머니투데이 신희은 기자] [5개월새 인터넷범죄 피의자 '10명 중 6명' 30대 이하 청년…"가해자인 동시에 피해자로"]

혹독한 취업난에 시달리는 20~30대 청년들이 보이스피싱·스포츠도박·성매매 등 각종 범죄의 타깃이 되고 있다. 일자리가 절실한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아는 20대가 이를 악용해 또래를 상대로 사기행각을 벌이는 등 수법도 지능화되는 추세다.

청년들이 스스로 피해자인 동시에 가해자가 되는 현실은 치열한 생존 경쟁 속에 손쉬운 돈벌이를 위해 불법도 마다하지 않는 '한탕주의'가 만연한 결과라는 지적이다.

◇'단순 가담'에서 '총책'으로…진화하는 청년범죄

최근 들어 20~30대 청년들이 인터넷을 활용한 각종 범죄에서 단순 가담자가 아닌 총책 등 주축이 되는 경우가 눈에 띄게 늘고 있다.

27일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3월부터 7월까지 5개월간 인터넷사기, 불법 스포츠도박, 신종금융사기, 아동 음란물 유포, 개인정보침해 등 5대 악성 사이버범죄 특별단속을 벌인 결과 검거된 피의자 1만798명 가운데 20대가 42.0%(4541명)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10대가 23.0%(2489명), 30대가 21.7%(2352명)로 뒤를 이었다.

특히 총책 등 죄질이 중해 구속된 피의자 454명 가운데 20대가 213명, 30대가 123명으로 청년층이 전체의 3분의 2를 넘어섰다. 오프라인에서 벌이는 범죄에 비해 사법당국의 감시망을 피하기가 용이하고 큰 돈을 만질 수 있다는 점에서 사이버 범죄에서 청년층이 차지하는 비중은 갈수록 높아지는 추세다.

경찰 관계자는 "해외에 서버를 두고 회원들을 유인해 도박사이트 주소를 바꿔가며 수십억 또는 많게는 수백억대 판돈을 굴리는 20대 운영자들이 증가하고 있다"며 "도박사이트 이용자도 대학생, 취업준비생, 사회초년생 등 청년층이 상당수"라고 설명했다.

성매매 범죄에서도 인터넷 애플리케이션을 통한 성매매 알선이나 모바일 메신저를 통한 조건만남 등이 늘면서 소위 '20대 포주'가 증가하는 추세다. 20대가 10대 가출 청소년을 모아 함께 생활하는 '가출팸(가출과 '가족'을 뜻하는 패밀리의 합성어)'을 꾸려 미성년자들에게 성매매를 강요하다 적발된 사례도 꾸준히 늘고 있다.

◇"20대 착취하는 20대"…지능화되는 범죄

청년층이 범죄 주축으로 부상하면서 당초 중장년, 노인층 중심의 범죄 타깃이 20~30대 또래를 타깃으로 한 '맞춤형' 범죄로 지능화되는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전날 서울중랑경찰서는 지난해 7~9월 모텔주인과 짜고 10대 여성 청소년 A양을 상대로 성매매를 알선하고 2000만원을 챙긴 혐의로 '포주' 이모씨(22)와 모텔업주 조모씨(49) 등을 입건했다고 밝혔다. 이씨는 가출해 살 길이 막막했던 A양에게 "돈을 벌게 해주겠다"며 성매매를 꼬고 꼬드긴 것으로 드러났다.

또 최근 경찰청은 구직사이트에 채용 광고를 올리고 일자리를 준다고 속여 계좌를 가로채 중국 보이스피싱 조직에 넘긴 관리책 황모씨(28)와 모집책 차모씨(27) 등 7명을 검거했다.

이들은 '일당 9만원'을 미끼로 이력서를 보내오는 20대 청년들에게 접근해 취업서류와 출입등록 명목으로 은행계좌와 비밀번호, 인출카드 등을 빼내 범죄에 이용했다. 일자리가 급했던 20대 221명은 또래의 치밀한 범행에 범죄자로 전락할 뻔했다.

실제 경찰이 3월29일부터 6월25일까지 보이스피싱 집중단속으로 3463건을 적발해 분석한 결과를 봐도 검거한 인출책 484명 가운데 20대가 45.0%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고 30대가 30.2%로 뒤를 이었다. 보이스피싱 피해자도 20대가 32.9%, 30대가 24.2%로 전체의 절반이 넘었다.

경찰 관계자는 "인출책 대부분은 '무직' 청년들로 처음에는 범죄인 줄도 모르고 돈이 필요해서 시작한다"며 "절박한 사람들을 상대로 한 범죄임을 알게 된 후에도 쉽게 돈을 벌 수 있다는 유혹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신희은 기자 gorgo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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