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화, 막을 순 없어도 늦출 순 있다

한국일보 2015. 8. 28. 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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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수명, 원시시대에 비해 8배 증가

오래 사는 것 보다 젊게 사는 것에 '관심'

늙지 않고픈 욕구 반영한 항노화 산업 '급성장'

노화에 얽힌 DNA의 비밀 '텔로미어'

인간의 수명은 계속해서 늘고 있다. 원시시대 사람들은 10년 정도를 살았고 기원 전후에는 20년이 평균 수명이었다고 한다. 조선시대는 보통이 30년 정도였고 당시로선 최고 수준의 관리를 받았을 법한 왕들 또한, 27명의 평균 수명이 46.1년에 지나지 않는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1970년 61.9세였던 한국인의 평균 수명은 1985년엔 66.8세로, 2010년엔 79.4세로 늘었고 현재는 82세에 가까워졌다.

'불로불사(不老不死)'를 꿈꾸던 진시황 시절에 비하면 현대인들은 네다섯 배 정도 더 오래 사는 게 가능해진 셈이다. 수명이 길어진 때문일까? 현대인들은 건강한 삶, 나아가 젊음을 오래도록 유지하는 데 지대한 관심을 갖고 있고 실제로 많은 노력과 비용을 들이고 있다. '불로'를 향한 열망이 진시황보다 더하면 더했지 결코 덜해 보이지 않을 정도다.

#안티에이징 열풍, '불로(不老)'의 꿈은 계속된다

이같은 바람에 부응해 최근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분야가 바로 안티에이징(Anti-Aging) 산업이다. 노화(Aging)를 늦추거나 노화증상을 완화하는 기술과 상품, 비지니스가 모두 안티에이징 산업에 해당한다. 의약품, 의료기기, 건강식품, 화장품은 물론 식이관리나 운동 등의 건강관리서비스, 모발 및 피부 등의 외모관리서비스도 모두 이 영역에 포함시킬 수 있다.

현대증권이 지난 2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안티에이징 시장은 2013년 기준으로 약 11.9조원 규모에 달한다. 연평균 10.1%씩 성장 중으로 2020년쯤엔 28조원 규모를 넘길 것이란 전망이다. 안티에이징 산업의 성장을 주도하는 분야는 시장의 75%를 차지하는 화장품과 같은 소비재들이다. 이어 의료 관련 분야가 18%, 기타 서비스 분야가 7% 정도를 점하고 있다는 추정이다.

보고서는 인구·사회적 요인에 기인해 안티에이징 산업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즉 고령화와 액티브 시니어의 부상, 여성의 사회진출 확대, 외모 중시경향 등으로 관련 제품 및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다는 것이다. 안정적인 자산을 바탕으로 건강과 젊음, 아름다움을 위한 투자와 지출이 늘면서 라이프스타일 자체가 변화하고 있다는 진단이다.

안티에이징이 글로벌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지점이다. 관련 상품에 대한 소비지출이 지역이나 문화, 인종적 특성과 관계없이 경제 수준에 따라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안티에이징 관련 품목과 사용 빈도가 늘면서 고기능성, 고감성 상품에 대한 수요는 한층 확대될 것이란 게 보고서의 예측이다.

실제로 안티에이징 제품 및 서비스는 융복합 트렌드와 기술 발전에 힘입어 갈수록 고도화되고 있다. 줄기세포, 유전자 분석 등에 힘입어 산업 영역이 하루가 다르게 확장되고 있고 IT기술이 접목되면서 스마트폰을 이용한 뷰티앱이나 피부진단기가 등장하는 등 새로운 비즈니스가 지속적으로 창출되고 있는 것이 좋은 사례다.

#안티? 다운? 슬로우? 결론은 '젊고 건강하게'

말 그대로 '항노화'를 뜻하는 안티에이징과 유사한 개념으로 최근에는 '다운 에이징' 혹은 '슬로우 에이징'이라는 용어도 빈번하게 등장하고 있다. 이같은 용어들의 의미가 그 누군가에 의해 공식적으로 정의 내려진 바는 없지만 일반적인 쓰임새는 아래와 같다.

'다운 에이징(down-aging)'이란 젊어 보이고 싶어 하거나 어린 시절로 되돌아가고 싶어 하는 욕망에 기반한 연령파괴 현상 혹은 유행을 뜻한다. 한층 직접적으로 산업적 의미가 부여돼 통용되고 있으며 주름살 제거 시술이나 주름개선 기능성 화장품, 원색의 컬러와 화려한 소품으로 꾸민 패션 등이 대표적 예로 제시된다.

'슬로우 에이징(slow-aging)'은 삶의 자세와 태도의 변화를 통해 자연스러운 안티에이징을 실천하자는 의미가 강해 보인다. 자기 자신의 모습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불만을 갖거나 자책하지 않으며 열정과 상상력, 유머감각을 되찾자는 식이다. 보다 구체적인 방법이라야 음식을 먹을 때 천천히 오래 씹어 소화기의 부담을 최소화하고 미각은 물론 후각, 촉각 등 온 몸의 감각을 자극해 게을러진 뇌를 깨우자는 정도다.

#의학계의 발견, '천천히 늙기' DNA에 답이 있다

관련해 의학계에 흥미로운 연구 성과가 있다. 바로 노화와 수명을 결정하는 DNA염기서열인 '텔로미어(Telomere)'의 발견이다. 우리 몸의 모든 세포는 핵을 가지고 있다. 또 모든 핵은 유전정보를 가진 DNA가닥을 갖고 있다. 그 DNA의 끝부분이 다름 아닌 '텔로미어'다.

텔로미어는 세포 염색체 말단이 풀어지지 않게 보호하는 역할을 하는데 세포가 한 번 분열할 때마다 조금씩 풀려 길이가 차츰 짧아진다. 이것이 곧 세포의 노화 과정이라는 것. 즉 텔로미어가 길게 유지되면 우리 세포와 신체는 건강을 유지할 수 있고 짧아지면 세포가 노화돼 질병을 일으킨다는 것이다.

이같은 사실을 밝힌 과학자들은 2009년 노벨 의학상을 수상했는데 최근에는 텔로미어를 길게 유지하는 데 좋은 식생활과 바른 생활습관이 큰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도 속속 보고되고 있다. 막연한 개념이 아닌 노화를 늦추고 수명을 연장하는 가장 좋은 방법으로서 '슬로우 에이징'이 과학적으로 검증될 날이 머지않은 셈이다.

김도현 뷰티한국 기자 kbeauty7243@beauty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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