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송평인]몰카 사회의 관음증
▷언제부터인가 TV에 리얼리티 프로그램이 등장하기 시작해 지금은 하나의 장르로 정착했다. 리얼리티 프로그램은 영화나 드라마 속의 ‘그럴듯한 현실’이 아니라 ‘현실 그 자체’를 보고 싶어 하는 시청자의 욕망에 부응한다. 하지만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현실도 따지고 보면 현실 그 자체는 아니다. 출연자들은 아닌 것처럼 하지만 카메라를 의식하고 있다. 정말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시청자들이 보고 싶어 했던 현실 그 자체는 몰래카메라 속에나 들어 있는지 모른다.
▷최근 26세 여성 최모 씨가 워터파크 여성 샤워장에서 샤워 장면을 몰래카메라로 찍어 음란물 유통 사이트에 팔았다가 구속됐다. 최 씨는 채팅 앱을 통해 만난 어느 남성으로부터 돈을 주겠다는 제안과 함께 휴대전화 케이스형 몰래카메라를 건네받고 185분 분량의 영상을 찍어 넘겼다. 그 영상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워터파크의 여성 샤워장을 훔쳐봤다. 영상에는 성인 전용 휴식 공간의 광고 전화번호가 나와 있다고 한다. 단순히 개인적 호기심이 아니라 사업적 동기에 의해 추진됐다는 게 더 심각한 측면이다.
▷얼마 전 드론 몰래카메라가 누드 해변을 촬영했다는 뉴스를 봤다. 이미 초미니 드론이 개발됐고 이 드론이 몰래카메라로 이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벌레나 곤충 형태의 드론이 창문 틈을 통해 몰래 들어가 촬영할 수 있는 날이 곧 올 것이다. 불쾌한 상상이지만 그에 대비해야 한다. 우리는 지금 겨우 몰래카메라의 초창기 시대에 살고 있을 뿐이다.
송평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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