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육상 트랙 선수는 왜 시계 반대 방향으로 뛸까?

김기범 2015. 8. 28. 00:22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 육상 트랙은 왜 시계 반대 방향으로 뛸까?

어찌 보면 이 당연한 질문에는 의외로 과학적인 정답이 숨어 있다. 육상 선수들 뿐 아니라 인간의 절대 다수는 오른손잡이다. 따라서 코너를 달릴 때 바깥쪽에 오른손과 오른 다리가 있어야 하는 것이 속도 조절에 더 유리하다. 이것이 첫 번째 이유.

또 다른 ‘가설’도 존재한다. 심장이 왼쪽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코너를 돌 때 자신의 심장을 안쪽으로 두고 싶어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조금 더 과학적 이론을 뒷받침하자면 심장이 오른쪽에 있으면, 즉 곡선을 달릴 때 우리의 심장이 바깥쪽에 있으면 밖으로 튕겨나가려는 힘, 원심력이 더 크게 작용하기 때문에 달리기에 불리하다는 것이다. 심지어는 지구 자전방향과 같기 때문에 반시계 방향으로 인간은 달린다고 분석한 학자도 있다. 믿거나 말거나.

다만 실제로 육상 역사에서 이 규정에 대한 논란이 일었던 건 사실이다. 1896년 1회 아테네올림픽은 육상 트랙을 시계 방향으로 돌도록 했다. 물론 육상 선수들의 거센 반발이 있었고, 그 결과 1913년 세계육상연맹에서 공식적으로 향후 ‘왼쪽 팔이 트랙의 안쪽에 위치하는’ 국제 공인 규정을 만들어 지금까지 사용하고 있다. 아직 이렇다할 불만은 없다. 아직도 전 세계 인류의 절대 다수는 오른손잡이이기 때문이다.

■ 200m와 400m 달리기에서 최고의 트랙 위치는?

직선 주로를 달리는 100m와 달리 200m이상부터는 곡선을 돌아야 한다. 따라서 선수들의 출발 지점이 달라진다. 1번 트랙은 안쪽에서 출발하는 대신 가장 뒤에 위치하고 그 반대로 바깥쪽 선수는 한참 앞에서 스타트한다. 그 거리의 차이는 치밀한 계산에 의해 동등하게 정해지지만 ‘명당 자리’는 따로 있다. 주로 3~6번 트랙에 가장 좋은 기록을 낸 선수들이 자리한다.

이것도 과학적인 이유가 숨어 있다. 가장 안쪽 트랙은 곡선의 휘어진 기울기가 가장 크기 때문에 원심력을 강하게 받아 불리하다. 반대로 바깥쪽은 원심력이 가장 적게 작용하긴 하지만 그만큼 곡선 주로를 길게 돌아야 하는 단점이 있다. 중간 트랙은 이 양 극단의 장점은 장점대로, 단점은 단점대로 흡수, 중화시키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선수들이 선호한다.

또 다른 이유는 심리적인 측면이다. 중간 트랙에 위치하면 앞에서 뛰는 선수들의 페이스를 따라갈 수 있는 동시에, 어느 정도 뒤에서 처진 선수들의 움직임도 체크할 수 있다. 물론 마이클 존슨, 우사인 볼트와 같은 200m의 전설들은 모두 이 중간 트랙에서 세계기록을 쏟아냈다.

■ 단거리의 ‘지옥’이 400m인 이유는?

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보면 400m를 달린 선수들이 곧잘 트랙 위로 쓰러지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400m를 뛰고 저렇게까지 힘들어하는 모습을 쉽게 이해하기 힘들다. 그러나 1,000미터 이상의 장거리를 달리는 선수들보다 400m 선수들의 순간적인 피로도가 훨씬 심하게 쌓인다고 한다.

80년대 최고 육상 스타 장재근 화성시청 감독은 "폭발적인 스피드를 내야 하는 단거리 종목 선수들은 산소를 소비하고 피로 물질인 젖산이 쌓이게 되는데, 400m는 그 젖산이 그대로 남은 상태에서 전력 질주를 계속 반복해야 한다. 그래서 선수들이 가장 힘들어 한다"며 "'번개’우사인 볼트도 처음 육상을 시작했을 때 400m부터 도전했지만, 도저히 감당할 수 없어 200m로 전향했는데, 이것이 세계 육상의 역사를 바꾸는 결정적인 사건이었다"고 말했다.

이렇듯 육상 경기에는 우리가 알면서도 지나치는 숨겨진 사실들이 많이 있다. 다른 어떤 종목보다 세부 경기들이 다양하고, 또 어느 종목보다 역사가 오래된 인류 최고(最古)의 스포츠이기 때문이다.

[연관 기사]☞ [뉴스9] 육상 트랙의 비밀! 왜 시계 반대방향으로 돌까

김기범기자 (kikiholic@kbs.co.kr)

Copyright © KB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