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프국가, '테러연계·자원침해' 이란 역내위협 부각(종합)
핵합의 승인 앞둔 美 의회에 보내는 '메시지' 해석
(두바이=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걸프지역 수니파 국가들이 최근 들어 중동 내에서 이란의 위협을 부각하면서 갈등을 고조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왕가 소유의 알샤르크 알아우사트는 26일(현지시간) 1996년 사우디 주둔 미군의 거주건물인 코바르타워 폭탄 테러 사건의 범인 아흐마드 알무그하실이 레바논에서 19년만에 검거됐다고 보도했다.
이 테러는 미군과 군무원 19명이 죽고 500여명이 다친 대형 사건으로, 사우디와 미국은 이란이 배후라고 주장해 왔다.
쿠웨이트 정부도 이달 13일 이라크 국경과 가까운 한 가정집의 지하에서 탄약과 폭발물, 수류탄, 개인화기를 대규모로 적발하고 자국인 용의자 3명을 체포했다고 16일 밝혔다.
현지 일간지 알안바는 이들 무기가 레바논 시아파 무장정파 헤즈볼라에 전달되기 위해 이라크에서 밀반입됐다고 보도했다. 헤즈볼라는 이란이 군사적으로 지원하는 단체다.
다른 현지 일간지 알라이와 알카바스는 16일 익명의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체포된 용의자를 심문한 결과 적발된 무기가 이라크가 아니라 배를 통해 이란에서 직접 건너왔다는 진술을 확보했다고 보도했다.
지난달 14일 핵협상이 타결된 뒤 이란 외무장관이 우호적인 지역 여론을 조성하려고 가장 먼저 찾은 걸프 지역 국가가 쿠웨이트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란으로선 당황이 되는 반응이다.
쿠웨이트는 또 23일 해상 가스전을 이란이 침해했다며 주쿠웨이트 이란 대리대사를 소환해 항의서한을 전달했다.
이란 국영석유회사(NIOC)가 자국 영해의 도라 가스전에 대한 투자 유치를 언급했다는 게 이유다. 도라 해상 가스전은 쿠웨이트와 사우디 이란의 중간에 걸쳐 있어 1960년대부터 논란이 돼 왔다.
이란이 도라 가스전에 본격적으로 손댄 것도 아니지만 핵협상 타결 뒤 이란이 최우선 사업으로 원유·가스 등 자원 개발에 집중하는 만큼 경고 카드를 꺼낸 셈이다.
바레인은 지난달 28일 마나마 남쪽 시트라 지역에서 벌어진 경찰관 대상 폭발물 공격 사건이 이란과 연계됐다고 밝혔다.
바레인 내무부는 용의자 2명을 검거하고 이들이 이란에서 밀반입하려던 C4 폭발물 44㎏, 자동소총 8정, 탄창과 탄환 등 무기를 압수했다고 발표하면서 이들 중 1명이 2년전 이란 혁명수비대(IRGC)에서 사격·폭탄제조 훈련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러한 걸프 국가의 움직임은 이란이 이들과 관계 개선을 모색하려고 카타르를 매개로 다음달 걸프 지역 6개 국가와 만나는 이른바 'G7 회담'을 제의해 놓은 터라 시점이 공교롭다.
이란의 외교적 접근 시도에도 이들이 예민하게 대응하는 배경은 자국의 직접적인 안보 문제로 보이지만 당장 다음달 있을 미 의회의 핵합의안 표결을 앞둔 미 의회에 보내는 일종의 신호로도 해석된다.
핵협상 과정에서 미국이 전통적인 걸프의 수니파 우방과 소원해진데다 협상 타결 뒤 서방의 이란에 대한 기존 고립 전략이 어떻게 변화할지 불확실해졌다.
걸프 정부들로서는 핵협상 타결로 지역 내 영향력 확대의 발판을 마련한 이란이 더 걱정거리가 된 탓에 이란의 위협을 대외에 강조할 필요가 있다.
이란이 핵합의로 '악의 축'이라는 오명을 벗고 국제사회의 정상적 일원으로서 재기를 앞뒀지만 여전히 시아파 테러 조직을 지원하고 걸프의 자원 안보까지 노리는 위험한 이미지를 각인시켜야 하는 것이다.
hsk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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