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준의 축구환상곡] 시련 만난 '군데렐라' 이정협, 이제 쉬어갈 때

풋볼리스트 입력 2015. 8. 27. 17:53 수정 2015. 8. 27.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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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풋볼리스트] 한준 기자= 2015년 한국 축구 최고의 샛별로 떠올랐던 이정협(24, 상주상무)이 쓰러졌다. '2015 호주아시안컵'에 깜짝 발탁되어 준우승에 기여한 이정협은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이후 원톱 공격수 자리에서 가장 확실한 자리를 굳힌 선수였다.K리그챌린지(2부리그)에 소속된 상주상무에 뛰면서도 부지런하고 활기찬 움직임을 통해 슈틸리케 감독이 원하는 전술적 역할을 잘 수행했고, 팀이 필요로 하는 순간 득점을 올리며 스트라이커로서 제 몫을 다했다. 이정협은 올해에만 13번의 A매치에 출전해 4골을 넣었다.지난 8월 중국 우한에서 열린 '2015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동아시안컵'에서도 건재를 과시했고, 9월로 예정된 라오스-레바논과의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예선전에 나서는 대표팀 명단에도 동아시안컵에서 경합했던 김신욱과 이용재와의 경쟁에서 앞서 원톱 첫 번째 옵션으로 이름을 올렸다.석현준과 황의조라는 새로운 추격자의 등장 속에 가장 믿을만한 공격수였던 이정협은 26일 경남FC와의 원정 경기 도중 후반 2분 상대 수비수 배효성과의 충돌로 안면 복합 골절상을 입고 쓰러졌다. 병원에 실려가 검사를 받을 때까지 의식이 희미했을 정도로 큰 부상이었다.광대뼈와 인중 부위가 골절된 이정협은 치료 후 회복에만 2~3개월이 걸린다는 진단을 받았다. 실제 경기에 나설 컨디션을 회복하기 위해선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사실상 2015시즌 안에 경기 복귀가 어렵다.10월 열리는 세계군인체육대회 참가의 꿈도 좌절됐다.이정협은 한창 컨디션이 좋았다. 대표팀에서 얻은 자신감을 바탕으로 리그에서 7득점 6도움을 올리며 상주의 챌린지 선두 질주를 이끌었다. 챌린지 우승으로 1부 자동 승격을 꿈꾸는 상주 입장에서 대구FC와 서울이랜드, 수원FC 등의 추격이 거센 와중에 이정협의 공백이 뼈아프다. 강등 위기에 빠진 부산아이파크도 올해 제대하는 이정협의 후반기 일정 합류를 기다리던 와중에 비보를 맞았다.그러나 이정협 본인에게 가장 큰 비보다. 프로 데뷔 후 최고의 시즌을 보내고 있었다. 투박하고 많이 뛰기만 하는 선수라는 평가를 받던 이정협은 자신감을 무기로 숨어있던 기술적 플레이도 하나 둘씩 꺼내 보이던 와중이었다.

이정협은 경기 장 안에서뿐 아니라 경기장 밖에서도 사랑 받는 사랑 받는 선수였다. 팬들의 사진과 사인 요청에 언제나 성실하게 임한 것은 물론, 협회와 언론의 요청사항에도 언제나 성심성의껏 나서며 귀감이 됐다.이정협은 매사에 열심히 했던 선수로 기억된다. 인터뷰 하나 하나에도 더 좋은 멘트를 하기 위해 고민했고, 다른 선수가 인터뷰를 할 때는 가방을 들어주고 기다리는 동료애를 보이기도 했다. 이정협에게 쏟아진 관심과 취재 열기를 처리해야 했던 대한축구협회 홍보팀 이재철 대리는 이정협이 맞은 부상 불운에 가장 큰 안타까움을 보인 사람 중 하나다.이정협은 8월 중국 우한에서 동아시안컵 최종전을 치른 뒤 여자 대표팀의 군인 선수 권하늘의 센추리 클럽 가입 기념으로 남자 대표 선수 전원의 사인이 담긴 자신의 유니폼을 선물로 전달했다. 우승 세리머니 이후 귀국 일정이 빠듯했지만 늦은 밤 숙소에서 각 방을 직접 돌아다니며 선수들의 사인을 받아왔다. 유니폼을 부탁했던 이 대리를 머쓱하게 할 정도의 정성이었다.경기력 측면에서 몇몇 지적을 받는 와중에도 이정협의 국가 대표 선수로서의 자세에 대해선 어느 누구도 의심하지 않았다. 이른 나이 군입대를 결정한 이정협은 상무와 대표팀에서 활동하며 남다른 책임감을 보여왔다.이정협의 부상 이탈 이후 가장 큰 이슈는 '대체자 찾기'다. 이정협의 부상이 포지션 경쟁자들에게 기회라는 보도가 줄을 잇는 것은 쓰러진 선수 본인에게는 마음 아픈 일일 것이다. 이 조차 받아들이고 이겨내야 하는 것이 프로이고, 대표 선수다.대표 선수로 기회가 오기까지 이정협에겐 선수 경력의 매 순간이 위기이고 도전이었다. 슈틸리케 감독의 깜짝 발탁이 있기 전 연령별 대표 경험도, 프로 무대에서 주목을 받은 적도 없는 이정협은 철저히 무명이었다. 그때의 사용했던 이름 '이정기'는 여전히 무명이다. 지난해 이정협으로 개명 후 인생이 달라졌다.오름 새를 보이던 지금 찾아온 시련이 더 아프고 불안할 수 있다. 큰 부상이지만 그 동안 숨가쁜 일정을 치러온 이정협에게는 쉬어갈 타이밍이다. 정신 없이 앞만 보고 달리다 만난 사고에서 찾아야 하는 것은 좌절이나 절망이 아닌 추스림이다. 어쩌면 그렇게 앞만 보느라 놓쳤던 것들에 대해 돌아볼 수 있는 기회다. 선수를 좌절시키는 것은 부상이라는 사건이 아니라 그 이후의 재활 과정이다. 진부하지만 땅은 비가 내린 뒤 더 단단해진다. 지난 시간을 돌아보고, 자신을 채우기 위한 시간을 보낸다면 기회는 다시 찾아올 것이다.이정협은 잠시 그라운드를 떠난다. 축구는 계속된다. 그 동안 자신을 추월하는 선수도 나올 것이다. 이정협은 아직 젊다. 그가 다시 일어나 공과 골문을 향해 저돌적으로 달려 들어 팀을 위해 싸우리라는 것에 의심의 여지가 없다. 이정협이 부상을 털고 멋지게 그라운드로 돌아오길 응원한다.사진=대한축구협회,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 환상곡은 형식에 구애됨 없이 악상이 떠오르는 대로 자유로이 작곡한 음악 작품을 뜻한다. 영어로는 환타지(Fantasy)다. '한준의 축구환상곡'은 축구에 대한 생각을 자유롭게, 때로는 환타지 소설처럼 풀어낸 하는 한준 기자의 컬럼이다.풋볼리스트 주요 기사손흥민 토트넘행 유력..."이틀 훈련 불참...감기 아닌 이적"코엔트랑, 모나코로 임대 이적…PSG행 무산[EPL FOCUS] 맨유 1군 10명, 2군 경기 뛰는 이유[人사이드] 임종헌 감독이 파타야에서 만든 '작은 기적'[심층분석] 메시, 호날두의 발끝에 숨겨진 은밀한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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