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우사미만 잡고 감바는 못 잡았다

[풋볼리스트=전주] 김정용 기자= 홈이지만 선수들의 능력을 극대화하기보다 상대 플레이를 방해하는 것이 전북현대의 첫 번째 목표였다. 목표를 달성했으나 이기진 못했다. 이득을 봤다고 하기 힘든 결과다.26일 전북 전주의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2015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8강 1차전에서 전북과 감바오사카나 0-0 무승부로 경기를 마쳤다.전북의 선발 명단은 파격적이었다. 최철순이 이재성과 함께 수비형 미드필더로 분류됐다. 사실 중앙에 선 건 이재성 한 명 뿐이었다. 최철순은 위치를 가리지 않고 우사미 다카시를 밀착방어하는 임무를 맡았다.빠르고 끈질긴 측면 수비수를 수비형 미드필더로 배치해 일본 플레이메이커를 막는데 전력을 다한다. 한국 축구가 일본 축구를 이기기 위해 오래 전부터 써 온 방식이다. 1996년 올림픽대표 경기에서 최성용(현 수원삼성 코치)이 마에조노 마사키요를 붙잡고 늘어진 끝에 한국이 승리했다. 최성용은 2000년 국가대표 경기에서도 나카타 히데토시와 함께 경기장에서 사라졌다. 두 번 다 한국이 이겼다. 다만 최성용은 최근 인터뷰에서 "지금 생각하면 조금 부끄럽다. 그건 축구가 아니었다. 현대축구에 어울리지 않는 플레이"라고 회고하기도 했다.전북은 자신들의 경기를 펴는 것보다 상대의 경기를 방해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전북은 감바에 비해 약팀도 아니다. 전북의 지난해 총 연봉은 118억 원이다. 감바의 올해 연봉은 약 100억 원으로 알려져 있다. 비슷한 수준의 팀이 격돌할 때 극단적인 맨투맨 수비에 시달리는 선수는 리오넬 메시(바르셀로나) 정도다. 최 감독은 우사미를 아시아에선 '메시급'이라고 생각하고 경기를 준비한 셈이다. 어차피 수비형 미드필더 중에서 최 감독에게 확신을 준 선수가 없는 상황이기도 했다. 전북, 우사미 봉쇄는 성공했지만 공격력도 떨어져전북의 의도는 효과를 발휘했다. 우사미는 전반전 내내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우사미가 공을 받으려 할 때 최철순이 다가가 공을 빼앗는 장면이 두어 번 나온 뒤로 공을 받는 모습조차 보기 힘들었다. 반면 예상된 부작용도 모두 나타났다. 이재성이 K리그 최고 수준의 미드필더라 해도 혼자 공격 전개를 도맡을 수는 없었다. 최철순은 동료 수비수가 공을 잡았을 때도 받으러 움직이기보다 계속 우사미에게 붙어 있었기 때문에 별 도움이 되지 않았다. 전북의 전반전 공격은 대부분 위력 없는 중거리슛이었다. 전반전 내내 소강상태였다.먼저 용기를 낸 쪽은 감바였다. 감바는 왼쪽 날개 오모리 고타로를 빼고 섀도 스트라이커 구라타 슈를 투입, 우사미의 위치를 왼쪽으로 이동시켰다. 최철순은 원래 자리인 라이트백에서 편하게 우사미를 대인마크할 수 있게 됐다. 전북도 후반전 일찍부터 이근호 대신 루이스, 한교원 대신 정훈을 투입했다. 공격 숫자를 늘리진 않았지만 점점 경기 지배력이 강해졌다.경기 막판으로 갈수록 결정적인 득점 기회가 많이 나왔다. 감바보다 전북이 좋은 상황을 맞이하곤 했다. 후반 20분 루이스의 돌파, 박원재의 침투 후 슛, 이동국의 아쉬운 슬라이딩으로 이어진 장면은 이날 양팀 통틀어 가장 위력적인 공격이었다. 그 뒤로도 전북은 이재성, 루이스, 이동국으로 감바를 공략했다. 감바는 우사미의 폭발적인 돌파를 비롯해 가끔 역공을 폈다.그러나 30여분 동안 벌어진 공방전으론 어느 쪽도 골을 넣지 못했고, 경기는 그대로 끝났다. 전북은 지난 4월 조별리그 가시와레이솔 원정에서 2-3으로 패배한 바 있다. 홈에서 승리를 따내야 원정에서 안정적으로 경기를 운영할 수 있었다. 그러나 최철순을 우사미에게 붙인 것을 비롯해 최 감독은 패배를 면하는 것에 초점을 맞춘 듯한 운영을 택했다. 최 감독의 의도는 대부분 적중했지만 그렇다고 이길 수 있는 건 아니었다. 이날 전북의 관중은 구단 역대 평일 최다인 23,633명이었다.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풋볼리스트 주요 기사[EPL FOCUS] 파듀의 과감한 도전, 마무리는 "멋진 이청용"서영재 함부르크행…이제 '출전'이 관건[인포G] EPL은 스페인 선수가 필요하다'한때 유망주' 마린의 네 번째 임대[심층분석] 메시, 호날두의 발끝에 숨겨진 은밀한 비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