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이야기]민폐 과다와 배려 결핍, 혐오를 낳다

2015. 8. 26. 0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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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충’ ‘맘충’ ‘급식충’ ‘자전거충’을 아십니까? 특정 계층이나 집단을 ‘벌레’로 낮추어 부르는 혐오의 표현이다. 갈수록 한국 사회는 상대방에 대한 멸시의 태도가 늘어가고 있다. 자기만 생각하는 민폐도 문제지만, 남을 배려 않는 혐오도 문제다.

“출근할 때는 지하철을 타지만 퇴근할 때는 웬만하면 시간 더 걸려도 버스 타요.” 직장인 이홍균씨(34)는 출근할 때와 퇴근할 때의 경로가 다르다. 서울 구로에서 서울역 주변 직장으로 출퇴근하는 이씨는 시간에 쫓기는 출근시간대에는 더 빨리 가는 지하철을 탄다. 하지만 비교적 여유가 있는 퇴근 무렵에는 버스를 탄다. 이유는 하나다. 지하철에는 무임으로 타는 노인들이 많지만 버스는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노인분들 전부가 그렇지 않은 건 알아요. 그래도 회사 사람들도 다 지하철에서 나이 많은 분들 때문에 한두 번씩 얼굴 붉힐 일을 겪었다는 얘기에 공감하니까요.” 이씨가 지적하는 노인 지하철 탑승객의 ‘민폐’ 사례는 새치기·자리 강요·고성의 대화 등 흔히 접할 수 있는 내용들이다. 이씨는 그런 민폐를 덜 볼 수 있는 버스가 마음 편하다고 말했다. 여기까지가 오프라인의 흔한 경험담이다.

네트워크를 타고 공유하면서 증폭

하지만 이 경험담이 네트워크를 타고 공유되기 시작하면 어떻게 변할까. 일부 노인의 민폐가 되풀이된다는 현실은 부정할 수 없다고 해도, 지하철 이용 시 공공예절을 지키지 않는 승객 문제는 노인층만의 문제도 아니다. 하지만 인터넷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이 민폐를 대하는 모습은 오프라인과 다소 다르다. ‘노인충’, ‘무임충’, ‘극혐’ 등의 단어로 장식된 민폐 경험사례를 그에 동조하는 또 다른 이용자가 거들며 끼어든다. 조금이라도 심사를 뒤트는 누군가가 있으면 벌레를 뜻하는 ‘충’자를 붙인 지칭이 나타난다. 문제는 다음부터다. 아무런 ‘민폐’도 ‘진상’도 부리지 않은 노인들까지 ‘노인충’으로 엮이는 것도 모자라 이들을 위한 무임승차 혜택을 줄여야 한다는 주장으로까지 번진다.

사람을 벌레로 표현하는 ‘~충’ 호칭이 가장 대중적으로 쓰이는 예 가운데 하나가 ‘맘충’이다. 어머니를 뜻하는 ‘맘(mom)’에 벌레 충자를 붙인 이 표현 역시 커피전문점·식당 등 공중이 이용하는 시설에서 떠들고 뛰어다니는 아이들을 방치하는 ‘민폐’ 엄마를 가리키는 말로 흔히 쓰인다. 처음에는 군만두를 ‘서비스’로 안 줬다며 중국집 배달 후기에 악평을 남긴 아기 엄마를 비롯해 아기의 대변이 들어 있는 기저귀를 식당에 몰래 두고 간 경우까지, 상식에 어긋난 엄마들에게만 한정됐다. 하지만 이 단어가 널리 알려지면서 점차 적용되는 범위도 넓어지기 시작했다. 아이를 키우는 어머니 나이 세대가 공유하는 웃음코드나 말투만 나와도 반사적으로 ‘맘충 극혐’이라는 반응이 따라오는 식이다.

바늘 가는 데 실 가듯 ‘~충’에 으레 따라붙는 표현이 ‘극혐’이다. 말 그대로 극도로 혐오한다는 뜻이다. 자리 타박하는 노인이나 자기 아이를 잘 돌보지 않는 애엄마를 보고 그저 눈살을 찌푸리는 정도가 아니라는 것이다. 단순히 문제점을 지적하고 비판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노골적으로 혐오감정을 드러내는 세태가 담겨 있다. ‘~충’의 확산과 함께 실질적인 피해를 입히지 않더라도 눈에 거슬리기만 하면 ‘~충’이 되고 만다. 나이가 어려 다소 유치한 언사나 행동을 하는 초·중·고 학생들에게는 학교에서 급식을 먹는다는 점 때문에 ‘급식충’이라는 호칭이 붙는다. 유머 게시글을 이해 못하고 진지한 댓글을 달기라도 하면 ‘진지충’으로 몰린다. 이들 역시 ‘극혐’의 대상인 점은 같다.

한 지하철역 엘리베이터에서 전동 휠체어를 탄 장애인이 일반 이용객들 뒤편으로 밀려나 있다. / 인터넷 화면 캡처

단순한 비판을 넘어 극혐 감정 드러내

특정 계층이나 집단을 ‘벌레’로 낮추어 표현하고 그들을 혐오하는 배경에는 ‘헬조선’, ‘지옥불반도’로 표현되는 팍팍한 현실이 자리잡고 있다. 주부 이모씨(60)는 며칠 전 아파트단지 안에서 고성이 오가는 실랑이 소리를 들었다. 창문 넘어 내다본 광경은 입주민으로 보이는 한 중년이 택배기사의 팔을 붙들고 욕설을 퍼붓는 장면이었다. “좀 큰 박스를 택배 아저씨가 옮기고 있었나 봐요. 낡은 아파트라 엘리베이터가 좁은데, 그것 때문에 아저씨가 좀 불편했는지 엘리베이터 쓰지 말라고 택배 아저씨에게 욕하며 가로막더라고요. 근데 좀 불편하기로서니 이 한여름에 박스 몇 개를 계단으로 나를 순 없는 거잖아요.” 입주민 앞에서는 ‘을’일 뿐인 경비원도 나서지 못해 우물쭈물하는 사이 경찰이 출동하고서야 느닷없는 업무방해에 시달리던 택배기사는 풀려날 수 있었다. 이씨는 “갑질이 보이지 않는 곳이 없다”며 씁쓸해 했다.

‘갑질’이 판치는 헬조선에서 일상적으로 갑질에 시달리는 시민들은 자신이 또 다른 갑질의 주동자가 돼버릴 수 있는 위기에 몰려 있다. 상사와 소비자, 거래처 등 온갖 갑들을 상대로 감정노동을 벌여야 하는 노동자들에게는 자신이 받은 모멸감에 대한 보상이 필요하다. 김찬호 성공회대 초빙교수는 “과도한 모멸감을 느끼게 되는 상황에서는 자신도 모멸감을 주는 상대를 ‘벌레’처럼 모멸의 대상으로 바라보게 된다”며 “모멸·무시를 받던 그 사람이 도리어 다른 상황에서는 또 다른 이들에게 모멸감을 주는 소비자가 될 수 있는 현실 탓에 모멸과 혐오와 같은 극단적 감정들은 더욱 확산될 수 있다”고 말했다.

갑질에 당한 우리, 또 다른 갑이 되기도

상대방에 대한 혐오와 멸시의 태도가 번져나가는 것은 사회의 구조적 문제와 떼어놓고 생각하기 힘들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경제적 불황과 위기국면은 사회 구성원들의 감정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도 여럿 나와 있다. 호주의 사회학자 잭 바바렛이 엮은 <감정과 사회학>에는 1960년대까지의 경제 호황기의 서방세계가 1970년대의 경제위기를 겪으며 나타난 사회 구성원들의 급격한 감정 변동에 대한 연구 결과가 담겨 있다. 경제가 팽창하는 국면에서 고용을 맡은 기업에 대해 충성심과 복종이라는 감정적 반응을 보였던 당시 서구 노동자들은 이후 불어온 구조조정과 해고의 광풍을 겪으며 실망과 냉소주의로 돌아섰던 것이다.

이러한 모습은 현재의 한국 사회에서도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 특히 청년층이 겪고 있는 실업과 과도한 경쟁, 저임금 등의 경제적 문제는 그들이 주로 이용하는 네트워크 상에서 냉소와 혐오가 교차하는 태도가 지배적인 분위기로 자리잡게 만든 요인이다. 김호기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는 “무엇보다 청년들이 정치권의 무능, 경제적인 불안을 마주하면서 생긴 불만을 여러 방향으로 표출하는 한편, 상대방을 배려할 여유는 잃어가는 분위기가 지금 사태의 배경”이라고 지적했다. 현실에서 불만족스러운 요인들이 한둘이 아닌 탓에 남을 대하는 시선 역시 삭막해진 것이다.

택배차량 진입이 막힌 한 아파트 단지에 배송됐다 반송된 상품에 반송된 사유를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 인터넷 화면 캡처
김 교수는 “실제로 ‘~충’이라고 부를 만한 몰상식한 사건들이 늘었는지는 알 수 없어도, 그들을 ‘~충’이라고 비난하는 목소리가 확연하게 늘어난 건 부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각박한 현실 탓에 공감과 신뢰를 잃어가는 분위기는 혐오가 더욱 번지게 만드는 악순환을 만든다. 먼저 상대를 배려하고 이해할 정서적 여유가 사라진 탓에 남을 신경쓰지 않는 일부 ‘노인충’, ‘맘충’으로 불릴 법한 공공예절 무시 행위가 늘어난다. 이와 동시에 이들을 바라보는 시선 역시 더욱 각박해진 상태여서 보다 강한 혐오가 담긴 비난이 쏟아지면서 악순환이 시작되는 것이다. 여기에 실시간으로 접속할 수 있는 네트워크 환경까지 갖춰지면 어느 한 시민의 무개념 행위가 SNS를 통해 폭발적 혐오반응을 일으키는 나비효과를 불러오게 된다.

경제적 불황과 위기가 혐오로 표출

구체적인 모습은 각 사회마다 다르지만 ‘극혐’ 태도가 문제로 나타나는 것은 여러 나라에서 공통되게 발생하는 현상이기도 하다. 공통적으로 혐오의 대상이 되고 있는 동성애자, 여성, 소수민족·종교집단을 향한 혐오발언 문제는 여러 나라에서 제도적으로 대책을 마련할 정도로 만연해 있다. 영국과 독일을 비롯한 유럽 내 16개 국가에서 인종·성적지향 등을 이유로 혐오발언을 할 수 없게 한 법률을 도입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한국 사회에서 확산되는 ‘~충 극혐’의 태도는 보다 일상생활에서 자주 접촉하는 사람들까지 같은 혐오의 범주에 들어간다는 점이 두드러진다.

이에 대해 분노라는 사회적 감정이 어디로 향할지 방향을 잃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눈길을 끈다. 적대적 감정이 표출되는 경계선이었던 계급, 성, 종교, 민족 등의 구분이 한국 사회에서는 비교적 영향력을 잃어감에 따라 분노와 혐오가 사회의 거의 모든 분야로 뻗쳐나간다는 것이다. 김홍중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자기와 남을 구분하는 근대적 기준이 계급이나 성 같은 것이었던 데 비해 근대 이후로 오면서 자신과 남을 구분하는 지점이 복잡하고 모호해졌다”며 “분노의 대상이 명확하지 않고 남발되면서 혐오라는 더 극단적인 감정으로 이어진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한 커피전문점에서 소란을 방치하는 부모 탓에 어린이 손님을 받지 않겠다는 내용의 공고를 내건 모습. / 인터넷 화면 캡처

여러 ‘~충’들이 만들어지는 데에도 사회적 배경이 있다는 점은 갈 곳 잃은 혐오의 문제를 해결할 실마리를 던져주기도 한다. ‘노인충’과 ‘맘충’을 포함해 4륜차량 중심의 교통 흐름을 방해한다는 ‘자전거충’, 어린 청소년을 가리키는 ‘급식충’ 등이 나타난 것은 노인과 보육 중인 여성, 자전거 이용자, 청소년들의 사회적 활동이 전에 비해 활발해졌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공공예절에 관한 시민의식을 높이는 한편 다양한 계층의 사회 참여를 보다 적극적으로 유도하고 이해하는 방안이 필요한 것이다. 김찬호 교수는 “네트워크를 통한 소통의 양은 늘었다지만 실생활에서의 원활한 소통은 오히려 줄어들고 있는 것이 문제의 한 원인”이라며 “사회 구성원들이 상대의 입장을 이해할 수 있는 소통의 토대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근본적으로는 갑질이 난무하고 과도한 경쟁의 압박에 시달리게 만드는 사회의 구조적 문제를 점차 해결해 가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호기 교수는 “다양한 시민들이 서로의 개성을 존중하도록 신뢰와 연대가 힘을 얻는 사회가 돼야 한다”며 “우선 청년층을 중심으로 확산되는 불안과 불만을 해결할 사회 전반의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왜 ‘대통령충’이나 ‘재벌충’은 없을까“‘누구냐’고 묻고 싶은 표정이로군. 내 소개를 하지! 나는 참견하기 좋아하는 스피드왜건! 죠스타씨가 걱정되어 런던 빈민가에서 따라왔지!” 인터넷에서 ‘설명충’의 대명사 격으로 쓰이는 한 만화 등장인물의 자기소개 문구다. 이 캐릭터처럼 별로 궁금하지도 않고 알고 싶은 생각도 없는 내용에 관해 공연히 지루한 설명을 붙이는 이용자는 ‘설명충’이라는 소리를 듣는다. 이미 설명충을 비롯한 각종 ‘~충’에 대해 잘 알고 있는 독자라면 기자 역시 설명충이 되는 셈이다.

‘~충’이라는 표현이 인터넷 공간에서 처음 주목을 받은 시기는 2000년대 초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한 연예인을 비하하는 의미로 쓰인 ‘무뇌충’이라는 표현이 널리 쓰인 이후로 사라진 듯했던 ‘~충’은 ‘일간베스트저장소’라는 사이트 이용자들을 ‘일베충’이라 부르기 시작하면서 점차 확산됐다. 고인인 전직 대통령을 비하하고, 특정 지역을 혐오하는 ‘막장’ 성향이 드러나자 이들에게 ‘벌레’ 딱지를 붙인 것이다. 하지만 일베 이용자들도 자신을 가리키는 ‘일베충’이라는 용어를 받아들이며 벌레 캐릭터를 만들기까지 하는 등 현재에 비해서는 반감이 두드러지지 않았다.

이후 하나둘씩 나타난 ‘설명충’, 분위기 못 맞추고 진지한 태도를 일삼는 ‘진지충’, 별 생각 없이 페이스북 아무 게시글에나 ‘좋아요’를 누르는 ‘따봉충’ 등의 표현은 나름 귀여운 구석도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대학입시 전형 중 지역균형 선발·기회균등 선발 방식으로 입학한 학생들에게 각각 ‘지균충’, ‘기균충’이라는 비하 호칭이 따라붙으면서 ‘~충’에 특정 계층·집단을 혐오·비하하는 의미가 점차 강해졌다. 낙후된 지역이나 사회·경제적으로 어려운 환경에서 대입을 준비한 학생을 차별하는 혐오발언의 성격을 띠기 시작한 것이다.

‘맘충’, ‘노인충’, ‘급식충’처럼 특정 연령대·성별 집단을 가리키는 데에도 쓰이는가 하면, 동성애자를 ‘X꼬충’으로 비하하는 데에도 쓰였다. ‘X독충’처럼 특정 종교인들을 가리키는 경우에도 쓰인다. 정치적으로 반대편에 있는 지지층을 ‘좌좀충’과 ‘우꼴충’으로 가리키는 것도 일반화됐다. ‘~충’의 활용범위가 넓어지면서 주변 인물에게도 ‘담임충’, ‘엄빠충’(엄마와 아빠), ‘꼰대충’ 등의 표현을 하는 경우까지 생겼다. 그밖에도 ‘힙합충’, ‘문신충’, ‘셀카충’ 등 마음에 안 드는 특징을 가지고 있으면 아무런 민폐를 끼치지 않아도 일단 ‘~충’을 붙이고 보는 경향까지 생겼다.

자기 자신을 향해서도 원하지 않는 행동을 할 때면, 예컨대 ‘등교충’이나 ‘출근충’ 같은 표현을 쓰는 등 자조적인 표현으로 쓰는 용례마저 나오고 있다. 반면 기득권층에 대한 용례는 드문 편이다. ‘대통령충’이나 ‘재벌충’과 같은 표현은 찾아보기 힘들다. 상대적으로 자신보다 약자라고 여기는 대상을 중심으로 비하와 혐오의 정서가 표출되는 것이다.
한국은 왜 관용지수가 낮은가사회통합을 해치는 혐오 문제는 성장잠재력까지 떨어뜨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특히 한국의 관용지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최하위 수준인 것으로 드러나 문제의 심각성을 더했다.

박명호 한국외대 경제학과 교수가 OECD 회원국들의 사회지표를 비교·분석해 내놓은 ‘지표를 활용한 한국의 경제사회 발전 연구’ 논문에 따르면 한국은 전체 조사대상 회원국 31개국 가운데 ‘관용’에 관한 한 꼴찌였다. 20년 전인 1995년 25위였던 데 비해서도 더 떨어진 수치였다. 사회통합 성적표 역시 1995년 21위에서 3계단 떨어진 24위를 기록해 하위권에 머물렀다.

박 교수는 “타인에 대한 관용과 배려가 최하위로 나와서 사회통합지수도 24위로 하위권에 머물러 있다”며 “배려와 관용이 확대되는 사회로의 전환이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들어갈 수 있지만, 이러한 사회통합의 역량을 키우지 못하면 새로운 차원의 국가간 불평등은 더 커져 앞으로의 성장잠재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세대·집단 간 소통의 단절이 사회 내부의 관용적 분위기를 저하시키는 경향이 있음을 보여주는 국제비교 통계자료도 있다. OECD가 지난 7월 펴낸 ‘OECD 디지털 경제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젊은층과 고령층 간의 인터넷 이용률 격차는 60%포인트 이상이었다. 청년층 인터넷 이용 비율이 99%에 달하는 데 비해 고령층의 이용 비율은 30%선을 간신히 넘긴 것으로 나타났다. OECD 평균 격차가 47%포인트인 점을 감안하면 한국의 고령층은 인터넷을 통한 소통에서 소외되는 정도가 더 큰 셈이다. 인터넷 이용률이 90%를 넘긴 나라 중 고령층 이용률이 한국보다 낮은 나라는 7개 국가뿐이었다.

보고서는 “청년층의 인터넷 이용률은 경제수준과 관계없이 대부분의 나라에서 90% 이상이라는 점에서 이용률 격차가 큰 국가들일수록 고령층을 포함한 정보접근 취약층의 여론 반영이 더딜 수밖에 없다”며 “세대간 소통의 단절은 사회통합을 약화시키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했다. 김호기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도 “혐오의 정서가 젊은 이용자들이 활발하게 이용하는 SNS를 중심으로 번지는 것은 청년층이 고립됐다는 인식 탓도 적지않다”며 “청년층 이외의 다양한 계층에서도 상대방을 ‘~충’으로 비하하는 표현이 늘어나는 데에는 소통과 이해가 원활하지 못한 세대 현실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김태훈 기자 anarq@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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