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투병 원종현이 던지고 정현석이 때린다

장강훈 2015. 8. 26. 0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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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NC 다이노스의 원종현이 11일 KT와 시범경기가 열리는 마산구장을 찾아 환한 얼굴로 인터뷰 하고 있다. 원종현은 지난 1월 28일 대장암 2기 판정을 받고 29일 서울 아산병원에서 대장 내 종양 제거 수술을 받았다. 현재는 암 재발 방지를 위한 통원 치료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마산|최재원선임기자shine@sportsseoul.com
[대전=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목소리가 밝더라고. ‘괜찮다고 합니다’라는데, 얼마나 고맙던지….”

NC 김경문 감독이 반가운 전화 한 통을 받았다. 대전 원정길에 나선 김 감독에게 18일 원종현(28)이 전화를 걸어온 것이다. 지난 1월 갑작스러운 대장암 진단을 받고 수술과 치료에 들어간 원종현이 완치 판정을 받고 김 감독과 기쁨을 나눴다. 김 감독은 “(원)종현이가 ‘감독님 다 좋다고 합니다. 내년에는 돌아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하는데, 목소리가 무지 밝더라. 그 목소리를 듣는데, 말 할 수 없는 기쁨이 들더라”며 마치 자기 일인 것처럼 껄껄 웃었다.

시속 155㎞를 찍는 사이드암 원종현은 지난해 73경기에서 5승 2패 방어율 4.06을 기록하며 NC 마운드의 허리를 든든히 받쳤다. 특히 LG와 준플레이오프에서 승부처 때 등판해 완벽한 투구로 강인한 인상을 심어줬다. 외국인 투수와 이재학을 제외하면 이렇다 할 선발진이 보이지 않던 NC의 현실을 고려하면, 원종현이 불펜의 키플레이어로 손꼽히기 충분했다. 하지만 급작스러운 병환으로 전력에서 이탈했고, 재기 여부를 떠나 완치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던 것도 사실이다. 그런 원종현이 완치 판정을 받고 기쁜 목소리로 전화를 걸어오니, 김 감독은 죽은 자식이 살아 돌아온 것 같은 기쁨을 느낀 것이다.

김 감독은 “돌아보면 (원)종현이 덕분에 선수들이 똘똘 뭉친 계기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병마와 싸우는 동료의 안타까운 소식에 선수단 전체가 ‘우리가 잘 버티고 있을테니 아무 걱정말고 건강을 되찾아 돌아오라. 네 자리는 항상 있다’는 마음으로 시즌을 준비하고, 치르고 있다는 의미다. 김 감독은 “투수들은, 직접 얘기를 듣지는 못했지만, 종현이가 없으니 더 똘똘 뭉쳐 해보자고 의기투합 했던 것 같다. 몸은 떨어져 있지만, 종현이도 항상 우리 경기를 지켜보며 응원을 보내주고, 우리도 경기를 하면서 종현이와 함께 뛴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에 지금 이 자리에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팀‘이라는 이름으로 똘똘 뭉칠 수 있었던 계기가 됐다는 것이다.
[스포츠서울] NC 선수들의 헬멧에 대장암 수술을 마치고 재활 중인 투수 원종현을 상징하는 155K라는 문구가 붙어있다. 마산 | 장강훈기자 zzang@sportsseoul.com
그는 “승패라는 결과도 중요하지만, 스포츠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감동이라는 게 있다. 한화 정현석도 건강하게 돌아와 팀에 활력소가 되지 않는가. 종현이가 돌아와서 마운드에 서고, 타석에 (정)현석이가 들어서면 그 장면 자체로도 많은 분들께 감동을 전할 수 있지 않겠는가. 승부의 세계를 살아가는 사람들이지만, 이런 감동은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이다. 팬들이 스포츠에 열광하는 이유 중에는 이런 요소도 분명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완치판정을 받았으니, 관리 잘 해서 다시 NC 허리진을 든든히 받칠 일만 남았다. 김 감독은 “종현이가 돌아올 수 있도록 감독으로서도 할 수 있는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을 계획이다. 본인도 내년에는 팀과 함께 할 수 있다고 하니, 팀에 돌아와서 좋아하는 야구 마음껏 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들어 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난해보다 한 단계 발전한 NC의 경기력, 외롭게 병마와 싸운 동료를 위한 선수들의 마음이 모인 덕분이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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