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 비틀면 스마트폰 차단' 기계가 즐거운 식탁 만들까?

2015. 8. 25. 10:4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한겨레] 구본권의 스마트 돋보기

스마트폰 이후 식사 때마다 애써 음식을 준비한 주부들의 속이 뒤집어지기는 나라 안팎이 마찬가지인가 보다. 오스트레일리아 식품회사 돌미오(Dolmio)는 최근 가족들의 즐거운 식사 시간을 되찾자는 캠페인을 시작했다.

이 업체가 유튜브에 올린 캠페인 동영상에는 식사 때마다 밥상을 차리는 일보다 식탁에 식구들을 불러모으는 게 더 어렵고, 기껏 식탁에 앉아도 말 한마디 없이 저마다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고 있는 가족들을 보면서 좌절하는 주부의 모습이 담겨 있다. 딸에게 엄마의 식사 준비를 도와달라고 했더니, 딸은 포크와 나이프를 한줌 집어다 식탁에 올려놓고는 다시 스마트폰에 빠진다. 게임과 티브이(TV)에 빠진 남편과 아들은 말할 것도 없다.

이 식품회사는 건강한 가족의 식탁을 되찾기 위해 비밀병기를 만들었다. 서양 식탁에서 흔히 만나는 후추분쇄기인데, 특수 기능을 갖추고 있다. '페퍼 해커'라는 이 분쇄기는 한번 돌리면 후추도 분쇄돼 나오지만, 동시에 집안의 인터넷과 미디어 기기를 일시 차단하는 기능도 있다. 후추분쇄기를 한번 비틀면 스마트폰, 태블릿피시, 텔레비전이 30분간 차단된 뒤 자동복구된다. 식사시간 동안 전화도 울리지 않고 티브이와 인터넷도 먹통으로 만드는 기술이다. 통신망과 인터넷 라우터에 일시 차단 명령을 내리는 방식인데, 이를 위해서는 먼저 가족들의 스마트폰에 일일이 전용 앱을 설치해야 하는 게 과제다. 시제품만 공개된 상태이지만, 구입 문의가 쇄도하고 있는 상태다.

홍보 동영상은 페퍼 해커를 통해 가족들이 이내 식사와 대화의 즐거움을 되찾은 것으로 묘사되지만, 후추분쇄기 비트는 동작만으로 이런 변화를 가져올지는 의문스럽다.

국내에도 유사한 기능을 하는 '스마트보안관'이라는 앱이 있다. 이동통신 3사, 무선인터넷산업연합회, 방송통신위원회, 여성가족부가 함께 만들어 2012년 6월부터 무료로 보급되는 앱으로, 부모가 미성년 자녀의 스마트폰을 원격관리할 수 있는 도구다. 음란물 같은 청소년 유해 정보를 차단할 수 있고, 자녀의 웹사이트 방문 이력과 이용시간을 확인할 수 있다. 특정 기능이나 앱 사용 여부도 제어할 수 있어, 카카오톡과 게임은 지하철 앱과 사전은 허용할 수 있으며, 수업시간이나 식사시간에만 스마트폰을 잠글 수도 있다.

아이가 어릴 때 적절하게 사용할 수 있는 도구이지만, 기본적으로 위험을 안고 있는 기술적 접근법이다. 오랜 시간과 정성을 들여 대화와 이해를 통해서 디지털 세상과 기술의 특성을 알려주고 스스로 판단하게 해야 하는데, '페퍼 해커'나 '스마트보안관'은 이런 노력을 게을리하고, '강력한'기술에 의존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최근 한 중학교 선생님은 거실에 함께 있던 조카가 갑자기 버럭 화를 내고 욕을 하면서 스마트폰을 내던지는 모습에 깜짝 놀랐다는 얘기를 했다. 밤 10시가 되자 부모가 설정한 스마트보안관이 작동해, 열중하던 게임이 셧다운된 것이다. 기술이 좋거나 나쁘기보다, 정성을 쏟고 노력을 해야 할 일을 기술에 의존해 손쉽게 결과를 얻으려는 게 문제다.

구본권 사람과디지털연구소장 starry9@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최경환 부총리가 권유한 '해외자원펀드' 쪽박"아저씨! 이 참치, 자연산이에요 양식이에요?"대구외대·루터대·서남대 등 13개 부실대학 '퇴출 위기'[화보] '완벽한 대칭'의 아름다움…마음마저 '평온'[포토] 남북 '일촉즉발' 당시 평양에선…

공식 SNS [통하니][트위터][미투데이]| 구독신청 [한겨레신문][한겨레21]

Copyrights ⓒ 한겨레신문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겨레는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Copyright © 한겨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