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서로에게 꼭 맞는 퍼즐처럼 씨엘쏭 박근호·이송희 부부

월간웨딩 입력 2015. 8. 25. 10:01 수정 2015. 8. 25.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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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웨딩21 편집팀]

서로에게 꼭 맞는 퍼즐처럼, 씨엘쏭 박근호·이송희 부부

여기, 정반대의 성향을 가진 두 사람이 있다. 추진력이 강한 여자는 두려움 없이 앞으로 내달렸고, 지구력이 강한 남자는 한 발 뒤에서 그녀를 지원했다. 11년 전 시작된 박근호·이송희 부부의 마라톤은 여전히 현재 진행 중이다.

테이블 하나를 놓으면 꽉 차는 자그마한 공간. 박근호·이송희 부부의 이야기는 이 작은 레스토랑에서 시작됐다. 평범한 20대 연인이었던 두 사람이 레스토랑을 경영하는 CEO가 된 계기는 생각보다 단순하다. 마주앉은 테이블에서 함께 식사하는'소박한 기쁨'을 발견한 것.

어느새 창밖은 석양으로 붉게 물들었고, 주방에서는 달콤한 향기가 피어오른다. 과거의 어느 날 두 사람이 그랬던 것처럼, 마주앉은 연인들의 얼굴에 기쁨이 가득하다.

함께 운영하는 레스토랑'그랑씨엘'앞에서 포즈를 취한 박근호·이송희 부부.

WEDDING21 꽤 오랫동안 연애를 했다고 들었다. 두 사람의 첫 만남이 궁금하다.

이송희 연애만 6년, 결혼 생활은 5년 차다. 처음 만났을 때 나는 푸드스타일리스트였고,남편은 포토그래퍼였다. 사실 남편은 내 친구와 소개팅을 한 사이였다. 졸업작품전에 쓸 사진이 필요했던 차에 "사진 찍는 사람이라며? 불러!" 이렇게 된거다.

박근호 정말로 나올 줄은 몰랐겠지(웃음).

이송희 그런데 이 사람이 황당할 정도로 열심히 하는 거다. 그 모습이 순진하고 귀엽게 느껴졌다. 당시만 해도 디지털카메라가 없을 때라 필름을 받으러 간다는 핑계로 자주 보러갔다. 그 후 개인적으로 공모전을 준비할 때 다시 도움을 받았는데 그 작품이 2차, 3차까지 진출하면서 자연스럽게 연인이 됐다.

WEDDING21 어떻게 둘이서 레스토랑을 열 생각을 했나.

박근호 2003년 말에 사귀기 시작해서 10개월 후에 '인뉴욕'을 열었다. 사실 처음부터 레스토랑을 하려던 생각은 아니었다. 당시 자주 데이트를 하던 레스토랑이 있었는데, 그 셰프가 가게를 접으면서 우리에게 인수할 것을 권했다. 처음에는 공동의 작업 공간으로 쓸 계획이었다.

이송희 어차피 둘 다 작업실이 필요했으니까. 그런데 월세가 생각보다 비싸서 감당이 안 됐다(웃음). 어느 날 우리 둘이 작은 테이블에 마주 앉아 있는데 창밖으로 보이는 석양이 너무 로맨틱했다. 그 순간'두 사람만을 위한 원 테이블 레스토랑'을 떠올렸다.

박근호 생각해보면 우리가 어렸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인 것 같다. 나는 스물여섯 살, 아내는 스물네 살이었다. 어렸기 때문에 한 번쯤은 실패해도 괜찮다는 배짱이 있었다.

이송희 둘이 500만 원씩, 합쳐서 1000만 원으로 시작했다. 거기서 카메라를 산다고 250만 원을 써버렸으니 750만 원으로 시작한 셈이다. 다행히 별로 살 게 없었다. 어차피 케이터링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접시와 커트러리, 테이블 장식 같은 건 많이 갖고 있었다. 인테리어는 남편이 도맡아 했고.

씨엘쏭의 세 번째 레스토랑'마이쏭'. 오른쪽 사진은 2009년 마이쏭 앞에서 촬영한 두 사람의 웨딩사진이다.

마이쏭은 이송희대표의 애칭을 따서 만든 레스토랑이다.

WEDDING21 당시엔 셰프가 아니었는데, 요리에 대한 부담감은 없었나.

이송희 케이터링과 요리는 분명 다르다. 그래서 더 노력해야 했다. 메뉴를 개발할 때 남편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매일 내가 만든 요리를 질릴 때까지 먹어줬으니까(웃음). 그렇게 메뉴를 개발하고 얼마간 혼자 요리를 책임지다가 도저히 혼자서는 감당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어 남편에게 요리를 가르치기 시작했다.

박근호 엄청난 하드 트레이닝이었다(웃음). 아내처럼 열심히 하는 사람 곁에 있으면 나까지 덩달아 열심히 하게 된다.

이송희 손재주가 좋은 사람이라 금방 따라오더라. 하루에 네 팀만 예약을 받았는데, 나중에는 두 파트씩 나눠서 소화했다.

WEDDING21 1년 만에 두 번째 레스토랑을 열 수 있었던 원동력은?

이송희 언제나 일을 저지르는 건 내 몫이다. 매일 코스 요리를 하다 보니 한 접시에 담아내는 단순한 요리를 하고 싶었다.' 인뉴욕'이 생각보다 잘 되기는 했지만'그랑씨엘'을 열 때만 해도 이 일로 돈을 벌겠다는 생각은 거의 없었다. 그냥 내 요리를 먹으러 오는 사람들이 두 명에서 네 명, 다시 여섯 명이 되는 게 너무 뿌듯했다.

박근호 그런 아내를 보면 동기부여가 된다. 그때부터'이 사람이 원하는 일이라면 뭐든 밀어주겠다!' 라는 생각을 하게 된 것 같다.

왼쪽 오둘만의 추억이 있는 야구장에서 결혼사진을 찍기도 했다.오른쪽 두 사람은 2009년 이송희 대표의 고향집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WEDDING21 조금 특별한 결혼식을 했다고 들었다.

이송희 세 번째 레스토랑을 준비하고 있을 때였다. 시장조사도 할 겸 함께 뉴욕으로 떠났다가 남편이 나보다 2주 정도 먼저 귀국했다. 돌아오니 여행하는 동안 찍은 사진으로 앨범을 만들어 청혼하더라. 그 포토북 이름이 바로'마이쏭'이다.

박근호 다행히 아내가 그 이름을 정말 마음에 들어 해서 당시 준비하고 있던 세 번째 레스토랑의 이름으로 쓰게 됐다.

이송희 결혼식은 내 고향집 마당에서 올렸다. 사실 이건 우리 어머니의 꿈이기도 했다.그 때문에 마당 넓은 집으로 이사하셨을 정도다. 멀리서 온 하객이 많았기 때문에 축의금도 받지 않았다. 전통 혼례는 아니지만 함도 팔았는데, 떠들썩하고 재미있었다.

박근호 결혼사진도 특이하게 찍은 편이다. 판에 박힌 스튜디오 촬영보다는 우리 둘에게 의미있는 장소에서 사진을 남기고 싶었다.' 마이쏭'을 비롯한 우리 레스토랑에서도 촬영하고, 야구장에서 턱시도와 드레스를 입고 머리에'롯데 자이언츠'비닐봉지를 단 채 찍기도 했다(웃음).

레스토랑'그랑씨엘'내부 전경. 천장이 높아 시원한 느낌을 준다.

WEDDING21 함께 일할 때 두 사람의 역할은 어떻게 나누나.

이송희 내가 전체적인 콘셉트를 잡으면 남편이 디테일을 책임지는 식이다. 예를 들어 내가 메뉴 개발과 운영을 맡으면, 남편은 여기에 필요한 모든 디자인을 책임진다. 2011년 법인회사'씨엘쏭 컴퍼니'를 설립한 이후로는 레스토랑 외에 유통 사업까지 하게 되어 각자 역할이 더욱 분명해졌다.

박근호 다른 사람들은 우리가 하루 종일 함께 일한다고 생각하지만 하는 일이 너무 다르기 때문에 일에 몰두하다 보면 나란히 앉아 있어도 말 한마디 못 나눌 때가 있다. 외근도 많고. 그래도 출근과 퇴근은 함께하려고 노력한다(웃음).

WEDDING21 모두가 바라는 이상적인 부부의 모습 같다.

이송희 내가 추진력 있는 타입이라면 남편은 지구력이 강하다. 하나에 꽂히면 다른 일을 잘 못한다. 내가'그랑씨엘'에 빠져 있을 때 남편은 뒤에서'인뉴욕'을 돌봤다. 그런 남편이 있기에 항상 새로운 일에 도전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박근호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싸우지 않는 건 아니다. 최근에도 엄청 크게 싸웠다. 직원들이 아래층으로 피신갔을 정도다(웃음).

이송희 둘이 싸우는 걸 무서워하지 않는 편이다. 싸우는 과정에서 서로의 의견을 조율하다 보면 더 좋은 결과를 불러올 때가 많다.

박근호 우리만의 싸우는 방식이 있다. 두세 시간 크게 싸우다가 "밥 먹으러 가자!" 라고 하면 끝난다. 둘 다 너무 지쳐서 뭐라도 먹어야 한다. 그렇게 나가서 떡볶이를 먹으며 또 싸우기도 한다(웃음).

최근 씨엘쏭에서 출시한 천일염. 박근호 대표가 디자인한 감각적 패키지가 눈길을 끈다.오른쪽 사진은 두 사람의 추억으로 가득한'마이쏭'의 내부.

WEDDING21 두 사람의 공통 목표는 무엇인가.

박근호 조금 거창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씨엘쏭'을 100년 기업으로 만드는 거다.

이송희 해외의 오래된 레스토랑 중에는 100년이 훌쩍 넘은 곳도 많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특히 식재료는 레스토랑의 정신이라고 생각한다. 그 때문에 좋은 식자재를 선별 및 개발하는 유통 브랜드'프랩'도 만들었다.

박근호 프랩에서 선보이는 첫 번째 제품은 소금이다. 사실 주변 사람 모두가 말렸다. 그런데 우리가 식재료를 취급하겠다고 마음먹은 이상, 소금을 빼놓는 건 말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게 우리가 추구하는 철학이다. 어떤 상황에서든 기본을 지키는 것.

WEDDING21 서로에게 상대방은 어떤 파트너인가.

박근호 끈끈한 동료애를 가진 사람(웃음). 많은 일을 함께하다 보니 상대방이 안쓰럽게 느껴질 때가 있다. 저녁에 지쳐서 잠든 모습을 볼 때라든가.

이송희 결혼하지 않은 친구들에게'사랑'만 보지 말고'사람'을 보라는 말을 자주 한다.나 같은 경우엔 결혼을 앞두고'나를 이 정도까지 받아줄 사람이 또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고, 남편밖에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나에게 남편은 세상에서 가장 가까운 사람,한편으로는 가장 애틋한 사람이기도 하다.

박근호 그럼 나도 다시 말해야겠다. 아내는'나'라는 배의 선장이다.

이송희 윽! 그건 너무 닭살이다.

두 사람의 추억으로 가득한'마이쏭'의 내부.

에디터 서지연 포토그래퍼 신기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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