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낯의 아름다움 'Elegant House'

취재 조고은 사진 변종석 입력 2015. 8. 21. 15:57 수정 2015. 8. 21.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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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급주택

가파른 평창동 언덕길, 고요한 동네 풍경 속 자연스레 녹아드는 주택 한 채가 자리 잡았다. 화려하지 않되 품격은 잃지 않은, 그런 집이다.

[House Plan]

애써 돋보이려 한 흔적이 없다. 평창동 산자락에서 만난 이 집에 대한 첫인상이다. 재료의 물성을 그대로 드러낸 담과 건물 외관은 그저 담담하기만 하다. 도심 한복판이라고 상상할 수 없는, 이 한적하고 여유로운 풍경 속 주택은 이질감이나 위압감 없이 잘 어우러진다.

이 집의 설계는 건축가 조성중 씨가 맡았다. 국내 굴지의 건축사사무소 '일건'의 대표로, 화려한 경력과 연륜을 가진 건축가다. 그와의 만남은 건축주에게는 특별한 경험이자 인연이었다. 튀지 않고 주변과 조화를 이루는 집을 원했던 건축주는 건축가와 통하는 점이 많았다. 심플한 것이 가장 좋은 것이라는 철학. 주택은 이에 대한 두 사람의 적극적인 동의를 바탕으로 설계됐다.

토목을 전공하고 35년간 건설회사에 몸담았던 건축주는집짓기의 하나부터 열까지 직영으로 해냈다. 그동안 대부분 단독주택에서 살아왔기 때문에 경험으로 얻은 정보와 이해가 충분했고, 이미 다세대주택 직영공사를 해본 적 있어 어느 정도 자신감도 있었다. 그렇다고 공사가 처음부터 끝까지 수월한 것은 아니었다. 경사진 대지를 활용해 지하주차장을 만들었는데, 기존 옹벽을 허물고 토목공사를 새로 하는 데만 적지 않은 시간과 비용이 들었다. 그래도 그는 공사하는 내내 매일 아침부터 저녁까지 현장을 진두지휘했고, 약 7개월 후 비로소 그 결과물이 모습을 드러냈다. 주인을 닮아 견고하면서도 자연스러운 멋과 기품이 있는 집이다.

Master's Choice석탑과 소나무로 동양미를 살린 중정

건축가의 제안으로 집 안에 작은 중정을 들였다. 멋들어진 소나무 한 그루와 소장하고 있던 석탑이 어울려 아담하지만 동양미가 물씬 풍기는 광경을 만들어낸다. 현관을 열고 들어서면 창 너머로 바로 마주하게 되는 이 한 폭의 그림은, 건축주 부부가 가장 애착을 가지는 공간 중 하나다.

주택의 외관은 간결한 박스 모양에 톤 다운된 컬러로 차분한 느낌을 준다. 중정과 안마당을 통해 자연을 집 안으로 들였고, 실내 어디서든 창을 통해 북악산과 인왕산 풍경을 만날 수 있다. 특히 현관을 들어서자마자 마주하는 전실은 전면 유리창 안에 중정을 한 폭의 산수화처럼 담아낸다. '도심 속 전원'이라는 말을 그야말로 실감하게 되는 순간이다.

실 구성은 1층에 안방과 거실, 주방 및 다이닝룸을, 2층에 두 아들의 방과 테라스를 배치했다. 건축주 부부는 장성한 두 아들과 한집에 살고 싶은 마음에 각 층을 독립적인 생활공간으로 구분했다. 또, 주방을 건물의 중심에 배치해 가족구성원 간 동선의 마주침을 최소화하고 모든 방에는 욕실을 따로 두어 각자의 생활에 불편이 없도록 배려했다.

Master's Choice인테리어의 격을 높여주는 원목마루

나무의 자연스러운 질감을 표현하는 원목마루는 친환경 자재임은 물론, 인테리어의 완성도를 한층 높여주는 바닥재다. 하지만 무른 성질 탓에 긁히거나 찍히기 쉽고, 온돌 난방이 보편적인 우리나라에서는 온도 변화에 따라 원목마루가 수축•팽창하며 하자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늘 뒤따랐다.

이 주택에는 표면층에 원목(0.6㎜)을 함침 공법으로 처리한 'Par-ky(파키)' 원목마루를 시공해 이러한 문제를 해결했다. 나무 본연의 질감은 그대로 살리되, 내구성을 높인 것이다. 친환경 HDF(고밀도 목재 섬유판)가 적용되어 찍힘에도 강한 것은 물론, 열전도율이 높아 온돌 바닥에 시공해도 걱정 없다. 덕분에 이 집은 각종 운동기구와 자전거 등을 둔 지하실에도 마음 편하게 이 원목마루를 깔았다.

컬러는 어두운 지하실에는 조금 더 밝은 Par-ky Lounge European Oak를, 1~2층에는 무게감과 고풍스러움을 더해줄 Par-ky Lounge Teak를 선택했다. 가격은 European Oak 56,000원/㎡, Teak 66,000원/㎡ 선이라고(부자재, 시공비 별도). ㈜삼익산업 │ 1588-3648 www.siprem.co.kr

Master's Choice조형미와 세련미를 갖춘 철재

주택의 중앙에 놓인 철제계단은 또 하나의 조형작품이다. 각도에 따라 다양한 공간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물론, 하얀 바탕에 그린 추상화를 보는 듯도 하다. 계단 제작은 단순한 철물점을 넘어 공예 개념을 접목해 그 전통과 장인정신을 인정받아온 최가철물점에 의뢰했다. 논현동 가구거리에 있던 최가철물점은 2012년 대학로 쇳대박물관으로 이전하여 영업하고 있다.

주택의 고풍스러운 가구는 모두 건축주 부부가 처음부터 소장하고 있던 것들이다. 부부는 이 예사롭지 않은 안목으로 인테리어에 사용된 벽 마감재, 바닥재, 방문, 문고리 하나까지 직접 골랐다. 흠집이 나기 쉽다는 원목마루는 원목 단판을 표면층에 적용하여 천연의 질감과 강화마루의 내구성을 함께 갖춘 제품을 선택해 디자인과 실용성을 한 번에 해결했다. 또한, 투시형으로 제작한 철 소재의 계단실은 적지 않은 면적을 차지하고 있음에도 답답하지 않고, 오히려 조형미를 갖춘 오브제로서 자리한다.

건축주는 이제 옥상정원을 꾸밀 계획에 한창 설레고 있다. 세월이 흐를수록 집은 주인의 손을 타 더욱 자연스럽게 나이를 먹어갈 것이다. 애쓰지 않아도, 화려한 수식어를 붙이지 않아도 느낄 수 있는 우아함과 기품이 서서히 무르익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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