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사라→가계부채 급증→대출억제" 다음은?

김지산 기자 2015. 8. 17.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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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보는세상]근시안적 정책에 국민만 골탕

[머니투데이 김지산 기자] [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들이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우리가보는세상]근시안적 정책에 국민만 골탕]

지난해 12월 초, 서승환 전 국토교통부 장관이 정부 세종청사 기자실을 방문했다. 야당이 '전·월세 계약갱신청구권'을 정부에 강하게 요구할 때다. 장관으로서 절대 수용불가 원칙을 언론에 알리기 위한 방문이었다.

주택거래 활성화 정책이 비교적 성공적이었다는 자화자찬이 꽃을 피울 무렵, 가계부채 급증 질문이 나왔다. 가계부채 증가는 매매 활성화를 위해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를 완화하고 대출 금리도 파격적으로 낮추는 대책이 쏟아질 때 이미 예상됐던 바다.

몇 달 전까지만 해도 LTV, DTI 규제권한을 갖고 있는 금융위원회를 의식해서인지 '주택 매매 증가도 좋지만 가계부채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는 식으로 얘기해오던 서 장관은 의외의 대답을 내놓는다.

"가계부채는 기획재정부나 금융위에서 잘 관리할 것이다. 주택 주무부처 장관인 저로서는 매매 활성화에 신경 쓸 수밖에 없는 상황이고… 외국 예만 보면 LTV, DTI 변화가 부동산에 큰 문제를 야기하지 않았다"

장관이 떠나자 '그 문제는 그쪽 사정'이라는 식의 답변을 놓고 기자들 사이에서 탄식이 흘러나왔다.

그 일이 있고 반년이 조금 지난 시점에 정부는 가계부채 관리를 위해 대출을 규제하겠다고 나섰다. 가계부채 폭탄이 터지기 전 시의적절한 조치였다고 자평할진 모르겠다. 그러나 지난 2년 반 동안 정부는 가계부채 예상 없이 매매만 부추겼다는 걸 자인한 셈이 됐다.

만약 대출 문턱을 낮춰 집을 사게 만들었다가 가계부채가 어느 선에 육박하면 대출을 죄는, 거대한 스케줄대로 일이 진행됐다면 참으로 무서운 정부다. 지금까지 집 산 사람들은 집값 떨어지는 건 둘째 치고 집 팔기도 그만큼 어려운 처지에 몰릴 게 뻔해서다.

'매매차익을 염두에 두고 거래를 했다면 투기'라고 몰아붙일 수도 있겠다. 그러나 전체 자산에서 집이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인 한국적 상황에서 미래 집값을 염두에 두지 않고 집을 사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따지고 보면 지금의 전세난도 미래 주택 시장이 별로 밝지 않다는 데서 비롯된 일이다.

신규분양에 대출 규제를 하지 않겠다고 해서 분양이 계속 잘 될지 미지수다. 새 아파트도 분양 받은 이후에는 기존 주택이 된다. 이 기존 주택에 수요자 줄이 짧아지면 집값은 그만큼 덜 오르거나 오히려 낮아지기 마련이다.

조짐은 나타났다. 송파구 위례신도시나 화성 동탄2신도시, 하남 미사강변도시 같은 곳들 중에는 분양권 웃돈이 반토막 난 집들도 있다고 한다. 이 파급이 어느 지역으로 얼마나 퍼질지 모를 일이다. 큰 맘 먹고 집 산 사람들은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닐 게다.

전세값 잡겠다고 매매를 유도하고는 가계부채 늘었다고 대출 옭죄면 다음은 또 뭘까. 1~2년 뒤에 다시 거래 부양에 나설까. 집값 띄우기도 문제지만 예측 안 되는 정책을 반복하는 건 정말 심각한 문제다.

김지산 기자 sa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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