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광양 황매실에 신안 소금 넣어서.. 韓·日합작 '우메보시' 어떤 맛 탄생할까

히데코·요리연구가 2015. 8. 15.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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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데코의 행복한 밥상]

여름을 향해 가는 5~6월에 제철을 맞는 매실은 한국은 물론이고 일본 식탁에서도 빼놓을 수 없는 재료이다. 파란 매실로 매실주나 진액을 만들어 단맛을 입히는 것이 한국 방식이라면, 일본에서는 소금에 담가 절이는 우메보시(매실 절임)가 즐겨 먹는 음식이다. 여름에 담근 우메보시는 1년 내내 여러 음식에 맛을 더해주는 재료로 요긴하게 들어간다.

항균 효과가 있는 우메보시는 여름 식탁에서 빼놓을 수 없는 건강 유지를 위한 특효약이다. 도쿄에 사는 친정어머니의 주특기가 우메보시를 이용한 요리였다. 여름이면 아침마다 채 썬 우메보시와 삶은 풋콩을 밥에 섞어 주셨다. 평범하게 느껴지던 그 맛이 한국에 살다 보니 '엄마 손맛'으로 문득문득 떠오른다.

올해 태어나서 처음으로 우메보시<;사진>;를 담가 봤다. 다들 집밥에 열광하고, 엄마의 손맛을 찾는 때가 아닌가. 한국에 온 지 20여년, 이제는 한국인이 다 됐지만 바다 건너 친정어머니의 맛을 잊지 않기 위해 도전했다. 한국 사람들에게 진짜 일본 음식 맛을 알려주고 싶기도 했다.

우메보시는 6월 말에 나오는 완숙 매실을 주로 쓴다. 만드는 과정이 까다로운 편은 아니다. 깨끗이 씻어 이쑤시개로 꼭지를 떼어내고, 용기와 뚜껑을 꼼꼼히 소독하는 과정은 한국의 매실청 만들기와 같다. 밑바닥에 뿌리는 재료가 설탕이 아니라 소금이라는 점이 다르다. 매실 무게의 14~18% 되는 소금을 밑바닥에 뿌리고, 매실을 다시 깔고 소금을 뿌리면서 매실을 차곡차곡 올리면 된다. 매실보다 두 배 정도 무거운 누름돌을 올리고, 빨간 차조기를 넣으면 색과 풍미를 더할 수 있다.

한국의 매실로 담근 나의 첫 우메보시는 몇 번의 시련을 겪어야 했다. 맛이 익어가던 7월 장마 중, 후텁지근한 날이 계속된 탓인지 빨간 차조기가 담긴 병 위쪽에 허여멀건 것이 둥둥 떠 있었다. 곰팡이의 습격인가. 화들짝 놀라 어지간해서는 찾지 않는 인터넷 레시피를 뒤지기 시작했다.

'우메보시의 흰 곰팡이'로 검색했더니 의외로 관련 글이 여러 개 눈에 띄었다. 그래, 한국과 일본은 이즈음 날씨가 비슷하지. 장마전선이 왔다 갔다 하는 데다 기온과 습도도 유사한 수준이다. 매실을 담근 지 20년째라는 베테랑 주부의 조언에 따라 간신히 퇴치에 성공했다. 괘씸한 곰팡이는 전부 떠내서 버리고, 매실은 따로 건져내 천으로 닦아냈다.

소금에 절인 지 한 달 반 정도 지나면 매실을 건져내 말려야 한다. 맹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8월 첫째 주, 선글라스에 모자까지 쓰고 마당에 소쿠리를 펼쳤다. 매실끼리 달라붙지 않도록 하나씩 소쿠리에 펼쳤다. 한낮에 볕이 좋을 때 한두 번씩 아래위로 뒤집어 주다가, 밤에는 집 안으로 들여놨다. 이 과정을 사흘 정도 반복하면 매실에 주름이 생기면서 아기 귓불처럼 말랑말랑해진다. 이제 몇 달간 숙성될 일만 남았다.

전라남도 광양 매실 농가의 황매실과 빨간 차조기, 전남 신안군 도초도의 자연 소금으로 담그고, 서울의 따가운 태양 볕으로 말려서 만든 나의 우메보시는 냉장고에 들어 있다. 한국 재료와 일본 조리법이 만나 서서히 익어가는 중이다. 석 달 후 어떤 맛이 탄생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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