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좌는 움직이는 거야' 은행가 벌써 전운

오현태 기자 2015. 8. 5. 2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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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6조 '머니무브' 코앞.. 10월 계좌이동제 시행 앞두고 시중銀 '고객잡기' 총력

오는 10월 계좌이동제 시행을 앞두고 은행가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 시중은행들은 각양각색 상품을 내놓으며 ‘고객 쟁탈전’을 벌이기 위한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계좌이동제는 주거래 계좌를 바뀌면 구(舊) 계좌에 딸려 있던 자동이체를 신(新) 계좌로 자동으로 옮겨주는 서비스다. 산술적으로는 226조원이 은행을 갈아탈 수 있다. 계좌이동이 금융권의 지각변동을 야기할지 ‘찻잔 속 태풍’에 그칠지 의견이 엇갈린다.

◆은행별 상품 특징 각양각색

5일 금융권에 따르면 각 은행이 출시한 ‘주거래 고객 패키지’ 상품은 수수료 면제, 우대금리 등의 혜택을 위주로 하는 공통점이 있지만 세부내용은 은행별로 차이가 있다. 

신한은행의 ‘신한 주거래 우대 통장·적금’은 적금 우대금리가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다. 급여 및 연금 입금 또는 생활비 입출금 거래 시 연 0.5%포인트,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S-bank’ 가입 및 적립식 상품 자동이체 등 부가 서비스 이용 시 연 0.8%포인트의 우대금리를 줘서 총 1.3%포인트의 금리를 추가로 챙길 수 있다. 

KB국민은행의 ‘KB국민ONE라이프 컬렉션’은 카드·대출·통장·적금 4가지 상품으로 구성돼 가장 풍성하다. 공과금 이체, KB카드(신용·체크) 결제실적이 1건만 있어도 타행자동이체 등 3가지 수수료를 무제한 면제해 주는 것이 특징이다. 주거래 패키지를 가장 먼저 내놓은 우리은행은 급여이체 등 주거래 요건 충족 시 월 15회 수수료를 면제해 준다. 미사용한 면제횟수에 대해서는 유효기간 없이 무제한 이월할 수 있다.

IBK기업은행의 ‘IBK평생한가족통장’은 주거래 고객 인정 기준을 6가지로 해놓고, 이 중 2가지를 충족하면 혜택을 준다. 고객이 자신에게 맞는 기준을 고를 수 있는 폭이 넓은 셈이다. 또 환율 우대 70%를 적용해 해외송금을 많이 하는 사람에게 유리하다. 다음달 통합을 앞둔 하나·외환은행은 전체적인 거래실적을 통합하는 포인트 제도와 적금 상품을 오는 10월 출시할 예정이다.

일부 은행은 오는 10월을 전후해 주거래 고객을 위한 상품을 추가로 내놓을 예정이다. 다른 은행이 어떤 상품을 내놓는지를 살펴 조금이라도 혜택을 더 넣으려는 눈치작전이 벌어지는 모양새다.

◆‘자금 대이동’ 일어날까

금융결제원 등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기준으로 자동이체 등록이 가능한 수시입출금식 개인예금의 잔액은 226조3000억원이고 계좌 수는 1억9000만개다. 이들 모두가 계좌이동제의 이동 대상이다.

현재까지는 어느 정도 자금이동이 일어날 것이라고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가 지난 4월 25∼49세 서울시민 500명을 대상으로 ‘최근 3년간 주거래 은행을 변경했거나 향후 교체할 뜻이 있는가’라고 물었더니 51.2%가 ‘있다’고 답했다. 이 연구소의 나성호 연구위원은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거래은행을 바꾸고 싶어하는 욕구는 좀 있는 것 같다”며 “2개 이상 은행과 중복 거래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은행을 찾아 계좌를 새로 만들지 않고도 은행 홈페이지에서 클릭 한 번으로 손쉽게 이동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 시중은행의 관계자는 “과거에는 은행 창구에서 하는 대면 거래가 많아 은행이나 그 직원에 대한 만족으로 거래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최근에는 비대면 거래가 90% 이상이라 은행이 주는 이점을 수수료, 금리 등 객관적 지표로 볼 수밖에 없다”며 “다른 은행에서 고객을 빼올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자금이동이 미미할 것이라고 보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또 다른 시중은행의 관계자는 “각 은행이 대부분 기존 거래고객을 유지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에 계좌이동이 많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오현태 기자 sht9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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