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분양 쏟아내고 미분양 다시 늘고.. 이상 기류

강아름 2015. 8. 5.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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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판 행진' 동탄서도 미달 나와, 분양은 이달에도 6만가구 육박

"대출 규제·금리 인상 겹칠 땐 주택시장 거센 후폭풍" 우려

비수기 없던 주택시장에 최근 이상 기류가 감돌고 있다. 꾸준히 줄던 미분양 아파트가 증가세로 돌아섰고, 가계부채 관리 강화 대책 발표 이후 집값 상승폭은 둔화하고 있다. 시장상황에 민감한 건설사들은 지금이 아니면 '분양 장사'로 큰 이문을 남길 수 없을 거란 위기감에 물량을 털어내는데 더욱 속도를 붙이고 있는 모습이다. 업계에선 "건설사들이 피 튀기는 분양 경쟁을 펼치는 것을 보면 주택 시장의 반짝 호황이 곧 끝날 것이란 걸 알 수 있다"는 말까지 나온다. 적어도 내년부터는 청약 미달 사태, 미분양 증가 등 문제가 심각해질 수 있다고 판단한 건설사들이 서둘러 재고 처분에 나선 것 아니겠느냐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건설사들이 향후 외적 환경의 변화(대출 규제, 금리인상 등)에 맞춰 분양물량과 시기를 조절하지 않고 무작정 밀어내기 분양만 하다가는 되레 더 큰 역풍을 맞을 수 있다고 경고한다. 물량 공세가 결과적으로 미분양 증가와 주택가격 하락을 부추겨 건설사에 악재로 돌아올 수 있다는 것이다.

분양 막차 타는 건설사들

5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아파트 분양 물량은 총5만3,588가구로 올 들어 최대치를 기록했다. 통상 분양 성수기로 통하는 4월(5만3,118가구)과 5월(4만9,741가구)의 물량을 거뜬히 뛰어넘은 수치다.

이달에도 분양 예정 물량이 6만가구에 육박(5만9,774가구)한다. 올해 분양 예상 물량이 역대 최대 규모인 43만가구로, 여름 비수기 두 달간 올해 전체 물량의 27%가 쏟아지는 셈이다.

이런 이례적 현상에 대해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올해 초부터 저금리와 전세난, 1순위 완화 등의 청약제도 개편 등으로 분양 시장이 몇 년 만에 살아났지만 내년에도 지속될 것이란 보장이 없기 때문에 어떻게든 연내 분양을 털어낼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간 시장 침체로 지지부진했던 사업장의 재고들을 올해 안에 가능한 빨리 처분하겠다는 것이다.

건설사들의 '이문' 욕심은 최근 높아진 분양가를 봐도 알 수 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3.3㎡당 평균 분양가는 작년 말 940만원에서 올해 7월 967만원으로 올랐다. 같은 기간 동탄 신도시 아파트는 19.5%나 뛰었다.

다시 고개 든 미분양

분양 물량 공세에 고분양가까지 겹치면서 청약 시장과 미분양 관리에는 적신호가 켜졌다. 당장 지난달 청약을 받은 3개 단지 중 1개 단지에서 미달 사태가 벌어졌다. 금융결제원에 따르면 지난달 청약을 받은 아파트 87개 단지 중 청약 미달 단지가 29개에 달했다. 분양을 했다 하면 '완판' 행진이던 동탄신도시 역시 물량이 과하게 쏟아지면서 미달 단지가 나왔다.

청약 미달은 미분양으로 이어지는 모습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전국 미분양 아파트는 5월 이후 두 달 연속 증가세다. 올 들어 꾸준히 감소세를 보이던 미분양이 5월 소폭(49가구) 증가하더니 6월에는 큰 폭(5,926가구)으로 늘어났다. 올해 최대 물량이 공급된 7월에는 미분양이 이보다 더 늘어났을 것으로 보인다.

하반기 중 분양 꼭지…물량 공세 속도 조절해야

업계에선 분양 물량이 올 하반기 중 정점을 찍고 이후 점차 줄어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하반기에 상반기(19만가구)보다 많은 24만가구가 분양될 예정"이라며 "최근 미분양 우려와 정부의 대출 규제 정책 등 시장을 위축시킬 요인들이 부각되면서 내년에는 지금 만큼의 분양 물량이 쏟아지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특히 정부가 올 상반기까지만 해도 '시장 활성화'에만 초점을 두고 정책을 펴던 것에서 최근 규제를 통한 '시장 연착륙' 쪽으로 방향을 튼 것이 부동산 시장의 중요한 변곡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허윤경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내년부터 단기 거치식 상환 방식에서 원리금 분할상환으로 바뀌면 아무리 실수요자들이라고 해도 상환 부담에 주택 구입을 꺼릴 수 있다"며 "금리 인상, 입주물량 증가 등의 변수를 고려해 건설사가 분양 물량과 시기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전문위원 역시 "주택 거래가 감소하고 집값이 하락 조짐을 보이면 분양시장도 위축될 수밖에 없다"며 "아무리 전세난이 심각해도 집값 하락이 예상되면 세입자들도 주택 구매에 소극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분양 정점 이후 과잉 공급에 따른 후폭풍이 거세게 몰아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조명래 단국대 교수는 "주택 가격이 오르거나 가수요가 붙을 만한 여건이 안 되는 상황에서 정부가 대출금리와 부동산 정책 등을 이용해 인위적으로 시장을 살리려는 노력을 하고 건설사들이 물량 폭탄으로 가세한 것인데 이제 그 한계가 왔다"며 "가계부채 대책으로 인한 대출 시장 위축, 금리 인상 등이 겹치면 미분양은 계속 늘어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강아름기자 saram@hankookilbo.com

여선애 인턴기자(서강대 프랑스문화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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