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진단] 대한민국 제조업이 무너지고 있다

서정근 2015. 8. 5.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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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PMI 28개국중 24위

대한민국 제조업이 무너지고 있다.

'세계의 공장' 중국의 제조업 급성장과 엔저를 기반으로 일본 제조업이 급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설상가상으로 미국의 제조업이 살아나고 있다. 여기에 우리 정부의 정책실패까지 겹쳐 한국의 제조업은 삼각파도의 위기에 처해있다.

5일 영국의 금융정보 제공업체 마르키트에 따르면 한국의 7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47.6포인트를 기록, 업황 기준선 50포인트를 5개월 연속 밑돌았다. PMI 지수는 기업 구매담당 임원 대상 설문을 통해 집계한 것으로, 50포인트를 밑돌면 제조업 경기가 위축되고 있음을 나타낸다. 한국은 7월 PMI 지수 집계가 완료된 28개국 중 24위를 차지, 최하위권을 기록했다. 한국보다 PMI 지수가 낮은 국가는 대만(47.1)과 인도네시아(47.3), 그리스(30.2), 브라질(47.2) 등이다.

마르키트는 "한국 제조업 경기가 가파르게 하락하고 있다"며 "신규 주문 감소와 더불어 생산도 가파른 속도로 줄었고, 고용은 지난해 11월 이후 가장 빠른 속도로 감소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는 자동차·조선·철강 등 이른바 중후장대 산업의 수출 부진이 장기화하며 수요와 생산, 고용이 차례로 감소하는 상황을 반영한 것이다. 중국 경기 불안과 우리 내수 침체도 영향을 미쳤다.

최근 중국 정부가 발표한 '중국제조 2025' 계획에 따르면 한국은 중국, 영국, 프랑스와 함께 '3강국'으로 분류됐다. 1강국은 미국, 2강국은 일본과 독일이다. 한국무역협회 이봉걸 수석연구원은 "고속철, 전기차, 태양광, 풍력발전 기술 등에선 중국이 한국을 앞선 것으로 평가된다"고 밝혔다. 고급형 스마트폰, 반도체, 디스플레이도 한국이 아직 우위에 있지만 추월 직전이다.

국내 조선산업은 중국에 시장을 잠식당하자 노하우가 부족한 해양플랜트 부문에 뛰어들다 오히려 대규모 손실을 입고 있다. 철강 산업도 중국산 저가 철강에 가격 경쟁력에서 밀리고 있다. 자동차 산업도 중국이 한국 업체를 생산량 기준에서 크게 앞질렀고 차세대 친환경 차량에선 한국보다 앞서 가고 있다. 중국제조 2025 계획은 차세대 정보기술과 고정밀 수치제어, 로봇, 항공 우주장비 부문 기업 연구개발 투자를 확대하고 정보기술과 제조업을 융합, 2025년까지 2그룹으로 올라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미국, 일본 등 전통 강국의 제조업도 르네상스를 보이고 있다. 마르키트의 7월 PMI 집계 결과 미국은 53.3, 일본은 51.2를 각각 기록했다. 미국 정부는 지난 2009년부터 2014년까지 5년 동안 연구개발 투자액을 2004~2008년에 비해 10.4% 늘렸는데, 이 기간 중 산업 제품 및 제조공정 기술 투자를 43.3% 확대했다. 이로 인해 미국의 제조업체 수는 2013년 3분기부터 증가세로 전환해 글로벌 금융 위기 이전 수준인 34만 개로 회복했다.

일본 제조업은 엔저 효과로 활황을 맞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일본 도쿄증시의 토픽스 지수에서 주당순이익(EPS)이 시장의 예상을 웃돈 종목이 159개 기업으로 집계됐다. 토요타의 2분기 순이익은 지난해 동기보다 10% 늘어난 6500억엔(6조1천200억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박근혜정부의 경제정책 실패도 한몫하고 있다. '아베노믹스'에 대한 지나친 낙관론 등이 그것이다.

이정동 서울대 기술경영정책대학원 교수는 "제조업이 일자리의 근원이라는 생각으로 핵심 제조업의 경쟁력을 키우고 유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장균 현대경제연구원 수석 연구위원은 "미국의 제조업 부흥을 위한 연구개발을 통한 성과창출이 곧 가시화될 것이며 고부가·첨단화에 주안점을 둔 일본, 중국 등의 제조업 혁신 정책도 향후 판도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우리가 제조업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 시간이 길게 남아있지 않다"고 진단했다.

서정근기자 antilaw@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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