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시공휴일 엇갈린 반응.."우린 어쩌라고"

석혜원 2015. 8. 5.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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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어제(4일) 광복절 전날인 오는 14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했다. 광복 70주년을 기념하고, 메르스 등으로 침체 된 내수경제 활성화를 위한다는 취지다.

임시공휴일은 관공서와 공공기관, 학교 등에서는 의무 적용되지만, 민간 기업에서는 시행 여부를 자율적으로 결정한다. 정부의 방침에 기업의 동참도 잇따르며 3일 연휴를 반기는 분위기다. 하지만 불과 10일을 앞두고 갑작스럽게 임시공휴일이 지정되면서 연휴가 '그림의 떡'일 뿐인 사람들도 많다.

◆ 대기업 적극 동참

정부의 발표에 삼성그룹과 LG, SK, GS, 두산, 한화 등 대기업도 임시공휴일 지정에 동참했다. 삼성 그룹은 “삼성의 전 계열사가 14일을 임시 휴무로 정하기로 했다”며 “광복 70주년을 기념하고 최근 메르스 여파로 침체한 국내 내수시장을 살리기 위한 결정”이라고 했다.

롯데그룹과 신세계 등 유통업체 역시 14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하고, 일부 근무가 불가피한 직원에게는 특별근무 수당지급이나 대체휴일을 적용하기로 했다.

주요 경제단체의 움직임도 적극적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와 대한상공회의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무역협회, 한국경영자총협회, 한국중견기업협회 등 6개 경제단체는 오늘(5일) "민간기업들도 기업별 상황을 감안해 자율적 휴무를 시행할 수 있도록 권장하기로 했다"며 "경제단체가 민간기업에게 자율 휴무를 권장키로 한 것은 광복 70주년의 의미를 되새기는 한편 내수활성화에 기업이 앞장서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설명했다.

기대치 않던 사흘 연휴를 누리게 된 직장인들은 여행 계획을 세우며 반기는 분위기다. 대기업에 다니는 이 모 씨는 “뜻밖의 휴일이 생겨서 가족과 함께 지리산을 갈 계획”이라며 “회사 콘도를 이용할 수 있어서 예약을 서둘렀다”고 했다.

◆ “예약 안 돼요”

하지만 갑작스런 연휴가 꼭 반갑기만 한 건 아니다. 분당에 사는 회사원 정 모 씨는 “급하게 갈 곳을 알아보니 연휴기간이 여름성수기라 국내 콘도는 예약도 힘들더라”고 푸념했다.

대기업에 다니는 김 모 씨는 “지난달 이미 휴가를 다녀왔기 때문에 3일 연휴지만 딱히 여행 계획을 세우진 않고 있다”며 “아이와 함께 가까운 수영장을 갈까 생각하지만, 사람이 몰릴 거 같아서 걱정”이라고 했다.

광고회사에 다니는 이예정 씨 역시 임시공휴일이 반갑지만은 않다. 이 씨는 “임시공휴일로 지정된 14일에 중요한 PT가 있다”며 “공휴일 지정으로 일정이 연기되면 프로젝트 진행에 차질이 생길 것”이라며 우려를 전했다.

◆ 오피스 상권, 매출 걱정

서비스업을 하는 자영업자들은 걱정이 더 크다.
서울 여의도 오피스 밀집 지역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이 씨는 “임시공휴일로 지정되면 평일 매출의 절반도 안 나온다”며 “국민의 사기를 진작시킨다고 하는데 일하는 사람보다는 놀고먹는 사람들을 위한 정책으로 생색만 내고 있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용산과 여의도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한 자영업자는 “휴가철이라 매출이 평소보다 70%도 못 미치는 상황인데, 또 연휴라니 답답하다”며 “금요일에는 점심 손님이 많아서 홀 직원을 3명씩 쓰지만, 공휴일로 지정되면 아르바이트 직원을 쉬게 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 건설현장과 서비스업 “임시공휴일? 남 얘기”

여름철 뙤약볕에서 아래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건설 노동자도 공휴일과 관계없다. 서울 영등포구의 한 재건축 공사 현장 반장 이 모 씨는 “공사 일정이 다 짜여있기 때문에 공휴일이 됐다고 해서 쉴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며 “일용직으로 일하시는 분들은 쉬는 만큼 일당을 벌지 못하기 때문에 필요성을 못 느낀다”고 했다.

용인의 한 브런치 카페에서 아르바이트하는 대학생 오하나 씨는 “공휴일에는 평일보다 손님은 30% 이상 늘고, 가족단위 손님도 많아서 바빠지지만, 시급이 달라지진 않는다”며 “임시공휴일 적용받는 공무원과 대기업 직원들이 부러울 뿐”이라고 했다.

온라인 커뮤니티 역시 임시공휴일 혜택을 누리지 못하는 이들의 불만이 이어진다. 한 누리꾼은 “다니고 있는 회사도 쉬고, 딸 아이의 어린이집도 쉬는데 정작 남편 회사는 못 쉰다”며 “광복 70년을 기념하고 국민 사기 진작을 위하려 했다면 미리 계획하고 더 많은 이들이 누릴 수 있도록 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석혜원기자 (hey1@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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