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적 논란' 롯데그룹, 한국서 번 돈 99% 한국에 썼다

김주영,손일선,손동우,이새봄 2015. 8. 5.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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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국세청 稅회피 의심에 투자금 이자수준 日 배당"한국롯데 고용 18만명 일본의 40배..매출은 20배

◆ 롯데 '경영권 분쟁' 후폭풍 ◆

'롯데는 한국 기업인가, 일본 기업인가.'

오너 가족 간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민낯을 드러낸 롯데그룹이 국적 논란에 휩싸였다. 한국을 대표하는 재계 5위 그룹임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일본 롯데가 한국 롯데를 지배하는 구조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 롯데의 실질적 지주회사 격인 호텔롯데는 L투자회사, 일본 롯데홀딩스, 광윤사 등 일본 국적 기업들이 지분 99%를 소유하고 있다.

더욱이 우리말을 거의 하지 못하는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장남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최근 방송사에 잇달아 일본말 인터뷰를 내보내면서 예민한 우리나라 국민 정서를 건드렸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가족 간에도 대부분 서로 일본식 이름을 부르고, 신 총괄회장이 차남 등을 해임하라고 명령했다는 소위 지시서까지 온통 일본어로 작성돼 있는 사실이 방송을 통해 보도되면서 더욱 여론이 악화됐다.

이 같은 기류를 의식한 듯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지난 3일 귀국 직후 기자회견에서 일본말이 아닌 우리말로 대국민 사과 메시지를 전하며 "매출의 95%가 우리나라에서 나온다. 롯데는 한국 기업"이라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롯데는 과연 한국 기업이 맞을까.

글로벌 자금이 자유롭게 국경을 넘나드는 시대에 기업의 국적을 오너 지분 등 소유 구조로만 따지기는 어렵다. 대표적인 거시경제 지표로 요즘엔 자국민의 해외 소득까지 포함된 국민총생산(GNP)보다 외국인의 국내 소득이 포함된 국내총생산(GDP)을 더 많이 사용하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롯데그룹은 당연히 한국 기업이라는 목소리가 우세하다.

우선 많은 국민이 롯데가 한국에서 번 돈을 상당 부분 일본으로 빼돌리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갖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는 오해라 해도 크게 무리가 아니다. 매일경제신문이 조사한 결과 롯데그룹 전 계열사가 지난해 국내에서 벌어들인 영업이익 가운데 1.1%만 일본에 배당금 등으로 지급된 것으로 나타났다.

롯데그룹과 금융감독원 정보시스템 등에 따르면 지난해 롯데그룹 80개 계열사(상장·비상장사 모두 포함)가 벌어들인 영업이익은 총 3조2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지분을 갖고 있는 일본 롯데 기업들이 받아간 배당금은 약 341억원이다.

나머지 3조1659억원(98.9%)은 한국에서 세금 납부와 재투자, 유보금 등으로 활용됐다. 대주주와 소액주주를 모두 포함해 지난해 롯데그룹 계열사들이 지급한 배당금 총액 3000억원과 비교하면 일본으로 나간 돈은 약 10% 선이다.

재벌닷컴은 지난해 롯데그룹 한국 계열사들이 일본 관계사로 보낸 배당액이 565억원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수치엔 부산은행(배당금 203억원)등 롯데 계열사가 아닌 곳도 포함돼 있다.

롯데그룹 계열사 가운데 일본 지주사에 가장 많은 배당액을 지급한 곳은 호텔롯데다. 호텔롯데는 지난해 일본 롯데홀딩스와 12개 'L투자회사' 등에 254억원을 배당했다. 롯데케미칼 롯데로지스틱스 롯데캐피탈은 각각 32억원, 3억원, 2억원을 배당했다. 일본 계열사가 지분 100%를 보유한 부산롯데호텔은 지난해 49억원을 배당으로 지급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한국 롯데그룹의 이익은 대부분 한국 주주와 국민에게 돌아간다"며 "법적으로 꼭 배당해야 하는 돈만 송금하지 그 이상은 유출시키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심지어 일본 롯데홀딩스에 배당을 지급하게 된 것도 일본 세무당국의 요구에 의해 어쩔 수 없이 집행한 것이라고 항변한다. 호텔롯데가 일본 지주사에 배당을 하기 시작한 것은 2005년부터다.

한 롯데그룹 관계자는 "일본 국세청이 차입금 3조원을 한국에 투자했는데도 배당을 받지 않은 일본 롯데를 '세금 회피' 혐의로 몰아간 적 있다"며 "이후부터 호남석유 등 한국 롯데 계열사들이 차입금 이자만큼 배당을 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한국 롯데와 일본 롯데를 비교해 보면 한국 롯데 계열사들이 압도적으로 많은 경제적 부가가치를 만들어 내고 있다. 2014년 기준 한국 롯데의 매출은 83조원으로 일본 롯데(4조원) 대비 20배에 달한다. 계열사 수도 현격하게 차이가 난다. 한국 롯데 계열사는 80개, 일본의 경우에는 38개다.

한국 롯데는 국내 고용 시장에서도 큰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직접고용이 18만명(해외법인 포함)이고 협력업체 임직원 등 간접고용까지 모두 합하면 약 35만명에 달한다.

반면 일본 롯데의 직접고용 인력은 4500여 명으로 한국이 40배나 더 많다.

물론 롯데가 한국 기업이라는 논리에도 약점은 있다. 롯데그룹 지배구조의 최정점에 있는 광윤사와 일본 롯데홀딩스가 일본 법인이라는 점이다. 이에 대해 롯데 측은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도 외국인 지분이 훨씬 높고 외국인들에게 배당을 하지만 한국에서 사업을 하고 한국에 법인세를 납부한다는 점에서 누구도 한국 기업이라는 점을 부인하지 않는다"며 "롯데는 한국에 뿌리내린 한국 기업"이라고 강조했다.

[특별취재팀 = 김주영 차장(팀장) / 손일선 기자 / 손동우 기자 / 이새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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