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격살인 부르는 '간통죄 무죄 공고' 손본다..법무부 "문제점 면밀히 검토"

김규식 입력 2015. 8. 5. 17:44 수정 2015. 8. 5. 1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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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방 이름까지 공개 2차피해 유발" 지적도

간통죄로 유죄를 받았던 피고인들이 무죄 판결을 받기 위해 신청한 재심을 통해 지나치게 적나라한 사생활이 공개되고 개인 정보까지 노출되는 데 이어 재심 결정문에도 피고인 이름·주소 등이 모두 드러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5일 매일경제신문이 관보에 나온 간통죄 재심을 집계한 결과 지난 2월 헌법재판소가 간통죄를 폐지한 뒤 나온 판결문은 모두 8건에 달했다. 또 법원이 피고인 측 청구를 받아들여 재심하기로 결정한 사례도 3건 올라왔다.

재심 결정문에서도 피고인 이름, 생년월일, 주소, 등록기준지 등이 모두 드러나 또 다른 '인격살인' 사례로 지적된다.

이처럼 법원이 간통죄 재심 판결문과 결정문을 관보에 공개하면서 2차 피해를 염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피고인으로서는 재심을 거쳐 무죄 판결을 받았지만 이를 관보와 신문에 공고하면서 사생활이 적나라하게 공개되는 문제가 제기된다.

여기에 피고인과 간통한 사람은 신상 공개를 감수하겠다고 동의한 적이 없는데도 판결문에 이름 등이 드러나는 문제점이 생긴다. 이는 모두 형사소송법 440조에 따라 의무적으로 게재해야 하는 사안으로 법원은 법률에 따를 수밖에 없지만 피고인과 간통한 사람까지 관보에 올리는 것은 사생활 침해 소지가 높다.

법원이 규정에 따랐을 뿐이라고 회피하는 사이 사생활 공개에 따른 2차 피해가 일어나도록 방조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법무부는 간통죄 재심 무죄 판결문을 공시하는 과정에서 드러난 인권 침해 문제에 대해 검토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법무부 관계자는 "무죄 판결 공시는 당사자 명예를 회복하기 위한 조치"라면서 "집행 과정에서 오히려 명예를 해치는 일이 벌어진다면 문제 소지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법무부는 해당 조항 집행 과정에 문제점이 있는지 면밀히 검토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법조계에서는 법원이 사생활 침해 소지가 있기 때문에 형사소송법 440조에 대한 개정을 요청하면 법무부는 주무 부처로서 입법 미비를 보완하는 형식을 취하는 방식이 있을 것으로 제안했다.

다만 재심 판결문을 선별적으로 공개하는 것에 대해 세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한규 서울변호사협회장은 "간통죄 재심을 청구한 사람들만 신상을 감춰준다면 또 다른 위헌 판결을 받은 범죄에 대해서는 어떻게 할 것인지 의문"이라면서 "특정한 죄만 딱 꼬집어 '이건 재심 시에도 청구자 신상 공개 불가'라고 말하기에는 명확한 기준이 없는 점은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규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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