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균 기자의 야구멘터리] 매미가 울면 삼성 성적은 왜 올라갈까

수원|이용균 기자 noda@kyunghyang.com 2015. 8. 5.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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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엽

한화 권혁은 올시즌 80이닝을 훌쩍 넘게 던지고 있다. 2009년 기록한 한 시즌 자신의 최다이닝(80.2이닝)을 벌써 넘겼다. 권혁은 “쉴 때 최대한 잘 쉬고, 먹을 거 잘 먹으면서 관리 잘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한 마디 덧붙였다. “그래도 대구 있을 때 보다 조금 덜 더워서 낫다”며 웃었다.

대구는 폭염의 도시다. 섭씨 35도를 훌쩍 넘는다. 인조잔디로 이뤄진 대구구장은 위 아래 열기가 더해져 찜통을 무색케 한다. 그런데 대구구장을 홈으로 쓰는 삼성은 그 더위 속에서 오히려 힘을 낸다.

삼성은 올시즌 역시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된 후반기 부터 거침없이 치고 나가며 순위 싸움에서 멀찌감치 도망쳐 나갔다. 후반기 9승4패, 특히 선두 경쟁을 벌였던 NC, 두산을 만나 5승1패를 거두며 승차를 넉넉히 뒀다.

“매미가 울면 성적이 올라간다”는 삼성, ‘여름 강자’의 비밀은 뭘까. KT전을 치르는 수원에서 삼성 선수들에게 물었다.

삼성을 대표하는 베테랑 이승엽은 후반기 타율이 무려 3할9푼6리다. 이승엽은 “솔직히 이유는 잘 모르겠다. 평소처럼 똑같이 한다. 한약도 평소에 먹는 거 꾸준히 먹는 정도다”라더니 “아, 아무래도 여름이 되면 식사량을 조금 줄인다. 나이가 들어서 소화가 잘 안된다”며 웃었다. 웃어 넘겼지만 이승엽의 식단 조절에서는 베테랑의 여름나기 노하우가 묻어난다. 대개 체력이 떨어지는 여름, ‘잘 먹어야 한다’가 정석이다.

박석민은 후반기 타율이 무려 4할7푼4리다. 박석민은 “전반기(0.285)에 너무 못쳐서 그런가”라며 웃더니 “나 역시 똑같이 한다. 대신, 코치님들이 훈련 스케줄을 잘 조절해 주시는 것 같다. 수비든, 타격이든 적절한 안배가 이뤄진다”고 말했다. 지나가던 최형우에게 삼성의 여름 강세 비결을 물으니 “이건 저 말고 다른 선수들에게 물어봐달라”고 웃으며 손사래를 쳤다. 최형우는 후반기 타율 2할로 주춤하는 중이지만, 전형적인 여름 사나이다. 지난 시즌 8월 타율이 0.473이었다.

어쩌면 첫번째 비결은 ‘엘리트들의 노하우’다. 삼성 김한수 타격 코치는 “어디 갖다 놔도 빠지지 않는 선수들이다. 시즌의 체력 안배에 대한 감각들이 있다. 아무래도 8월이면 모두가 힘들 때 아닌가. 그때 버티고 넘기는 노하우들을 갖췄다”고 설명했다. 오랫동안 변함없이 팀을 지킨 코칭스태프의 노하우가 여기 더해진다.

또 하나의 비결은 ‘대구’다. 장원삼은 2010시즌을 앞두고 넥센에서 삼성으로 트레이드 됐다. 훈련을 마친 뒤 땀 범벅이 돼 더그아웃으로 돌아온 장원삼은 “삼성 이적 6년차다. 이제 대구 날씨에 적응이 다 됐다”더니 “아, 수원은 참 시원하네”라며 웃었다. 장원삼은 “대구 구장의 뜨거운 환경에 적응되다 보니 원정 경기 오면 피곤하기는 커녕 시원해서 할 만 하다”고 덧붙였다. 곁에 있던 안지만 역시 “대구 정말 덥다. 원정 오면 피서 온 것 같다”고 덧붙였다. 야마이코 나바로 역시 “고향(도미니카 공화국) 보다 대구가 더 덥다”고 거들었다.

삼성 이준민 더그아웃 기록원은 “실제로 원정경기 승률이 좋다”고 말했다. 삼성은 2013시즌 7~8월 원정경기에서 14승9패, 2014시즌에는 11승8패를 거뒀다. 조금 낫기는 하지만 무릎을 칠 정도는 아니다.

그런데, ‘휴식기’가 없었던 때로 계산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삼성은 2011시즌 7~8월 원정경기서 15승6패를 거뒀다. 홈에서는 9승10패였다. 2012시즌에는 더 심했다. 홈에서 9승8패를 기록했고, 원정에서 무려 17승5패로 압도적이었다. 다른 팀들이 무더운 여름 원정 피로도를 걱정하는 것과 달리 삼성은 원정 경기를 ‘바캉스’ 삼아 즐긴다.

올시즌 역시 ‘휴식기’가 없이 치러진다. 빡빡한 일정 때문에 월요일 경기 가능성도 생겼다. 무더운 8월, ‘대프리카(더운 대구를 일컫는 인터넷 용어)’에서 자란 ‘원정 사자’는 더욱 무서운 맹수가 될 가능성이 높다.

단지, 엘리트 선수들의 노하우, 대구 효과 만은 아니다. 가장 큰 이유는 삼성의 팀 전력 자체가 강하기 때문이다. 김재걸 코치는 “여름에 강한 이유가 여러가지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삼성 팀 전력 자체가 세기 때문이다. 어디 한 자리 빈 데가 없다. 누군가 부진하면 다른 선수들이 메운다. 체력전에서 버티고 넘는 이유는 팀 전력의 안정감에서 나온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코치는 “실제 삼성이 조금 주춤했던 예전에는 여름 승률도 그리 높지 않았다”고 말했다.

<수원|이용균 기자 nod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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