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l.told: EPL 역대 몸값 톱3를 평가해보니
[포포투] 기계에 관한 자기신념이 있다. 비싼 게 좋다는. 좋은 게 비싸고. 자동차가 그렇다. 고급 외제차 몇 번 얻어 타봤는데, 내 차보다 훨씬 좋았다. 오디오가 '뱅&올프센'이고, 액셀러레이터 밟으면 부다다당 하면서 쭉 나가고, 막 그랬다.
사람은 어떨까? 스펙을 갖추면 높은 연봉을 받을 확률이 일반적으로 높다. 고액 연봉자는 그럴 만한 자격이 있다고 수긍할 수도 있다. 하지만 기계와 비교하면 '예외' 빈도가 높은 편이다. 대기업 임원 중에는 "저렇게 해도 저기까지 올라가는구나"라는 생각이 절로 들게 하는 사람도 드물지 않다. 프리미어리그라고 해서 크게 다를 게 있겠는가?
월드 No.1 풋볼매거진 <포포투>가 잉글랜드 축구 이적료 3인을 살펴봤다. 영어로 하면 'hit or miss' 정도 되는 '내 마음대로' 평가를 해보려고 한다.
# 당당히 1위: 앙헬 디 마리아 (1,087억 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2014년)
"어릴 때부터 맨유에서 뛰고 싶었다. 위대한 선수들이 입었던 그 유니폼을 입게 되다니 흥분된다." 1년 전, 그는 저렇게 말했다. 자랑스러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유니폼을 입고서.
데뷔전(2014.08.30) 직후 디 마리아는 아르헨티나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고 독일을 상대로 도움 해트트릭을 달성했다. 맨유는 이미 포만감을 느낄 정도로 행복했다. 레스터시티(2014.09.21)를 상대로 선보인 로빙슛 골을 보며 영국은 "오, 비유티"를 외쳤다.
문제가 생겼다. 11월말 햄스트링 부상을 당했다. 1월부터 본격적으로 복귀했는데 31일 무서운 일을 겪었다. 자택에서 온 가족이 저녁 식사를 하는데 갑자기 3인조 복면강도가 문을 뜯고 침입하려고 한 것이다. 아무 일 없이 상황은 종료되었지만 겁을 먹은 디 마리아 가족은 이후 시내 호텔로 거처를 옮겼다. 그리곤 디 마리아의 컨디션이 급락했다. 애슐리 영의 백업으로 전락했다. 1천억 원짜리 후보 선수. 32경기 4골. 끝.
잉글랜드 축구 사상 가장 비싼 몸값을 기록했던 디 마리아는 1년 뒤 "PSG에서 뛰게 되어 행복하다"라고 말했다.
# 그래도 2위: 페르난도 토레스 (910억 원, 첼시, 2011년)
"첼시를 위해 큰 의미가 있는 날이다. 최전성기에 있는 세계 최고 선수를 획득했다. 잉글랜드 축구에서 득점력이 검증된 선수다. 나처럼 첼시의 모든 팬들도 이 소식에 흥분할 것이다." 2011년 초, 첼시의 브루스 벅 회장은 저렇게 말했다. 푸른 유니폼을 입은 '엘 니뇨'를 보면서.
토레스 영입은 완벽해 보였다. 2007년 리버풀에 입단해 33골, 17골, 22골을 넣었다. 2010-11시즌 전반기에만 9골을 넣었다. 맨유와 맨시티 상대 각각 3골, 아스널 상대 2골, 특히 첼시를 상대로 무려 7골을 터트린 스트라이커였다. 첼시는 가장 위협적인 상대 공격수를 없애는 동시에 자기 편으로 끌어들인 셈이다. 신의 한 수가 되리라고 생각했다. 아니, 믿었다.
이적 후 토레스는 첼시에서 18경기 1골로 시즌을 마쳤다. 새 시즌이 되자 모두 "이제는 제 몫을 하겠지"라고 여겼다. 2011-12시즌부터 토레스는 11골, 22골, 11골을 기록했다. 문제는 프리미어리그 득점이 6골, 8골, 5골에 그쳤다. 첼시에서 뛴 3.5시즌간 리그 득점 수가 20골이었다. 리버풀 데뷔 시즌에만 토레스는 리그 24골을 넣었는데.
2014년 여름 밀란에 도착한 토레스는 "판 바스턴, 웨아, 인자기의 옆에 내 이름이 새겨진 유니폼이 놓이도록 하겠다"라고 말했다. 아, 지금은 비센테 칼데론에서 뛴다.
# '앗싸' 3위: 라힘 스털링 (892억 원, 맨체스터 시티, 2015)
"리버풀을 그렇게 떠나서 아쉽다. 리버풀과 감독, 선수들 모두 새 시즌 좋은 성적을 거두길 바란다." 2015년 여름 스털링은 이렇게 말했다.
그렇다. 스털링은 잉글랜드 프로축구 역사상 세 번째로 비싼 선수가 되었다. 잉글랜드 국적자 중에서는 최고액이다. 역대 2위(637억 원)인 앤디 캐롤을 가뿐히 제쳤다. 유럽축구연맹(UEFA)의 재정 규정(Financial Fair Play) 아래서 어린(1994년생) 잉글랜드 국적자가 확실한 기량을 갖췄으니 몸값이 폭등할 수밖에 없다.
스털링이 자기 몸값을 입증할까? 가격이 말하듯이 기대치는 크다. 만 20세 미드필더가 지난 시즌 리그 52경기 11골을 기록했다. 스털링을 둘러싼 '거품' 비판이 크지만, 그 나이에 그런 실적을 남기는 선수는 분명히 드물다. 우선 맨시티 내에서 치열한 주전 경쟁에서 이겨야 한다. 쉽지 않다. 알다시피 그 곳에는 '대단한' 선배들이 수두룩하다.
# 결론: 둘은 'miss', 하나는 '미정'
살펴보니 이적료 역대 1, 2위에게 'miss' 판정이 불가피하다. 3위는 아직 결론을 내기가 어렵다. 3명의 몸값을 합치니 2,889억 원에 달한다. 얼마나 큰돈인지 참고하려고 구글에서 '2900억원'으로 검색하니 '현대엔지니어링 지난해 2900억 분식회계 정황'이란 기사가 뜬다. '2800억원'의 검색 결과는 '이명박 2800억 비리 의혹, 이민호-수지로 덮었다(?)'라는 기사가 맨 위에 뿌려진다. 공교롭게 잉글랜드나 대한민국이나 이 금액대가 별로 유쾌하지 않다. 이렇게 결론을 내리면 너무 우울해진다. 스털링에게 기대를 걸어보자. 건투를 빈다.
글=홍재민, 사진=Gettyimages/멀티비츠, 영화 <버드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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