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만둬, 죽이겠다" 아프간 첫 여성 조종사의 시련
본인·가족에 무수한 살해위협…"말랄라처럼 되고 싶나" 협박도
(서울=연합뉴스) 백나리 기자 = "공군 조종사는 제 꿈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계속 살해 위협을 받으며 살 수는 없을 것 같군요."
아프가니스탄의 첫 여성 조종사로 여성인권 향상의 대명사인 닐루파 라흐마니(23)의 말이다. 2년 전 공군 조종사가 됐을 때만해도 세상에 더 바랄 것이 없었던 라흐마니는 지금 끊임없는 살해 위협으로 꿈이 산산조각날 위기에 처했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4일(현지시간) 혹독한 시련을 겪고 있는 라흐마니의 근황을 전했다.
조종사가 꿈이었던 아버지 밑에서 가족의 전폭적 지원으로 2011년 공군에 입대한 라흐마니는 2013년 21세의 나이에 꿈에 그리던 조종사가 됐다.
아프간 최초의 여성 공군 조종사라는 타이틀로 유명세를 얻을 무렵 라흐마니의 악몽은 시작됐다. 그만두지 않으면 죽이겠다는 협박 전화가 걸려오기 시작한 것이다.
어느 날엔 집 앞에 편지가 놓여 있었다. 편지에 "우리 말을 심각하게 듣지 않고 있구나. 이슬람교는 여성에게 미국이나 영국과 협력하지 말라고 가르친다. 일을 계속하면 너와 가족이 말살될 것이다"라고 적혀 있었다.
파키스탄 탈레반 분파의 서명이 담긴 편지에는 "말랄라 유사프자이를 기억하라"는 위협도 있었다. 여성교육 운동을 하다 파키스탄 탈레반의 총격 테러에 간신히 목숨을 구한 말랄라는 지난해 노벨평화상을 받았다.
라흐마니의 가족도 위협 대상이었다. 결국 라흐마니 일가는 인도로 피신했다가 귀국해 몇 달에 한 번씩 이사를 다니는 신세가 됐다.
피해는 그 뿐만이 아니었다. 남동생은 총격과 뺑소니 테러를 당했다. 아버지는 실직했고 언니는 이혼당했다.
친척들도 라흐마니가 가문에 먹칠을 하고 있다며 비난하는 형편이다. 공군에서도 라흐마니가 인도로 피신했을 때 업무를 제대로 못한 점을 빌미삼아 그만두라고 종용했지만 미군의 측면 지원 덕분에 살아남을 수 있었다.
라흐마니는 "이럴 줄 알았다면 가족에게 이런 일을 겪게 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상황이 이런데도 가족은 나를 지지해주고 있다. 가족의 지원이 없었다면 지금 살아있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군에 계속 남아있기를 진정으로 원한다면서도 계속 이런 식으로 살 수는 없다고 토로했다.
WSJ은 미국 등 서방이 아프간 내 성평등 촉진을 위해 엄청난 투자를 하고 있지만 라흐마니의 사례가 아프간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소녀들이 학교교육을 받게 되고 여성들이 사회진출을 하게 됐지만 전통과 충돌하는 사례는 여전하다는 것이다.
nar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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