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완지 기성용, 첼시와 개막전..무리뉴에 비수 꽂을까?

이은혜 2015. 8. 5.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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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성용의 스완지 시티 데뷔전은 2012년 9월 1일. 리버티 스타디움에서 치러진 선덜랜드와의 경기였다. 2012-13 시즌 프리미어리그 3라운드 후반 32분경. 기성용은 그 날 승부를 2-2로 만들었던 팀의 두번째 동점골의 주인공 미구엘 미추 대신 교체 투입돼 약 15분 정도를 뛰었다. 경기는 그대로 무승부로 종료됐다.

약 3년이 흐른 2015년 8월 현재, 기성용은 자타가 공인하는 스완지의 에이스가 됐다. 기성용이 오기 전까지 팀의 '절대부동' 에이스 였던 미추는 2013-14 시즌 발목부상을 당했다. 이후 경기력도 부침을 겪었다. 지난해 7월 이탈리아 클럽 나폴리로 임대됐던 미추는 이번 여름, 끝내 스완지와 결별 수순을 밟는 모양새다. 한때 복귀설이 나오기도 했지만 게리 몽크 감독은 지역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미추가 2015-16 시즌 명단에 포함될 가능성은 적다"는 입장을 밝혔다.

올해 36살인 게리 몽크는 스완지 선수 출신 감독이다. 팀의 레전드로 한 시즌만에 감독 앞에 붙어 있던 '대행' 딱지도 뗐다. 정식 감독이 된 2014-15 시즌 스완지의 개막전 상대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였다. 같은 데뷔전이기는 했지만, 상대팀 맨유에서 EPL 데뷔전을 치르는 감독은 경력이 어마어마 했다. 네덜란드 대표팀을 이끌고, 막 브라질월드컵을 치르고 온, 루이스 반 할이었다.

시즌 개막전 킥오프를 앞두고 선수 출신의 35살 초보 감독 게리 몽크와 브라질월드컵서 큰 상처를 안고 소속팀에 복귀한 EPL 3년 차 미드필더 기성용은, 올드 트라포드 원정으로 치르는 맨유전에서 많이 작아 보였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그 날 기성용은 맨유의 공격수 웨인 루니보다 먼저 골을 넣었다. 스완지는 '루이스 반 할'을 영입한 맨유에 2-1 승리를 거두며 2014-15 시즌 EPL 개막전을 치른 20개 팀 중 가장 큰 이슈를 뿌렸다. 그리고 지난 시즌 구단 역사상 최다 승점을 쌓으며 리그를 8위로 마감했다.

어느덧 프리미어리그에서 4년째를 보내고 있는 스완지는 컵대회 우승트로피를 가진 팀이고, '설레발'이 아니라 제 발로 유로파리그에 출전했던 경험을 가진 팀이 됐다. 세계 최고의 리그라 자부하는 프리미어리그에서, 천문학적인 돈과 피말리는 경쟁이 오가는 축구종가의 1부 리그에서 웨일즈 역사상 처음으로 승격한 팀은 무려 4시즌 연속 살아 남았다. 그것도 꽤 준수한 성적으로.

그 중심에는 이견의 여지 없이 한국 선수 기성용이 있다. 물론 우리 축구팬들에게 스완지 시티라는 팀은, 기성용이 뛰고 있기 때문에 익숙한 팀이다. 반대로 스완지 사람들은 기성용 덕분에 한국이라는 나라를 알게 됐을 지도 모르겠다. 다만 한국이든, 스완지든, 어느 나라의 축구팬이 됐든. 양쪽 모두가 매 시즌 놀랍게 진화해 온 기성용의 '기량' 덕분에 서로의 축구클럽과 나라를 인지하게 됐다는 사실에는 이견의 여지가 없지 않을까. 그리고 그럴 때마다 기성용을 향한 기대치 역시 조금씩 높아져 온 것도 인지상정.

이제 2015-16 시즌이면 기성용도 EPL서 4년 차를 맞는다. 그 사이 대표팀, 클럽에서 그의 입지나 존재감은 확연히 달라졌다. 특히 최근 1-2년 새 '몸값'까지 치솟았다는 평가가 꾸준히 뒤를 따랐지만 기성용은 매번 스완지 잔류를 택하는 충성도를 보였고, 매번 그 결정이 옳았다는 박수를 받았다. 그리고 우리 시간으로 나흘 뒤로 다가 온 2015-16 시즌 개막전. 운명의 장난일까. 공교롭게도 그 상대는 첼시다. 아스날 벵거 감독이나, 첼시 무리뉴 감독이나 기성용과 같은 한국 출신 선수인 '박지성 선배'와 좋은 추억이 많지 않다. 무리뉴 감독은 기성용과도 그리 좋은 기억이 없다.

기성용은 영국무대 진출 후 자신의 데뷔골을 첼시를 상대로 기록했다. 선덜랜드 임대기간이었던 2014년 12월 칼링컵 8강전에서다. 그 골로 선덜랜드는 무려 15년 만에 컵대회 4강에 진출했다. 그해 연말에는 여세를 몰아 박싱데이 기간 중 EPL 데뷔골까지 넣으며 굴곡진 시기를 뒤로 하고 다시 상승세의 발판을 마련했었다. 스완지에서 뛰던 시절에도 첼시를 잡고 컵대회 결승에 오른 적이 있다. 기성용은 선덜랜드 임대 전이었던 2013년 1월, 첼시와의 컵대회 4강 1, 2차 경기를 풀타임으로 모두 뛰었다. 그리고 스완지가 거함 첼시를 잡고 구단 창단 100년 역사상 처음으로 컵대회 결승에 오르는데 맹활약을 펼쳐 상대팀 무리뉴 감독에게는 잊기 힘든 존재감을 각인시켰다.

오는 9일 일요일, 우리 시간으로 새벽 1시 반. 스완지 시티는 지난 시즌 우승팀 첼시의 홈에서 원정으로 2015-16 시즌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개막전을 치른다. 시즌 개막도 전에 14번째 대결에서 끝내 앙숙 벵거에게 첫 패배를 떠 안은 무리뉴를 적장으로 만나는 일은, 맨유 제국을 넘겨 받은 반 할 감독의 데뷔전을 상대하는 것 만큼이나 힘겨워 보인다. 그리고 이 경기에 나설 팀의 에이스 기성용에게 저 멀리 스완지의 팬들이나, 여기 한국의 팬들 모두 기대하는 미션은, 다시 한번 '개막전의 사나이'다.

간단하다고는 했지만 사실 기성용은 지난 시즌을 마치고 무릎 수술을 받았다. 시즌 초반부터 온전히 제 기량을 보여주는 것이 쉽지 않을 수도 있다. 그리고 이번 시즌에는 절대 간과할 수 없는 2018 러시아월드컵 예선 일정도 '대표팀 에이스'를 기다리고 있다. 기성용이 2015-16 시즌, 또 한 번 높아진 팬들의 기대치와 클럽의 성적을 담보할 수 있는 진화한 기량을 선보일 수 있을까? '빅클럽 이적' 같은 깜짝 뉴스보다 '스완지 잔류'를 택한 기성용에게는, 어떤 의미에서 더 어려운 싸움이 시작된 것일지도 모른다.

(SBS스포츠 이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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