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차량 출입 막은 울산의 한 아파트에서 벌어진 일

이병희 기자 2015. 8. 5.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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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9월 경남 울산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택배 차량의 출입을 막았다. 단지 안에는 지하주차장만 있어 차량이 다닐 수 있는 도로가 없는데 인도로 차가 다니면 위험하다는 이유에서다.

이후 일부 입주민들은 불편하다고 이야기 하고, 택배 기사들은 배달이 너무 힘들다고 아우성이다. 최근엔 택배 업체들이 이 아파트로 오는 물건은 배송하지 않겠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인터넷에서도 논란이 되고 있다. 어떤 일이 있었던 것일까.

아파트 단지에 택배 차량이 드나드는 건 흔한 일이다. 하지만 이 아파트는 아이들의 안전이 위협받는다면서 택배 차량 통행을 막았다. 아파트 관리실 관계자는 “택배 기사분들께 여러 번 서행해달라고 부탁했지만 이를 무시하는 사람들이 많아 내린 결정”이라고 했다. 이 때문에 택배 차량은 아파트 입구에 정차해 손수레로 택배 물건을 옮겨야 한다.

하지만 차량통제 이후 당장 불편을 호소하는 주민들이 생기면서 입주민들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택배 차량 진입 통제를 찬성하는 쪽은 “아이들 안전을 위해선 불가피하다”고 하고, 반대 쪽에선 “대부분 우리가 시킨 물건이 오는 것인데 일방적으로 차량통제를 막으면서 집앞까지 배달을 요구하는 것은 과한 것”이라고 말한다.

택배 기사들은 고충을 호소한다. 울산에서 일하는 택배 기사 A씨는 “이 아파트만 유독 단지로 차량을 못 들어오게 해서 물건을 배송하는 데 너무 힘이 든다”며 “입주민들에게 관리실을 설득해달라고 요청했지만 타협점이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급기야 최근 일부 택배업체가 이 아파트로 오는 택배를 배송하지 않겠다는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했다. A씨는 “한 택배업체에선 ‘배송 금지’ 공문도 내려온 것으로 안다”며 “다른 업체들도 동참할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

이 사실이 알려지며 인터넷에서도 논란이 일었다. 주로 택배 기사들에 대한 응원이 많았다. 물건을 시켜놓고 차를 들어오지 못하게 하는 건 너무하다는 것이다. 택배기사들에 따르면, 물건 하나 배송하고 손에 쥐는 돈은 700~800원 수준이라고 한다. 이들은 하루 평균 100~150건의 물건을 배송하는데, 하루 임금이 7만~12만원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손수레로 물건을 옮기면 힘이 더 들고 시간도 많이 걸린다. 시간이 지체되면 그만큼 하루 수입이 줄어든다. 인터넷엔 그에 대한 동정론이 많다.

이 아파트 일부 주민들은 “어느정도 불편을 감수하겠다고 정한 규칙인 만큼 택배 물건을 경비실에서 찾아가는 것이 나을 것 같다”며 타협안을 제시했다고 한다. 동마다 설치된 무인택배함을 아파트 입구쪽에 다시 설치하자는 안도 나온다고 한다. 이 아파트가 어떤 해결책을 찾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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