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 패배 日, 할릴호지치와 4개월 허니문 끝?

우한 | 황민국 기자 2015. 8. 5.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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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니문’은 4개월 만에 끝난 것일까.

찬사 속에 지휘봉을 잡았던 바히드 할릴호지치 일본 감독(63)이 거듭되는 부진으로 비판에 시달리고 있다. 깜짝 충격으로만 여겼던 지난 6월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50위 싱가포르와의 0-0 무승부에 이어 2일 동아시안컵 1차전에선 FIFA 랭킹 129위 북한에 1-2로 역전패했기 때문이다.

할릴호지치 감독은 한국에도 잘 알려진 지도자다. 그는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 알제리를 이끌고 한국을 4-2로 무너뜨렸다. 이후 알제리의 영웅 대접을 받으며 당당히 일본 감독으로 부임한 할릴호지치는 최근 부진에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강력한 카리스마를 자랑하던 그가 최근의 부진을 자신이 아닌 선수의 책임으로 돌리고 있는 것이 그 증거다. 할릴호지치 감독은 북한전이 끝난 뒤 공식 기자회견에서 “수많은 기회를 살리지 못한 골 결정력에 한숨이 나온다. 체력적으로도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선수들을 비판했다. 그는 3일 훈련을 앞두고는 “이대로 가면 1승도 거두지 못하고 돌아갈 것”이라며 연일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할릴호지치 감독의 선수 탓은 오히려 거센 역풍을 부르는 모양새다. 선수단과의 마찰이 대표적이다. 할릴호지치 감독은 일본 특유의 패싱 게임보다는 몸싸움을 두려워하지 않는 투쟁심을 요구하고 있지만, 선수들로선 익숙한 축구를 버리는 게 쉽지 않다. 결국 베테랑 미드필더 엔도 야스히토(35·감바 오사카)가 “모든 결정은 감독의 몫이다. 하지만 감독이 원하는 축구는 우한의 더운 날씨에는 현실적이지 않다. 때로는 완급을 조절하는 축구도 필요하다”고 반기를 들었다. 할릴호지치 감독은 “몇몇 선수들이 지친 모양이다. 다른 선수들에게 기회가 갈 수도 있다”며 사태 수습에 힘쓰고 있지만 효과는 미지수다.

일본 언론에선 조심스럽게 경질론이 떠오르고 있다. 패배를 선수 탓으로 돌리는 지도자에 대한 불신이다. 일본 스포츠 전문 일간지 ‘스포츠 호치’가 “핑계대지 않겠다더니 끝없이 핑계를 댔다”고 비판했고, ‘스포츠 닛폰’ 역시 “알베르토 자케로니 시절에도 일정은 같았지만 결과는 대회 첫 우승이었다”고 비꼬았다. 일본축구협회도 예상치 못한 할릴호지치 감독의 표류에 좌불안석이다. 승부 조작 파문으로 경질된 하비에르 아기레 감독 사태로 사령탑 인선의 책임론이 불거졌던 기억이 선명하기 때문이다. 5일 한·일전이 할릴호지치 감독의 운명이 결정할 수 있는 단두대 매치가 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올 정도다.

<우한 | 황민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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