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투명 기업으로 거듭나야>이사회 있으나마나.. 경영진의 '거수기'

임대환기자 입력 2015. 8. 5. 12:11 수정 2015. 8. 5.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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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이사진 해임건 구두지시

辛총괄 몰랐다던 중국 사업 韓이사회서 50건이나 보고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이 전근대적인 지배구조하에서 발생했다는 분석이 제기되면서 소유와 경영을 분리하기 위해 존재하는 이사회가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중국 사업에 대한 보고 체계도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고, 이사회에서 결정해야 할 임원 해임과 같은 중요한 안건도 이사회에서 다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 그대로 드러났다.

5일 재계에 따르면 신격호 총괄회장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중국 사업에서 1조 원의 손실을 냈다는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의 말을 전해 듣고 진노해 신 회장을 불신한 것으로 전해진다. 신 총괄회장과 신 회장 사이에 불화가 생긴 것도 이 때문으로 알려져 있다.

문제는 신 총괄회장이 대표이사로 있는 롯데쇼핑이 그동안 이사회에서 중국 사업과 관련한 사항을 50건 정도 의결했으면서도 신 총괄회장은 이런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는 점이다. 이사회가 과연 제대로 작동을 했는지 의구심이 드는 대목이다.

롯데그룹 측은 이에 대해 신 회장과 임원들이 그동안 지속해서 신 총괄회장에게 중국 사업 진행 여부를 보고했다고 밝히고 있다. 재계에서는 신 총괄회장이 기억하지 못하거나, 이사회가 신 회장 일가의 결정을 승인하는 단순한 '거수기' 역할만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대표이사가 이사회에서 의결한 안건들에 대해 알지 못했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사회의 가장 중요한 안건 중 하나인 임원 해임에 대해서도 이사회 결정과 상관없이 신 총괄회장 혼자서 결정하는 시스템 역시 이사회가 제 역할을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신 총괄회장은 중국 사업 손실 얘기를 듣고 일본으로 건너가 자신을 제외한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진 6명을 모두 해임하겠다며 이번 사태의 발단을 일으켰다. 이사회 결정에 따라 이뤄질 일을 신 총괄회장의 구두지시만으로 진행된 것이다. 이사회의 결정을 신 회장이 "법적으로 효력이 없다"며 반격을 할 수 있었던 것도 이 같은 허점을 파고들었기 때문이다.

재계 관계자는 "그동안 롯데그룹의 경영적 판단이 어떻게 이뤄져 왔는지를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라며 "한국이나 일본이나 기업의 경영판단을 내려야 하는 이사회가 사실상 무용지물이었다는 점을 보여준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임대환 기자 hwan91@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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