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투명 기업으로 거듭나야>외부 감시·견제 피하려..'皇帝경영 신격호' 上場 최소화

이관범기자 2015. 8. 5.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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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비상장사 앞세운 비밀주의

한국 롯데 계열사 80개사중 상장은 8곳뿐… 실체 깜깜이 친족 경영이 불투명성 조장 제왕적 경영 강화하는 악순환신동빈 롯데쇼핑 상장 추진때 "꼭 회사를 팔아야 하겠느냐" 기업을 사적 소유물로 인식

'비상장 장막'을 쳐 온 롯데그룹의 '경영 비밀주의'가 기업을 사적 소유물로 간주하는 전 근대적인 발상과 제왕적 경영 수단으로 사실상 활용돼 왔다는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5일 재계 등에 따르면 롯데그룹의 경영 비밀주의는 비상장 경영을 오랫동안 고수해 온 점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모태인 일본 롯데홀딩스만 해도 현지 계열 회사 37곳이 모두 비상장사다. 대기업도 상장하지 않으면 기업 정보를 공개할 의무가 없는 일본법 때문에 일본 롯데 계열사들의 주주, 지분구조는 베일에 가려져 있다.

일본 롯데홀딩스의 해외 법인을 포함한 자산은 5조8353억 엔(54조9113억 원가량) 규모에 달한다. 영위하고 있는 사업은 제과, 스포츠, 외식, 서비스, 부동산, 무역 등을 아우르고 있다.

현지 기업 중 ㈜롯데, 롯데상사, 미도리상사, 롯데아이스, 메리초코렛 등은 제과·음료 분야를, 롯데마린스는 야구단 운영을, 롯데건강산업은 건강식품·잡화 등을, 롯데리아는 패스트푸드를, 롯데부동산은 부동산 개발을, 롯데물산은 무역 등을 관장하고 있다.

한국 롯데그룹은 그나마 전체 계열사 80여 개사 중 8곳(롯데쇼핑·롯데제과·롯데푸드·롯데칠성음료·롯데케미칼·롯데하이마트·롯데손해보험·현대정보기술)이 상장사다. 노무라증권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경영 전면에 등장하고 서구식 기법을 도입하면서 타 대기업집단에 비해 뒤늦게 상장을 시작한 결과다.

하지만 지주회사 격인 호텔롯데를 비롯해 내부 거래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롯데정보통신, 롯데카드, 대홍기획, 롯데알미늄, 롯데건설, 롯데물산, 롯데상사, 롯데캐피탈은 여전히 비상장사로 남아 있다.

2006년 신 회장이 롯데쇼핑 상장을 추진하자 신격호 총괄 회장은 "꼭 회사를 팔아야 하겠느냐"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진다. 주식 공모나 기업 공개는 회사를 파는 것과 다름없다는 신 총괄회장의 인식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번 롯데가의 경영권 분쟁이 기업을 개인의 사유물 정도로 간주하는 전근대적인 인식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경제 전문가들의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게다가 한국·일본 롯데그룹의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일본 롯데홀딩스, 광윤사, L제1∼12투자회사 집단 등 역시 철저하게 베일에 가려져 있는 비상장사다. 신격호 총괄회장 일가가 지분을 나눠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으나 내부 지분 구도는 외부에 공식적으로 알려진 게 없다. 특히 L제1∼12투자회사 집단의 경우에는 정부나 금융당국조차 전혀 내부 지분 구도 등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 가까운 가족이나 극소수 관리자만 알고 있는 것으로 롯데그룹 전·현직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사정이 이러하자 비상장 경영이 제왕적 리더십과 맞물려 경영 및 소유 구조의 불투명성을 조장하고, 다시 제왕적 경영을 강화하는 악순환의 고리를 만들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재계 관계자는 "롯데그룹은 비상장 기업이 대부분으로, 경영 비밀주의를 추구한다고 볼 수 있다"면서 "기존 상법, 회사법, 공정거래법 등은 사주 일가와 대주주의 불투명한 경영과 전횡을 견제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지만 비상장 주의로 일관할 경우 사실상 외부에서 감시하거나 견제하기가 어려운 구도"라고 밝혔다.

경영과 소유의 분리를 위한 이사회 등의 경우에는 제왕적 경영의 폐단에서 보듯 거수기 노릇만 할 뿐,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 경우가 다반사라는 것이다.

이관범 기자 frog72@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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