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 늪에 빠진 교육계-下>교사가 여학생에게 '대학 못가면 미아리 보낸다'

정유진기자 2015. 8. 5.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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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고교 피해 女교사 단독 인터뷰

"가해 男교사 만나는 것 무서워 1년 넘게 점심도 혼자 먹어 교장·교감은 사건 묵인·축소… 교육청에 알렸지만 처벌안해"

'대학 보낼 놈이 없다. 대학 못 간 여학생들은 모조리 미아리로 보내겠다.'

5일 서울 서대문구 공립 G고교 성추행 사건의 가해 교사가 수업 도중 학생들에게 한 말의 일부라며 피해 교사 A 씨가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전한 내용이다.

A 교사에 따르면 당시 수업에 참여했던 학생들은 가해 교사가 언급한 '미아리'가 서울 성북구 길음동 일대의 성매매 집결지인 '미아리 텍사스촌'을 지칭하는 단어라는 것을 알고 충격에 빠졌다. 학생들에게 이 같은 입에 담을 수 없는 성희롱 발언을 한 가해 교사는 학생과 동료 여교사들을 상습 성추행한 의혹을 받고 있다.

지난 3일에는 김형남 서울시교육청 감사관이 G 고교 성추행 사건의 가해 교사가 학생들을 상대로 '원조교제를 하자'는 발언을 했다고 밝힌 바 있다.

A 교사는 지난해 2월 강원도 속초 워크숍을 갔다 노래방 뒤풀이에서 당시 교무부장으로부터 성추행 피해를 당했다. 여전히 가시지 않는 성추행 충격으로 인터뷰 중간중간 말을 잇지 못하는 A 교사를 대신해 남편이 말을 전하기도 했다.

A 교사는 속초 성추행 사건 이후 견딜 수 없는 시간을 보냈다고 전했다. 그는 "학교 식당에서 가해 교사들과 마주치는 것조차 두렵고 싫어서 1년 넘게 도시락을 싸서 다니며 혼자서 교무실에서 점심을 먹었다"고 말했다.

A 교사는 "성추행 피해를 본 것도 힘들었지만, 사건을 해결해야 할 교장, 교감과 관리 감독 기관인 교육청 관계자들이 사건을 묵인하고 은폐·축소하려고 끊임없이 시도하는 것에 신물이 났다"고 말했다. A 교사는 속초 사건 이후 학교 측과 서울시교육청 산하 서부교육지원청 등에 피해 사실을 알렸지만 가해 교사에 대한 징계와 처벌은 이뤄지지 않았다.

지난 7월 교육청 감사가 시작되면서 동료 여교사는 물론 제자까지 포함해 130여 명이 성추행을 당한 사실이 드러나자 A 교사의 고통은 더해졌다. A 교사의 남편은 "감사가 시작되면서부터 아내는 집에 와서 울다 지쳐 자는 것이 일상이었다"며 "특히 제자들이 성추행을 당했다는 사실에 괴로워했다"고 말했다.

고통 속에서도 A 교사는 학생들을 위해 학교를 그만둘 수도 없었다. 그는 "당장 수시전형을 치러야 하고 수능시험도 고작 100일 앞둔 학생들을 생각해 마음속으로 분을 삭이며 학생들에게 진학지도를 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3일부터 1주일간의 휴가를 보내고 있다. 그는 "다음 주부터 학교에 나가야 하는데 학생들과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도무지 생각이 나지 않는다"며 깊은 한숨을 쉬었다.

한편 '미아리' 발언과 관련해 해당 교사는 G고교 교장을 통해 "미아리 점집에 가라는 뜻이었다"고 해명했다.

정유진 기자 yooji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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