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m우한: 한일전에는 핑계가 통하지 않는다

윤진만 입력 2015. 8. 5. 11:29 수정 2015. 8. 5.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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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포투=우한(중국)] 구름 한 점 없던 우한에 5일 비를 동반한 구름이 찾아온다. 평균 기온이 오늘 대비 약 1.1도 떨어진다. 그래 봤자 36.1도에서 35도다. 큰 차이 없이 우한은 오늘도 내일도 여전히 더울 것이다. '어제보다 오늘이 더운 것 같다'는 말은 무의미하다. '바람이 더 많이 부네'라는 말도.

이곳에서 편법은 통하지 않는다. 양산, 자외선차단제, '쿨'토시, 휴대용 선풍기, 부채, 모자, 이온음료 등을 총동원해도 더위가 사라지지 않는다. 에어컨 아래 침대 위에서 뒹굴뒹굴하는 방법이 더위 완전 차단법이지만, 그랬다간 회사에서 내 책상이 사라진다. 더우면 땀을 흘리고, 힘들면 쉬는 수밖에 없다. 여긴 우한이다.

3일 오후 5시 우한스포츠센터에 스태프와 한중전에서 교체로 뛰거나 결장한 12명의 선수만 모습을 드러냈다. 한중전 선발 출전자(와 신태용 코치)들은 숙소에서 수영, 체력 훈련, 마사지 등 각자 휴식했다. 뙤약볕에서 1시간 30분 남짓 훈련한 선수들은 휴식자들을 부러워했겠지만, 그들에겐 받아들여야 하는 상황이었다. 눈앞에 한일전이 다가왔으니까.

압박감과 긴장감에 비하면 더위는 큰 방해물이 되지 못한다는 듯, 김신욱을 비롯한 한일전 출전 유력자들은 평소보다 더 열심히 땀을 흘렸다. 입에서 새어 나온 다양한 색깔의 음성으로 알 수 있었다. 신예 골키퍼 구성윤은 김봉수 골키퍼 코치의 특별과외에 가쁜 숨을 '후~' 하고 몰아 쉬었다. 정동호는 전력질주로 뛰어 크로스를 띄울 때 '악!', 울리 슈틸리케 대표팀 감독은 선수들의 마무리 득점을 독려할 때 '골!'을 외쳤다. '후, 악, 골'이 어우러진 훈련장의 열기는 우한의 열기를 뛰어넘은 듯했다.

훈련 후 선수들의 표정에선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얼음을 목과 머리 위에 얹었고, 상·하의 소매는 걷었다. 어떻게든 더위를 식히려는 본능이었다. 평소 같으면 빠른 걸음으로 에어컨이 켜진 버스 안으로 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을 것이다. 이날은 달랐다. 이틀 앞으로 다가온 한일전은 너무 특별한 경기여서 그런지, 모두 적극적인 마음가짐으로 취재진 앞에 섰다. 목소리에는 평소와 달리 힘이 넘쳤다.

"일본전은 다 필요 없고, 꼭 이겨야 한다"는 정우영의 말이 가장 와 닿았다. 한일전에 임하는 슈틸리케호의 정신이 이 말에 모두 담겼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다 필요 없다"는 말은 최대치의 강조다. 정우영뿐 아니라 한일전에선 더위, 잔디, 부상과 같은 핑계가 통하지 않는다는 걸 모르는 사람은 적어도 대표팀 안에는 없다. 이방인 울리 슈틸리케 대표팀 감독도 "한일전이 국민에게 갖는 의미는 선수들이 어릴 때부터 다 알 것"이라고 했다.

축구에는 져도 용납이 되는 경기와 용납되지 않는 경기로 나뉜다. 친선전이 전자라면, 한일전은 당연히 후자다. 슈틸리케 감독은 아시안컵과 동아시안컵 두 대회 참가 전 뚜렷한 목표를 제시하지 않았다. 한 경기를 마치면 경기 결과와 상황에 맞는 작은 목표를 밖으로 꺼내는 식으로 실패 가능성을 줄였다.

슈틸리케 감독은 4일 훈련 현장에서 "내일 보면 감독이 선수들 전체를 신뢰하는지, 일부 선수를 신뢰하는지 알게 될 것"이라며 선발 명단의 대대적 변화를 암시했다. 평소라면 11명 전원이 바뀐 명단을 들고 나왔을 때 패하더라도 '선수를 모두 바꿔서', '어린 선수들에게 경험을 심어주기 위해서', '한일전보다 중요한 건 우리 선수들의 미래'라며 패배의 후폭풍을 피할 구멍을 미리 만든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지금까지 지휘한 16경기와 한일전은 근본적으로 다르다. 빠져나올 구멍이 없다. 핑계도 안 먹힌다. 정우영의 외침처럼 한일전은 다 필요 없다. 꼭 이겨야 한다. 부담감보다 책임감이다. 설령 국제 축구계 기준으로 존재감이 거의 없는 대회, 동아시안컵에서의 맞대결일지라도.

글=윤진만, 사진=FAphot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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