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경영권 분쟁은 '자승자박'..신격호 책임론

2015. 8. 5.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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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 신동주 전 일본롯데 부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연합뉴스 자료사진)
롯데 경영권 분쟁은 '자승자박'…신격호 책임론 (서울=연합뉴스) 한종찬 기자 = 롯데 일가의 경영권 분쟁이 장기화할 것으로 보이면서 창업주인 신격호 총괄회장의 책임론이 부상하고 있다. 두 아들이 비슷한 수준의 지분을 갖고 경영활동을 하게 하면서, 아흔이 넘은 나이에도 주요 의사결정 권한을 거머쥐고 있다가 오늘의 혼란을 자초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2011년 2월 신동빈 당시 부회장이 회장으로 승진하는 과정에서 롯데그룹은 신격호 당시 회장을 위해 '명예회장' 대신 '총괄회장'이라는 생소한 직함을 만들어냈다. 사진은 5일 오전 신격호 총괄회장이 머물고 있는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신관.

(서울=연합뉴스) 고유선 기자 = 롯데 일가의 경영권 분쟁이 장기화할 것으로 보이면서 창업주인 신격호 총괄회장의 책임론이 부상하고 있다.

두 아들이 비슷한 수준의 지분을 갖고 경영활동을 하게 하면서, 아흔이 넘은 나이에도 주요 의사결정 권한을 거머쥐고 있다가 오늘의 혼란을 자초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3일 신격호 총괄회장이 머무는 소공동 롯데호텔을 찾은 동생 신선호 일본 산사스 식품회사 사장은 신 총괄회장의 건강상태에 대해 "우리보다 더 건강하다"며 "100살 더(넘어서도) 살 거다. 본인은 110살까지 산다 그런다"고 말했다.

문제는 건강하게 오래 살고 싶다는 의지가 아니라, 100세를 바라보는 고령에도 직접 회사 경영을 이끌어가겠다는 지나친 욕심에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011년 2월 신동빈 당시 부회장이 회장으로 승진하는 과정에서 롯데그룹은 신격호 당시 회장을 위해 '명예회장' 대신 '총괄회장'이라는 생소한 직함을 만들어냈다.

'명예'라는 단어는 현역 은퇴를 뜻하는 느낌을 풍기기 때문에 찾은 대안이다.

이후에도 신격호 총괄회장은 하루에 길게는 2시간가량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의 보고를 직접 받고, 숙원으로 알려졌던 제2롯데월드 타워동 건설 현장을 직접 둘러보는 등 외부에 노출되는 활동도 활발하게 벌여 왔다.

경영 일선에 계속 남고 싶은 신격호 총괄회장의 의지를 드러내는 대목이다.

이 과정에서 환갑이 넘은 두 아들 가운데 정식으로 후계자로 지목된 이는 없었다.

일본 롯데는 장남 신동주 전 부회장이, 한국 롯데는 신동빈 회장이 경영한다는 일반적인 인식과 묵계만 있었다.

하지만 신동주·동빈 형제가 가진 양국 롯데 주요 계열사의 지분은 엇비슷해 이런 묵계는 조그마한 변화에도 당장 깨질 수 있는 것으로 평가돼왔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등을 살펴보면 한국 롯데그룹의 주요 계열사인 롯데쇼핑은 신동빈 회장이 13.46%, 신동주 전 일본 롯데 부회장이 13.45%를 갖고 있다.

롯데제과의 경우 신동빈 5.34%-신동주 3.92%, 롯데칠성음료는 신동빈 5.71%-신동주 2.83%, 롯데푸드 역시 신동빈 1.96%-신동주 1.96%으로 지분율이 비슷하다.

지분구조가 정확하게 공개되지 않았지만 일본 롯데의 지주회사 역할을 하는 롯데홀딩스와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광윤사(고준샤·光潤社) 역시 형제가 비슷한 규모의 지분을 갖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러다보니 어느 한쪽에서 작은 변화만 있어도 아슬아슬하게 유지되던 둘 사이의 균형추가 움직일 수 있는 상황이었다.

실제로 2013년 8월과 지난해 7월 신동주 전 부회장이 한국 롯데제과 주식을 500∼600주씩 추가 매입하자 재계에서는 심상치 않은 눈길로 롯데가를 주목했다.

양국 계열사 역시 400개가 넘는 순환출자 고리로 얽혀서 분리하기가 어려운 구조다.

신격호 총괄회장이 직접 일본으로 날아가 롯데홀딩스 이사진 6명을 구두로 해임한 것 역시 그가 절차를 몰라서가 아니라 지금껏 그가 의사결정을 하고 지시하면 실무진이 사후에 여기에 맞는 절차를 밟는 방식으로 롯데의 경영이 이루어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이 때문에 롯데 내부에서는 경영의 끈을 끝까지 붙잡고 있던 신격호 총괄회장이 후계자를 제대로 지목하지 않고 갑자기 숨을 거둘 경우 엄청난 혼란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수년전부터 조용하게 새어나왔다.

롯데 관계자는 "아들들도 환갑인데 아버지 말 한마디에 지금까지 쌓아놓은 것을 다 내놔야 하는 상황이라면 갈등이 안 생길 수 있겠느냐"며 "지금에야 분쟁이 생긴 것은 단지 (신 총괄회장이)좀 더 기력이 왕성하실 때 싸웠다면 둘다 불호령을 들었을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cind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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