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 피해교사 "학교 은폐 속 성추행이 문화로.."

CBS 박재홍의 뉴스쇼 입력 2015. 8. 5.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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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보도는 일부에 불과, 심리적 고통
-소문만 돌던 성추문, 나 역시도 피해당해
-문제제기하자, 교장 "원하는 게 뭐냐?" 반문
-성희롱 발언 노출된 학생들, 치료 필요해
-경찰 조사, 피해자 배려하는 방향 되어야

■ 방송 : CBS 라디오 <박재홍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박재홍 앵커
■ 대담 : ○○○ (피해교사)

서울의 한 공립학교에서 벌어진 성추행 사건. 피해범위가 여학생과 여교사를 포함해 130여 명에 이르는데요. 그중 성추행을 당한 여교사가 8명에 달한다는 추가 사실이 밝혀지고 있습니다. 지난 월요일에는 서울시 교육청 감사관을 단독으로 만난 데 이어서 오늘은 방송에서 처음 증언을 하게 된 피해 여교사를 연결해 보겠습니다. 지금 이 시간도 힘든 어려움과 두려움 속에 계시기 때문에 익명과 음성변조를 했다는 점 미리 양해 바랍니다. 선생님, 나와계시죠?

◆ ○○○> 안녕하세요.

◇ 박재홍> 어려운 시간 내주셨네요. 요즘 사건과 관련해서 많은 기사들이 나오고 있는데요. 보시면서 어떤 생각이 드십니까?

◆ ○○○> 저희 선생님이랑 피해 학생, 또 피해 학생이 아닌 저희 학교 학생들, 선생님 모두 기사를 보면서 저희가 다 겪은 일인데도 놀라고 충격을 받고 있고 경악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제가 참 참담한 것은 언론보도에 나오는 내용마저도 전부가 아니라는 것이 너무나 슬픈 상황이라는 겁니다. 피해 선생님들과 또 학생들이 당했던 그런 성범죄의 내용이 뭐랄까요? 언론에서 자극적으로 보도되는 경우가 있어요. 그래서 그런 면을 보면서 관련된 분들이 힘들어하는 모습도 많이 보이고 있습니다.

◇ 박재홍> ‘언론보도가 전부가 아니다. 빙산의 일각이다’라는 힘든 말씀을 주셨고요. 그런데 이런 성추행의 피해가 1년이 넘는 기간 동안 이어졌잖아요. 지난 1년의 시간, 어떻게 기억하고 계십니까?

◆ ○○○> 기억을 떠올려 보면 작년 초부터 지금까지 계속 어떤 소문만 돌았던 것 같아요. 소문의 내용이 뭐냐하면 ‘선생님이 학생을 어떻게 했다더라’하는 그런 내용인데요. 그런데 계속 그냥 소문이 돌면서 학교 차원에서는 도대체 뭔가 해결이 되는 것도 없고 또 확인이 되는 부분도 없었습니다. 또 그즈음 해서 이상한 소문이 돌았던 게 ‘갑자기 남자 선생님들만 모여서 학교에서 어떤 회의가 있었다’든지 그래서 우리 학교에서 무슨 일이 있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계속하고 있었고요.

그런데 올해 1학기부터는 급기야 제가 가해자 선생님들 중 한 분과 교무실을 같이 쓰게 되면서 제가 피해자가 되는 상황이 발생한 것입니다. 정말 지난 1년 반을 돌이켜 보면 소문이 소문을 낳는 그런 상황이었는데요. 그게 나중에는 마치 학교의 하나의 문화처럼 자리잡은 거예요. 피해사실을 말했다가는 마치 불이익을 당할 것 같았고요. 교사도 마찬가지고 학생도 똑같이 느끼고 있었거든요. 그렇게 성범죄가 문화로 자리잡았다는 게 지금 돌아보면 너무 소름끼치는 부분이 아닌가라고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 박재홍> 선생님 말씀을 듣고 있으니까 참 참담하네요. ‘성추행이 하나의 문화가 되어서 학교에서 지난 1년 반 동안 지속돼 왔다. 무엇보다 은폐되었다’는 정황까지 말씀해 주셨는데요. 교사분들이 서울시 교육청에 민원을 제기하기 전에 먼저 교장에게 문제를 제기했다라고 알려지고 있지 않습니까? 그런데 결국 교장도 지금 가해자로 지목되어서 현재 감사를 받고 있는 건데요? 문제를 제기했을 당시, 교장의 반응은 어땠나요?

◆ ○○○> 처음에 저희 여교사 성추행 부분을 알게 돼서 7월 중순이 되기 전에 관리자인 교장선생님한테 말씀을 드렸습니다. 사실 저희는 신고를 원했는데 교장선생님께서 오히려 거꾸로 ‘그러면 신고를 해야 되는데 그걸 원하는 거냐? 도대체 원하는 게 뭐냐?’라는 식의 반응을 보이셨어요. 그래서 저희도 사실 이런 일이 처음이라서 뭐라고 대답을 드려야 될지 모르겠는 거예요.

그러다가 저희가 며칠 지나지 않아서 지금 학생들도 광범위한 성범죄 피해를 당하고 있다는 걸 파악을 하게 되었고 신고를 다시 해 달라고 강력히 요청을 드렸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은 7월 중순이었는데요. 그런데 교장선생님께서 신고를 하겠다고 하셨는데 결국 신고를 그때 하지 않으셨습니다. 이후에 교장 선생님께서 신고를 하셨는지는 모르겠지만, 저희가 문제를 제기한 직후에는 신고를 하지 않으셨고요. 게다가 학교 측에서 실제로 후속 조치나 재발 방지 조치가 이뤄졌는지 저희가 확인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자료사진
◇ 박재홍> 참 말씀을 들을수록 제가 더 힘이 드네요. 또 지난 2월에는 무엇보다 피해학생 부모님이 경찰에 고발을 했는데 가해 교사가 처벌을 받지 않았다고 하네요? 그리고 또다시 그 후에 추가 피해가 발생한 건데. 이런 상황을 보시면서 어떤 감정이 드셨어요, 선생님?

◆ ○○○> 올해 2월이죠. 정말 너무나 어렵게 학부모님들께서 그 가해 교사를 고발을 하셨는데요. 만약에 이런 식으로 고발이 들어가고 많은 학생들이 성범죄에 노출이 되어 있었다면 당연히 격리조치를 하는 게 맞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데 3월에 학기가 시작이 되었는데 가해자 선생님이라고 지목되신 분이 학교에 계속 나오셨어요. 그러면서 저희 학생들이 정말 너무너무 힘들어했던 거예요. 너무 무서워서 제가 알기로는 그걸 견디다 못해 ‘왜 학교에서 아무런 조치가 없느냐. 왜 우리 학생들을 보호해 주지 않느냐’면서 여기서 공부할 수 없다고 전학을 간 학생도 있는 것으로 들었습니다.

◇ 박재홍> 참 충격적이네요. 피해 학생들과 피해 사실을 구체적으로 상담을 하거나 말씀을 나누셨던 부분도 있었을까요?

◆ ○○○> 제가 직접 얘기할 기회가 많았는데요. 반응을 보니까 몇 가지 그룹이 나뉘어져요. 첫 번째 그룹은 굉장히 입에 담을 수 없는 그런 수위의 성희롱 발언을 계속 들으면서 처음에는 그걸 엄청나게 충격적이라고 받아들인 것 같아요. 보통은 다들 충격적이라고 생각을 하죠. 그러다가 한 학기 내내 성희롱 발언을 들으면서 그런 분위기 속에서 익숙해진 아이들이 옳고 그름의 판단이 흐려지는 거죠. 정말 제일 안 좋은 것은 그런 것들이 일상으로 내면화되는 분위기가 있었던 거예요. 지금 이걸 어떻게 치료를 해야 할지 모르겠는 상황이고요.

두 번째 학생들은 너무나 자존감에 상처를 많이 입고 피해사실을 얘기하라고 하면 그냥 입을 꽉 다물고 부르르 떨고 있는 아이들도 있어요. 그 정도로 말 못할 정도로 상처를 많이 받은 아이들도 있어요. 학교 학생들 전원이 교육을 다시 받아야 되고. 어쨌거나 정말 시급한 교육과 치료가 너무나 절실하게 필요한 상황입니다.

◇ 박재홍> 말씀 듣다 보니까 130명의 학생들이 아니라 학교 전체가 지금 치료가 필요하고 상처를 보듬어주는 노력이 필요해 보이네요. 이 시간에 또 방송을 들을지도 모르는 학생들과 제자들에게 해 주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 ○○○> 정말 제가 우리 학생들을 위해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이 경찰 수사가 반드시 피해자 위주로 진행이 됐으면 합니다. 그리고 피해자들을 많이 배려를 해 주셨으면 하는 간곡한 바람이 있습니다. 지금 경찰 조사가 시작이 되고 있는데, 학생도 그렇고 교사도 그렇고 경찰이라고 하면 모두 두렵습니다. 경찰에게 혹시 말했다가 내가 불이익을 당하거나, 내 신분이 노출되거나 아니면 내가 당한 피해 내용이 세상에 알려지는 건 아닌가 걱정을 가지고 있습니다. 사실 언론에 나오는 것도 그런 두려움이 있지만 경찰은 더 큰 두려움이 있습니다.

특히 저희 피해학생 부모님들 같은 경우에는 아이들에게 입을 다물라고 하는 상황이에요. 저희 선생님들마저도 경찰조사라고 하면 많은 두려움과 불안감을 가지고 있고요. 우리가 과연 보호받을 수 있을까라는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그렇기 때문에 진짜 제대로 된 조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고요. 그리고 너무나 부끄럽고 추하고,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앞으로 교육계에서 두 번 다시는 이런 성범죄가 재발할 수 없도록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 박재홍> 선생님. 오늘 정말 어려운 가운데 시간 내주셨습니다. 학생들과 선생님들에게 꼭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사건이 해결되면 좋겠네요. 말씀 고맙습니다.

◆ ○○○> 네, 감사합니다.

◇ 박재홍> 서울 공립고등학교 성추행 피해를 당한 피해 여교사의 목소리 들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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