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 핵타선의 비밀 '3볼에도 풀스윙'

장강훈 2015. 8. 5.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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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동=스포츠서울 강영조기자] 넥센 염경엽 감독이 공포의 핵타선을 구축할 수 있었던 배경으로 ‘3볼에도 풀스윙’을 꼽아 눈길을 끌고 있다. <kanjo@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3볼에서도 쉽게 (스트라이크를 잡으러)못 들어오잖아.”

넥센 염경엽 감독이 ‘핵타선’을 구축한 배경을 일부 공개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상대 투수들이 부담을 느끼게 만든 것이다. 시즌 초반 극심한 슬럼프를 이겨내고 핵타선에 방점을 찍은 브래드 스나이더가 대표적인 예다.

일반적으로 타자들은 볼카운트 3볼이 되면 공 하나를 지켜본다. 3볼 1스트라이크가 돼도 볼넷을 골라나갈 여유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3볼이거나 3볼 1스트라이크이거나 투수들은 스트라이크를 던져야하기 때문에 타자가 설정한 스트라이크존을 좁혀놓고 원하는 공을 때리면 안타를 칠 확률이 높아진다. 하지만 염 감독의 생각은 조금 다르다. 그는 “3볼에 되면 제구가 흔들리는 투수들은 스트라이크를 던지기 위해 공을 모신다. 100% 힘으로 강하게 채는 게 아니라, 제구를 잡기 위해 마지막에 슬쩍 놓는 공을 던진다는 얘기다. 타자 입장에서는 배팅볼 하나를 지켜보는 것이다. 그 스트라이크 하나로 투수가 자신감을 가질 확률도 배제할 수 없으니, 타자 입장에서는 단순한 스트라이크 한 개 이상의 가치를 지닌 공”이라고 강조했다.

그래서 넥센은 꼭 한 점이 필요해 출루해야 하는 상황이 아니면 3볼에서도 적극적인 타격을 하도록 권장한다. 4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2015 KBO리그 KIA와 홈 경기에서 3회 1사 3루에서 윤석민이 양현종이 3볼 이후에 던진 높은 공에 풀스윙 해 중견수 희생플라이를 때려낸 장면이 대표적이다. 염 감독은 “타자들이 쳐서 이겨야 하는 우리팀 사정을 고려하면 3볼 이후에도 적극적으로 타격하는 게 효과적이다. 유한준 박병호 김민성 같은 장타력을 겸비한 타자들이 다수 포진 돼 있기 때문에 상대가 3볼 이후에도 스트라이크를 던지는 데 부담을 갖도록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지난 3년간 꾸준히 강조한 덕분에, 요즘 우리를 상대하는 투수들은 3볼 이후에도 변화구 승부가 많다”고 설명했다.
[목동=스포츠서울 박진업기자] 넥센 스나이더가 30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2015 KBO리그 넥센과 kt의 경기 6회말 무사 솔로 홈런을 친 뒤 동료들과 하이파이브를 나누고 있다. 경기 두 번째 홈런으로 시즌 13호 upandup@sportsseoul.com
이 이론을 빨리 이해하지 못한 선수가 스나이더다. 펀치력만큼은 둘째가라면 서러운 스나이더이지만, 변화구에 약점을 갖고 있다는 생각 때문에 타석에서 지나치게 신중했다. 염 감독은 “스나이더와 계약한 첫 번째 이유는 타선에서 강정호의 공백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타율 3할보다 0.270 정도에 25홈런 80타점을 해주기를 바랐던 것이다. 하지만 스스로 변화구에 약점이 있다는 생각 때문에 공을 너무 신중하게 바라봤다. 3볼 이후에 들어오는 한가운데 직구도 그냥 지켜보다 카운트를 빼앗겨 헛스윙 삼진을 당한다. 변화구에 삼진 먹어도 좋으니 과감하게, 초구부터 스윙하라고 설득하는 데 3개월이 걸렸다”며 웃었다.

그를 2번 타순에 배치한 배경도 1루에 빠른 주자가 있으면 상대 배터리가 직구 승부를 많이 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스나이더의 장점을 극대화하기 위한 염 감독 나름의 방법을 찾은 셈이다. 3볼 이후에도 과감하게 스윙한다는 말은, 역설적으로 초구부터 스트라이크존으로 공이 오면 풀스윙을 한다는 의미다. 카운트에 상관없이 첫 번째 스트라이크를 (타자 입장에서) 잡으러 들어가는 것, 넥센이 핵타선을 구축할 수 있었던 첫번째 동력이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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