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딩 부담 던 박재현, '공격 본능' 앞에 놓인 과제는?

손동환 2015. 8. 5. 0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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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스켓코리아 = 손동환 기자] "박재현을 슈팅 가드로 기용하겠다"

서울 삼성은 '농구 명가'로 잘 알려져 있다. 삼성의 또 다른 별칭이 있다. '가드 왕국'. 이상민(현 삼성 감독)과 강혁(현 삼일상고 코치), 이정석(182cm, 가드) 등 가드진의 활약이 삼성의 2000년대 후반을 화려하게 수놓았다.

그러나 '가드 왕국'이라는 별명이 조금씩 무색해졌다. 이상민과 강혁이 은퇴와 이적으로 팀을 떠났고, 이정석은 무릎 부상 이후 예전의 기량을 보여주지 못했다. 이시준(181cm, 가드) 또한 팀에 큰 보탬이 되지 못했다.

삼성은 젊고 잠재력이 뛰어난 가드를 선발했다. '가드 왕국'의 명성을 재현하기 위해서다. 그 중 1명이 박재현(183cm, 가드)이다. 박재현은 '농구 명가'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땀을 흘리고 있다. 그 땀 속에 비장함을 엿볼 수 있었다.

# 자신감 넘친 가드, 자신감을 잃어버리다

박재현은 경복고 시절부터 경기 운영 능력과 공격력을 지닌 듀얼 가드로 평가받았다. 고려대로 입학한 박재현은 좀처럼 빛을 보지 못했다. '부상'이라는 암초를 만났기 때문. 하지만 이승현(고양 오리온스)-문성곤(195cm, 포워드)-이종현(206cm, 센터) 등 최고의 후배를 만났다. 그 후, 2013 프로-아마 최강전과 2013 MBC배 대학농구대회, 2013 대학농구리그 플레이오프 등 숱한 대회에서 고려대를 우승으로 이끌었다.박재현은 2013 KBL 국내신인선수 드래프트에서 전체 4순위로 삼성에 입단했다. 삼성은 '박재현 지명'을 행운으로 여겼다. 삼성의 1~4순위 신인 지명권 가능성은 1.5% 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 삼성의 사령탑이었던 김동광(64) 감독은 당시 "박재현은 가진 게 많은 선수다. 포인트가드와 슈팅가드를 넘나들 수 있는 자원. 즉시 전력으로 활용할 수 있다. 합류하게 되면, 당장 코트에 보낼 생각이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그러나 박재현은 이렇다 할 경기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부상이라는 악재가 겹쳤다. 데뷔 시즌(2013~2014) 36경기에 출전해 평균 20분 5초를 소화했고, 3.8점 1.9어시스트에 그쳤다. 2013~2014 시즌 종료 후, 이상민(43) 감독이 삼성에 새롭게 부임했다. 이상민 감독 역시 박재현의 잠재력을 높이 평가했다. 박재현은 2014~2015 시즌 32경기에 나서 평균 24분 10초를 소화했고, 6.4점 2.3어시스트를 기록했다. 데뷔 시즌보다 기록을 끌어올렸다. 그러나 삼성 관계자의 기대에 부응할 정도는 아니었다. 데뷔 후 두 시즌을 이렇게 평가했다. "지난 두 시즌 동안 포인트가드 역할에 더 치중했다. 형들의 장단점과 팀이 원하는 농구를 생각하다 보니, 고민에 빠졌다. 그러다 보니 자신감을 잃었다. 대학 때만 해도 자신감으로 농구를 했는데, 프로에서는 그게 잘 되지 않았다"

# 이상민 감독의 조치, 정체성 찾은 공격형 가드

박재현은 대학 시절부터 포지션 혼란을 겪었다. 슈팅가드 성향에 강한 박재현은 팀 상황상 포인트가드를 맡았고, 이로 인해 자신의 공격력을 마음껏 뽐내지 못했다. 그렇다고 해서 뛰어난 경기 운영 능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삼성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이상민 감독은 2015~2016 시즌을 앞두고 특단의 조치를 내렸다. 이 감독은 "(박)재현이는 공격 성향이 강하다. 붙박이 슈팅가드로 활용할 계획"이라며 박재현의 역할을 '슈팅가드'로 한정했다. 박재현은 새롭게 받은 자신의 역할을 크게 두 가지로 요약했다.

1. 감독님께서 슈팅 가드를 맡기셨다. 경기 운영 부담을 덜었고, 지난 시즌보다 공격적으로 농구하고 있다. 활동 범위를 넓게 가지려고 한다. 우리 팀은 지난 시즌보다 볼 없는 움직임을 강조한다. 그렇게 되면, 내가 2대2 공격을 하거나 3점슛을 쏘는 빈도가 많아질 것이다. 여러 가지 상황을 생각하며 연습하고, 슈팅 연습도 많이 하고 있다.2. 감독님께서 빠른 농구를 원하신다. 속공에 적극 가담하려고 한다. 나 말고도 포워드 라인에서 달려줄 사람이 많다. (장)민국이형과 (임)동섭이형 모두 속공 가담 능력이 뛰어나다. 가드는 골을 먹더라도 엔드 라인에서 볼을 빨리 잡아 치고 나가야 한다고 하셨다. 그렇게 해야 빠른 공격을 할 수 있다고 강조하셨다. 연습 경기 시작 전에도 그런 주문을 하셨다.

박재현은 지난 4일 전주 KCC와의 연습 경기에서 이시준을 대신해 코트로 들어갔다. 20분 5초 동안 6점 3어시스트 3리바운드를 기록했다. 뛰어난 기록을 남기지 못했다. 그러나 팀의 흐름에 녹아들려고 했다. 1대1을 이용한 돌파보다 볼 없는 움직임으로 공격 기회를 만들려고 했다. KCC의 블록슛에 득점 기회를 놓쳤으나, 이상민 감독은 박재현을 격려했다. 수장의 격려를 받은 박재현은 단독 속공으로 첫 득점을 신고했다.박재현은 주희정(181cm, 가드)-이호현(182cm, 가드)과 교대로 호흡을 맞췄다. 김명훈(200cm, 포워드)-송창무(205cm, 센터) 등 빅맨과 2대2를 자주 시도했다. 2대2에서 간결한 드리블에 이은 정확한 바운드 패스를 선보였다. 상대 베이스 라인으로 침투하거나 동료의 스크린을 활용해 3점슛 기회를 계속 만들기도 했다. 3점슛을 하나도 성공하지 못했다. 하지만 자신감 넘치는 슈팅으로 코칭스태프의 박수를 받았다. 삼성이 추구하는 '볼 없는 움직임'에 녹아들려고 했다.

# 전력 보강한 삼성, 박재현의 과제

삼성은 2014~2015 시즌 종료 후 선수단 구성에 변화를 줬다. 이정석(182cm, 가드)과 이동준(200cm, 포워드)을 서울 SK로 트레이드했다. 자유계약(FA) 신분인 문태영(194cm, 포워드)을 영입했다. 삼성은 지난 7월에 열린 KBL 외국인선수 드래프트에서 1순위 지명권을 얻었고, 리카르도 라틀리프(200cm, 센터)를 지명했다. 문태영과 라틀리프의 존재만으로 이번 시즌 최고의 다크호스로 꼽히고 있다.SK와 트레이드를 통해 'KBL 레전드 가드'인 주희정(181cm, 가드)을 영입했다. 주희정은 2000~2001 시즌 삼성의 첫 번째이자 마지막 통합 우승을 이끈 베테랑. 이상민 감독은 "다들 (주)희정이의 나이를 우려한다. 그러나 우리 나라에 희정이처럼 할 수 있는 포인트가드가 많지 않다. 드물다고 해도 무방하다. 특히, (박)재현이나 (이)호현이 같은 어린 가드에게 귀감이 될 것"이라며 주희정의 가치를 언급했다.주희정은 삼성의 어린 가드에게 경험과 자신감을 심어주고 있다. 이전 인터뷰에서 "(박)재현이는 기동력이 좋다. 드리블이나 패스 능력이 뛰어난 선수다. 다만, 볼 없을 때의 움직임이 적고, 슈팅 능력을 키워야 한다. KGC인삼공사의 (이)정현이나 상무에 있는 (변)기훈이의 움직임을 많이 보라고 했다"며 박재현의 가능성과 과제를 이야기한 바 있다. 박재현 역시 자신의 과제를 아래와 같이 이야기했다. "올해는 슈팅 가드를 맡기 때문에, 지난 시즌보다 슈팅력을 끌어올려야 한다. (주)희정이형께서 조언을 많이 해주신다. 특히, 2대2를 하더라도 나머지 3명의 위치를 생각해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여러 가지 경기 상황을 가정해서 슈팅 연습을 하라는 말을 해주셨다. 지난 시즌보다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 실전에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 '승리 DNA'와 '최하위', 그리고 '다짐'

박재현은 고교와 대학 시절 '우승'을 많이 경험했던 선수다. 그러나 프로에서는 그렇지 못했다. 우승은커녕 플레이오프 무대조차 밟지 못했다. 2014~2015 시즌에는 최하위(11승 43패)를 경험하기도 했다. 본인 역시 대학 시절의 잠재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그러나 더욱 비장해졌다. 본인과 팀의 도약을 위해 이를 갈고 있다. 그 마음가짐을 아래와 같이 표현했다.

1. 어릴 때부터 농구를 하면서 예선 탈락 자체를 경험해보지 못했다. 이기는 것에 익숙했고, 그래서 질 거라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그런데 막상 우승을 해야 하는 프로 무대에서 최하위를 경험했다. 플레이오프 무대가 간절하다.2. 중학교(연서중)와 고등학교(경복고), 대학교(고려대)를 다니며 저학년 때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했다. 그러나 고학년이 되면서 최고의 성적을 거뒀다. 앞으로도 좋은 성적을 거둘 것 같다. 그리고 떨어질 곳도 없다. 이기고자 하는 마음을 코트에서 보여주겠다.

이길 줄만 안 남자는 패배를 경험했고, 패배는 성장의 자양분이 됐다. 각오를 다진 박재현은 유유히 코트에서 사라졌다.

사진 제공 = 서울 삼성 썬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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